레진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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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든 느낌을 1짤로 요약하시오 (3점)

한국 영화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형식의 영화인데

특이하게 러닝타임 내내 강강강으로 내달리는 스타일임.

여기서 강강강은 템포가 빠른 편이라는 것도 있지만

연출적으로 '강력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많음.

후술하겠지만 영화 속에서 단점도 상당히 많은 편인데

그걸 대부분 강강강 템포 하나로 묻어 버리려는 시도를 함.

결국 이 영화 특유의 연출에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느냐,

혹은 느끼기 어렵냐에 따라 감상이 크게 좌우될 수 있음.

지금부터는 영화의 각 요소별로 스포를 최소화해서 리뷰해 볼 예정

• 직접적인 '강강강' 연출

아까 얘기했던 '강력한 연출'이 대체 무슨 말이냐면

예고편에 나온 이 장면으로 설명을 해 보겠음.

이 장면에서 주인공의 자동차는 경사로를 타고

'인민의 자유와행복을 위하여'에서 행복에 박아 버림

어찌 보면 직접적이고 노골적이기까지 한 연출인데

차가 대놓고 '행복'이라는 글씨에 박아서 부숴 버리는 것

요즘 상업영화에서 이 정도로 직접적인 연출 방식은 드문데

탈주는 이러한 연출을 영화 내내 개성처럼 사용하고 있음.

이러한 연출이 드물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중들에겐 필요 이상의 연출적 피로를 줄 수 있어서도 있는데

이 영화는 화려한 눈요기로 피로할 틈 없게 극복해 냈고

영화의 빠른 템포와도 나름대로 분위기가 잘 맞는 시도였음.

다소 노골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연출이긴 하지만

이 영화가 애초에 강강강이라 노골적인 연출이 잘 어울림.

다만 후술하겠지만 이러한 시도가 언제나 잘 먹힌 건 아니고

너무 강하게 가다가 선을 넘어 버린 지뢰 장면도 존재함.

• 긴장감을 살리는 템포와 음향

영화가 94분이라 애초에 러닝타임이 짧은 편인데

템포가 빨라서 체감상 그거보다 더 짧게 느껴짐.

영화 보면서 지루하다 생각한 건 딱히 없었고

오히려 강력한 템포가 남자의 심장을 끊임없이 울렸음.

이 평가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대변하는 중임.

아까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단점이 상당히 많음.

하지만 속도감 있는 편집과 긴박한 사운드 덕분에

감상 전체가 온전히 이 영화의 템포에 종속될 수 있음.

• 완성도 높은 공간 디자인

공간적 영상미에 대해서는 까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 같은데

85억이라는 제작비가 믿기지 않는 완성도를 보여 줌.

근래 제작비 100억 밑으로 쓴 한국 영화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뛰어난 공간 디자인을 보여 주는 영화임.

애초에 그렇게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영화긴 하지만

특유의 세트장 분위기, 일명 '짜치는 분위기'를 가리고

실제 공간 같은 세트장 디자인을 잘 구성한 다음에

엑스트라 인력을 총동원해서 텐트폴다운 규모를 완성했음.

또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자연은 넓은 규모를 살리면서도

황량하면 황량한 대로, 무성하면 무성한 대로

정말 촬영지를 어디서 구한 거지 싶었을 정도로 좋았는데

여기에 후작업까지 공들여 했는지 색감이 굉장히 진하고 선명함.

이러한 공간이 연출적으로 활용되는 장면들도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넓음과 좁음을 동시에 표현할 줄 안다는 것.

넓게 뻗어진 공간으로 황량함, 고됨, 압도감을 표현하면서도

좁게 자란 풀숲이나 나무로 답답함, 긴박감을 창조할 줄 아는 감독임.

• 스톰트루퍼 효과

개연성은 솔직히 문제가 좀 있음.

저 짤 하나로 거의 모든 게 설명이 됨.

