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이 사태가 조금 복잡한 케이스인 것이 활동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터졌다는 점입니다. 아이즈원이 지난 1년간 얻어온 것(돈이든 인기든)을 칼처럼 딱 조작을 통해 얻은 수혜와 멤버 각 개인의 노력의 결과로 나눌 수가 없다는 거죠. 만약 데뷔하고 채 2주일도 안지났을 때 이런 사태가 터졌으면 깔끔하게 해산했을 겁니다. '데뷔'라는 '수혜'만 남아있는 상태니까 그것만 되돌리면 되니까요. 해산은 더럽혀진 경연 놀이에서 뜻하지 않게 얻은 수혜를 없던 것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지난 1년간 멤버들이 잠도 못자고 고생해 온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온 친일파 후손 3세대, 4세대의 재산을 더 이상 정부에서 압류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 가깝습니다. 그것이 진정 정당한 일인지 결정하기가 어렵거든요. 이 경우 욕을 먹어야 할 건 친일파 1세대 때 그들의 재산을 압류하지 못하고 방치해두었던 정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해산은 떨어진 연습생들도, 멤버들에게도 아무런 보상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즈원이 해산하면 떨어진 연습생들이 데뷔를 하고 잘 먹고 잘 살게 되나요? 멤버들은 이전처럼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서 연예계를 목표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해산으로 제일 이득을 보는 건 조작을 주도한 cj와 엠넷일 뿐이죠. 최소 비용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올바른 결과는 cj와 엠넷에서 프듀에 참여한 모든 연습생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주는 것입니다. 새 그룹으로 데뷔를 시켜주든(사실 이게 제일 맞다고 봅니다. 오프더레코드랑 계약시켜서 데뷔시켜주는 것), 어마어마한 보상액을 주든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그런 보상 말입니다. 그것이 제대로 '조작을 주도한 이'에게 '징벌'을 주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산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조롱글에서 주로 비유하는 것이 강원랜드 채용비리인데, 이 경우에도 제 생각은 동일합니다. 본인이 조작에 대해 모르고 있었고 꽤나 긴 시간을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에게 이익을 창출해주었다면, 회사에서 이 사람을 자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르긴 커녕 추가로 떨어뜨린 다른 면접자를 붙여줘야죠. 조작에 가담한 것은 회사와 부모입니다. 부모는 법에 따라 어마어마한 벌금이나 징역을 살면 됩니다. 회사는? 조작으로 돈 먹고 그동안 부려먹어놓고서는 걸리니까 해고해서 슬쩍 발만 뺀다? 이게 오히려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요?

어쨌든 여론과는 별개로 '해산'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놈들'에게 있어 '편한' 해결책이죠. 해산은 오히려 수혜자이기만 했던 멤버들을 또다른 피해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cj가 48연습생들에게 보상을 해주어야할 법적 근거나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굳이 96명의 연습생 모두를 케어해주려고 하지 않을 거란걸 압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cj의 향후 행보를 유의깊게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정말로 이 사태에 있어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서고 사죄에 나선다면 아이즈원이 활동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을 선택하여 멤버들을 버린다면 그들은 강력하게 비난받아 마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