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트리뷴] "우승은 조지아가 하겠습니다." -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기고문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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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4-06-1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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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트리뷴] "우승은 조지아가 하겠습니다." -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기고문

조지아 국민들에게 누가 유로에서 우승할 것 같은지 물어보세요. 꼬마 아이, 노부인, 가게 주인, 누구라도 좋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일단 그들은 미친 사람을 보는 것처럼 당신을 쳐다볼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답하겠죠. "누가 이기냐고? 당연히 조지아지!"


누군가는 말하겠죠. "하지만 조지아는 이번에 유로에 처음 나온 거 아닌가요?" 그건 전혀 상관없어요! 노부인은 이렇게 답할 겁니다. "조지아가 우승할 거야."


조지아 사람들은 이렇답니다. 모든 일에 말이죠. 음식이 가장 맛있는 나라? 음악이 가장 뛰어난 나라? 조지아!


왜 이런지는 모르겠어요. 신이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죠.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것 같아요. 뭐든지 조지아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미친 것 같아요. 전 23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인생에서도 축구에서도 많은 굴곡을 겪었습니다. 제 인생은 롤러코스터입니다. 이제 제 얘기를 해드릴게요.



image.png [트리뷴] "우승은 조지아가 하겠습니다." -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기고문

어릴 때는 여름방학이 되면 매일 길거리에서 축구를 했습니다. 사방에 아이들이 있었고 거리에서 작은 토너먼트가 열리곤 했답니다. 건물 사이에 있는 빈 공터가 우리의 경기장이었죠. 나중엔 잔디가 깔렸지만 처음엔 콘크리트 바닥이었습니다. 넘어지면 항상 무릎이 까져서 피를 흘리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죠.


그렇게 축구를 할 때면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보곤 했어요. 마치 관중처럼요. 조지아 사람들은 스포츠를 정말 사랑합니다. 그 중에서도 축구가 1순위죠. 사람들은 어떤 축구라도 지켜봅니다. 친선 경기, 길거리 경기, 전부 가리지 않아요. 언제나 관중들이 있습니다.


가끔 우리는 아이들이 잠들어야 하는 밤 늦은 시간에도 축구를 하곤 했죠. 우리가 축구를 하면서 지르는 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잠에서 깨면 어른들이 화를 냈죠. 그렇게 우리의 밤 경기, 우리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끝이 났어요.



image.png [트리뷴] "우승은 조지아가 하겠습니다." -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기고문

디나모 트빌리시 아카데미에 입단했을 때부터 저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이 이 아카데미 출신이거든요.


하지만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1군으로 올라갔을 때, 선수들이 '이제 이런 애랑 같이 뛰어?'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어렸고 아무도 모르는 존재였죠. 겨우 15살 정도였어요. 이제 이런 애랑 같이 뛰면 지겠구나라고 뒤에서 수근대는 걸 들었어요.


저는 울고 싶었죠. 내가 정말 못하나 싶었어요. 그러다가 마음을 먹었죠. 내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그때부터 멘탈이 단단해졌고 동기부여가 됐어요. 그렇게 제 실력은 성장했습니다.


그렇게 17살이 됐을 때 모스크바로 갔어요. 어린 나이에 혼자 외국으로 떠나서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죠. 저도 가족을 떠나서 혼자 지내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훈련이 시작되면 전 생각했죠. '내가 왜 여기까지 왔지? 내 등에는 우리 가족의 이름이 새겨져있어. 그러니까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 가족들을 자랑스럽게 만들기 위해 뛰어야 해.'


팀에 사바 크비르크벨리아라는 조지아 선수가 하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감독님도 절 좋아해주셨고요. 거기서 정말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외로웠어요. 전 훈련장에서 혼자 살았고 친구 하나 없었어요. 다른 선수들은 전부 다른 동네에 살았어요. 훈련 시설이 깊은 숲 속에 있어서 엄청 무서웠죠. 밖에 들개를 비롯해서 야생동물들이 있어서 혼자 산책하는 것도 불가능했죠. 전 모스크바 시내도 한 번 안 나가고 매일 훈련장 안에서만 시간을 보냈어요.


밤에는 훈련장 불도 꺼졌지만, 전 혼자 추가 훈련을 했어요. 불 꺼진 곳에서 소리가 나니까 가끔씩 경비원이 와서 소리쳤어요. "지금 누가 잔디 위에서 뛰어다니는 거야?" 저는 그 깜깜한 곳에서 드리블을 치고 있었죠. 경비원은 좋은 분이었어요. 그 분은 맨날 이제 끝내라고 말하고 가셨죠.


하지만 축구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전 오로지 축구만 생각했죠. 그래서 매일 밤 혼자 훈련을 했어요.


image.png [트리뷴] "우승은 조지아가 하겠습니다." -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기고문

전 이렇게 생각했죠. 축구를 못해서 조지아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 가족, 내 조국이 지켜보고 있으니 열심히 노력해서 잘해야 한다.


모든 조지아 국민들이 항상 저와 함께 있습니다. 조국을 사랑하면 이런 마인드를 갖게 돼요. 내 조국과 나를 동경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할 수 있습니다. 전 언제나 그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2022년에 러-우 전쟁이 시작됐죠. 전쟁은 정말 있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전쟁이 시작됐을 때, 어쩔 수 없이 저는 구단에 떠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조지아로 돌아왔고 디나모 바투미에 입단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참 좋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경기장에서 뛰니까 신났어요. 콘크리트 바닥에서 공을 차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지만, 이제 더 이상 무릎이 까질 일은 없었죠.