솔직히 탈주 과정의 개연성은 딱히 의문을 안 가졌는데

이새기들 총을 진짜 뒤지게 못 맞춤.

아까 얘기했다시피 이 영화는 공간 디자인이 훌륭한데

그 공간 디자인에 스스로가 어느 정도 잡아먹혀 버림.

가까운 거리에서 단체로 총 쏘면 시각적으로 보기엔 좋겠지만

저 거리에서 안 맞는다고? 하는 생각도 들 수밖에 없음.

• 두 개의 지뢰

이 영화에는 커다란 지뢰급 장면이 두 개가 있음.

하나는 초반의 강화 지뢰고 하나는 중반의 충격 지뢰임.

아마 영화를 본 대부분이 여기선 좀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

이건 전술한 템포가 장악할 수 있는 감상의 범위를 넘어섬.

개연성 같은 경우 빠른 템포에 정신없이 휘달리다 보면

솔직히 영화니까 좀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는 영역에 있는데

이 두 장면은 오글거리고 억지로 들어간 느낌이 강해서

그냥 애초에 이렇게 처리를 하면 안 되는 장면이였다고 생각함.

강강강의 노골적인 연출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닌데

그걸 가장 안 좋은 방향으로 드러낸 게 첫 번째 지뢰라고 봄.

다 보고 나면 그 장면을 굳이 왜 끼워넣었는지는 알겠다만

이런 방식으로?? 이렇게?? 이건 섬세함이 부족했다고밖에 안 보임

• 구교환과 후반부

스포를 최소화해서 말하겠음.

영화 내에서 구교환에게 공감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말부의 평가가 굉장히 많이 갈릴 것이라 생각하고

본인은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거 같길래 그냥 그러려니 했음.

구교환의 행위는 돌이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은 없지만

아까 말했듯 이 영화의 템포는 '강강강'임.

그렇기 때문에 구교환을 돌아볼 만한 시간이 많이 안 주어졌고

여기에 보다 직접적인 연출을 위해 희생된 개연성도 존재함.

그렇기 때문에 탈주 후반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확실히 너무 과감하게 가다가 미끄러진 부분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초반부 분위기는 나름 유지하고 왔기에

딱 파묘 정도, 망쳤다는 아닌데 의문은 남는다 생각함.

• 물불 이론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했음.

투톱 주연이거나 빌런의 존재감이 매우 강한 영화의 경우

악역과 선역 캐릭터를 다음과 같이 구상하는 편인데

구교환과 이제훈도 이 경우에 정확하게 해당됨.

특히 구교환은 예고편에서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지만

특유의 마스크와 목소리가 진짜 뒤지게 특이한 편에 속함.

영화배우로 치면 황정민과 비슷한 류라고 할 수 있는데

덕분에 어디에 끼어도 본인의 개성이 확 살아나는 배우임.

이제훈도 본인의 역할을 정말 잘 해낸 편이지만

탈주의 최고 수혜자는 아마 구교환이 아닐까 싶은데

이번이 무려 상업영화 첫 메인 주연을 맡은 거라

앞으로 성장세가 가장 기대되는 배우 중에 한 명임.

물론 감독의 연기 디렉팅 능력도 부정할 순 없겠지만

배우들의 기본기와 개성이 정말 확실하다고 느껴진 영화임.

자칫하면 연출은 넘치고 긴장감은 약해질 수 있었던 장면에서

이제훈과 구교환이 떡하니 버티며 씬을 회생시킨 경우가 좀 있음.

결론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영화였음.

단점 ㅈ까고 장점으로 존나게 내달리는 몇 안 되는 영화임.

그만큼 강강강 템포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개연성 욕하겠지만

나처럼 강강강 매니아면 정말 재밌게 보고 오지 않을까 싶음.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이고

7점 중에서도 딱 중간쯤 되는 영화였다는 입장임.

만약 올해 여름에 한국영화 하나 봐야 한다는 사람들한텐

난 하이재킹 핸섬가이즈 대신에 이거 추천할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