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앨범 리뷰] 에픽하이 믹스테입 <PUMP> (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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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쿠로 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4-06-28 22:37본문
최근 대중음악 시장에는 과거의 향수가떠오르는 신보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4년 전부터 시작된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뉴트로 붐이야 말할 것도 없을 만큼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고 여기에 악뮤나 볼빨간사춘기 같이 2010년대를 향유하던 팀들 역시 자신의 초기 커리어를 연상시키는 신보를 발매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베테랑 래퍼 에미넴 역시 최근 싱글 <Houdini>를 발매하며 자신의 얼터 에고인 슬림 셰이디를 다시금 깨웠다. 20년 전에 발매 한 <Without Me>, <Just Lose It> 등에서 요소를 차용하여 지금의 에미넴과 결합시켰다.
20년간의 기나긴 서사를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에픽하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발매하는 믹스테입을 통해 과거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되짚어간다. 지난 EP <Strawberry>에서 먼저 선보인 바 있지만 정규 앨범에는 2009년 정규 6집 이후 찾을 수 없었던 인트로 트랙이 부활하였고, 3집과 5집 앨범에서 간단하게 등장을 알리긴 하였으나 그동안 이름만 존재하던 타블로와 투컷의 프로듀싱 유닛 블랙 베이커리가 타이틀 <ANTIHERO>와 수록곡 <K-Drama>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초기 에픽하이를 연상시키는 구성에서 비트 체인지 이후 급선회하는 흐름이 바로 타이틀 <ANTIHERO>가 가지고 있는 묘미. 10여 년 전 타진요 사건 당시 타진요 운영진의 '힙합이나 하고 다니고' 발언이 타블로의 가사로 리마인드 되는 포인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초기보다는 현재의 에픽하이에 가까운 구성과 더불어 미쓰라의 성장이 유독 돋보이는 트랙 <Late Checkout>을 지나 다시 이어지는 블랙 베이커리의 <K-Drama> 역시 구성이 재미있다. 꽤 진지한 무드의 비트와 벌스와 대조적으로 훅에서는 장난기 어린 '김치 Slap'이나 '오빤 재벌 스타일' 같은 가사를 써 10여 년 전에 발매했던 정규 6집 수록곡 <Sensetive Thug>처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이어서 20년 전 정규 2집의 <신사들의 ~> 시리즈를 계승하면서도 '저희는 그대로인데... 시대가 바뀌었네요', '할 말을 줄여야겠죠?'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는 <신사들의 소신>을 지나 맵더소울 북앨범의 <Cipher>나 지난 <Strawberry> EP의 <Down Bad Freestyle>처럼 형식에서 자유로운 짧은 트랙 <Group Chat Freestyle>, 지난 2018년 비공식 앨범 <Lost Map 002>에서 먼저 선보였던 <OK GOOD>, 4집과 6집 이후 오랜만에 모습을 보이는 인터루드 <Off Day>까지 과거의 흔적을 되짚어 보는 트랙들로 지난 20년을 추억하게 되는 구성이 꽤 만족스럽다.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행복했습니다> 역시 이번 믹스테입에서 꽤 눈길이 간다. 정규 4집의 <행복합니다>를 연상시키는 제목과 그때와 마찬가지로 넬의 김종완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인데, <행복합니다> 뿐만 아니라 정규 9집에서 들려주었던 <개화>의 서사 역시 느껴지는 트랙이다. 에픽하이의 진솔한 화법이 빛을 발하는 곡이라 필청을 권하고 싶다.
결과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믹스테입이다. 에픽하이가 지난 20년 동안 꾸려온 디스코그래피를 떠오르게 하면서도 최근 10년간 정형화되었던 틀을 탈피하고 자유로운 모습이 빛을 발한다. 히트곡 <헤픈 엔딩>이나 <연애소설>처럼 멜로디컬한 비트에 여성 보컬이 들어가거나, <Born Hater>나 <노땡큐>같이 친분 있는 유명 래퍼와 루키들이 여럿 모이는 단체곡이 아니더라도 에픽하이의 음악이 여전히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이 믹스테입이 증명하고 있다. 정규 앨범은 아니지만 정규 못지않게 에픽하이에게 중요한 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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