나폴리 이적은 제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버지의 우상이 마라도나거든요. 아버지도 뛰어난 선수였고, 아제르바이잔 리그에서 뛰셨습니다. 어릴 때 항상 아버지가 뛰었던 경기 영상들을 돌려봤고, 제게는 아버지가 최고의 축구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항상 마라도나야말로 축구의 신이라고 하셨죠.


그래서 에이전트가 나폴리에서 제안이 왔다고 했을 때 저도 기뻤지만, 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셨어요. 마라도나의 클럽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하셨죠. 그래서 우리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바로 나폴리로 달려갔죠.



image.png [트리뷴] "우승은 조지아가 하겠습니다." -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기고문

나폴리에 입단했을 때, 동료 선수들이 노래를 부르라고 시키더군요. 저녁 만찬 자리에서 신입들이 노래를 부르는 게 전통이라고요. 김민재가 처음으로 나서더니 강남스타일을 불렀어요. 아주 잘 불렀어요. 제 부담이 더 커졌죠.


전에 루빈 카잔에 있을 때, 어떤 선수가 불렀던 노래를 인상깊게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에 이런 기회가 오면 나도 그 노래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그 노래를 부르자 나폴리 선수들이 신기한 반응을 보였어요. "너 똑똑한 친구구나? 나폴리 팬들에게 이쁨받으려고 그 노래를 골랐어?"


전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어요. 식사 후에 마리오 후이가 말해줬는데, 그 노래 제목은 Live is Life이고 마라도나 때문에 유명해진 노래라고 하더군요. 전 진짜 모르고 부른 거였지만 나폴리 팬들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운이 좋았죠.


며칠 동안 나폴리를 돌아다녔는데 어딜 가도 마라도나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70세가 넘은 노인분들도 저를 바로 알아보셨어요. "네가 크바라츠헬리아구나!" 그럼 저는 맞다고 답했죠. 조지아 리그에서 온 유망주인데다가 이름까지 어려운데 모두가 저를 알고 있었어요.


친구들한테도 항상 말하지만, 조지아 국민들과 나폴리 시민들은 거의 똑같아요. 축구를 너무 사랑하고 약간 미쳐있죠. 나폴리 사람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조지아와 정말 비슷해요.


나폴리 팬들은 뭔가 달라요. 스쿠데토 시즌에 유벤투스 원정을 마치고 나폴리로 돌아왔을 때, 팀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데 수많은 팬들이 하늘색 연막을 터트렸죠. 앞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버스 안에 있는데도 숨이 막힐 정도였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도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에 젖었죠. 저도 포함해서요. 마라도나의 클럽에서 뛸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합니다.



image.png [트리뷴] "우승은 조지아가 하겠습니다." -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기고문

조지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쉽지 않았어요. 자세한 건 설명하지 않겠지만, 다들 이해하실 거에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나폴리에서 뛰면서 조지아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으니까요. 나라 전체가 나폴리 경기를 지켜보고 있어요.


가끔씩 조지아에 돌아가면 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보여요. 믿을 수가 없었죠.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을 보면 동기부여가 됩니다. 이제 우리는 최초로 유로에 진출했고, 나라 전체를 기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모든 조지아 국민들에게 이건 꿈만 같은 순간입니다.


처음에 제가 조지아가 최고라고 말한 건 진심이지만, 사실 우리가 유로에 진출할 거라고 믿었던 사람은 없을 거에요. 물론 겉으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겠죠. 그래서 그리스와의 플레이오프 결승전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꽤 받았어요. 항상 그 경기만 생각했죠. 반드시 해내야 한다.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국민들을 위해서.


우리는 모든 걸 바쳤고 승부차기까지 갔어요. 전 승부차기는 언제나 반반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죠. 너무 긴장됐고 몸이 떨렸어요. 물론 우리에겐 최고의 골키퍼가 있었지만 그래도 떨렸죠. 마지막 키커가 성공하면서 승리가 확정된 순간, 전 쓰러지면서 외쳤어요. "시발! 우리가 진짜 해냈다!"


모두가 열광했죠. 경기가 끝나고 아내를 만났는데 라커룸에서 맥주 한 잔 했냐고, 취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전 그냥 기쁨에 취한 거라고 답했죠. 제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어요. 나라 전체가 소리를 지르며 춤을 췄죠. 경기 후에 호텔로 돌아갈 수도 없었어요. 경찰들도 통제할 수가 없었죠. 우리는 샤워도 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 무리에 섞여서 같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image.png [트리뷴] "우승은 조지아가 하겠습니다." -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기고문

우리는 조지아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그리고 이제... 물론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있죠. 왜 없겠어요? 왜 안된다고 하겠어요?


우리는 터키, 체코, 포르투갈을 상대합니다. 어려울까요? 물론이죠. 경기 후에 호날두에게 유니폼을 요청할까요? 아마도 그렇겠죠. 그는 제 우상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이기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축구공은 둥그니까요. 아무도 몰라요. 우리가 유로에 진출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아무도 없었죠.


이제 사람들은 다시 믿지 않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조지아에게는 가능성이 없다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예상한다고 말하죠.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예상한다고? 아직 조지아 국민들에게 물어보지 않으셨군요.


by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image.png [트리뷴] "우승은 조지아가 하겠습니다." -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기고문

https://www.theplayerstribune.com/posts/khvicha-kvaratskhelia-georgia-soccer-euros-seria-a-napoli-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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