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발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했어야 할까?[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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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24-05-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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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쓴 발해멸망전 글의 댓글들을 보고 있으면, 꽤 많은 분들이 발해의 허망하고 어이없는 멸망을

상당히 아쉬워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거란과 대등하게 싸우고, 서로 치고받고 하면서, 약간은 밀리는양상을 보였지만,

그래도 잘 버티던 발해가 예기치 못한 수도직공 한방에(물론 이 수도직공 역시 우연의 산물이었으며,

사실 발해의 심장부인 용천부가 비어 버리거나 하는 황당한 사태가 없는 이상 성공할 수 없던 작전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거란이 발해를 무너뜨린 것은 정말 우연에 우연이 겹친 완전 로또 대박급 사건이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그 황당사태가 진짜로 일어나버렸다는 것이죠.



심장부가 뚫려 버리고, 너무나도 허망하게 한민족의 역사상 있던 국가 중 제일 큰 나라가,

1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순식간에 망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게다가 그것도 힘이 다해서, 거란이 너무 강해서 망한 것이 아니라, 여력이 있고 주력병력도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비어있는 수도를 직공당해 망한 것이라 더더욱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 때 발해가 살아남았더라면? 발해가 망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상상을 많이 하시는 것 같고,

발해가 거란을 물리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발해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했어야 할까? 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십니다.


저 역시 발해사를 공부, 연구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발해가 망한 것을 매우 슬프게 생각하고, 발해가 만약 더 오래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만주라는 지역이 좀 더 오래 남아 있지 않았을까. 혹은 잘만 하면 아직도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도 했고, 그럼 어떻게 했었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모두 해 보았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내용의 웹소설도 존재

했던 것으로 압니다.




사실 역사를 공부, 연구하면서 IF라는 주제, 그리고 이랬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은 금기에 가깝습니다.



역사에 만약은 존재하지 않고, 만약을 생각해 보았자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혼자 망상하고 그것으로 자신이 좋아하던

나라에 대한 자기위로를, 그리고 정신승리를 하는 것 뿐이니까 말입니다. 헛된 짓이고, 헛된 생각이고, 의미가 없다는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연구자라는 특성상

IF 자체를 거리를 두고, 금기시 해왔지만 그렇다고 제 자신이 흥미도 취미도 감성도 없는 로보트는 아닙니다.

저도 당연히 재밌는거 좋아하고 하고싶은거 하고 싶죠.



그래서 이번 파트를 쓸 때 많은 분들이 아쉬워했던 주제로 두개를 다루어 보려 합니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1.발해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2.발해가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 정도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오늘 다룰 내용은, 저 전자의 내용인발해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입니다.






이번 글은 딱딱한 역사글, 사료검토와 검증이 주가 아닌, 제 흥미, 제 주관 위주의 글이기 때문에,

IF놀이나 흥미위주의 글을 싫어하시는 분은 딱히 보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쉬어가는 타임 같은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제 생각 위주이니 사료 역시 별로 들어가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제가 쓴 발해멸망전 글을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보고 나서 이것을 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발해와 거란의 마지막 충돌을 알린 사건인 924년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https://www.fmkorea.com/6844051571


https://www.fmkorea.com/6844149065



이 글(918~924까지의 발해의 행동)을 보면, 924년 당시 발해가 취한 행동들이 대략적으로 나옵니다.



혹자들은 이 때 발해가 공격을 하지 않고 차라리 전력을 보존했으면 어떨까? 라고들 하시더라고요.

공격을 해서 성공은 했는데, 이후 거란의 분노의 반격으로 인해 925년의 참사가 이어지니까 말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924년의 공격은 불가피한 공격이었습니다. 윗글에도 나오는데, 요양고성을 수리하여

민호를 옮겨 보내고, 계속 요동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빼앗고 알박기를 하여 발해를 공격하려는 수작을 부리는데

거기서 가만히 있으면 호구인 거죠.



게다가 거란이 계속 요동으로 전진해 와서 슬금슬금 발해를 어떻게든 뚫어내려하는 이 때,

발해는 거란을 막기 위해서는 막힐-부여-장령-요동의 방어선이 계속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발해가 거란과의 전쟁에서 요동 다수를 빼앗기거나 완충지대로 남겨놓은 한이 있어도, 요동 전부를 내주지 않고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던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란의 요동에서의 확장은, 결국 발해령 요동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뜻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요동이 아예 거란에 넘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 위에 언급했던 막힐-부여-장령-요동의 방어선 자체가 의미없게 됩니다.



아래쪽 방어선(요동방어선)이 날아간 시점에서 위쪽의 방어선이 건재해 봤자, 방어선이 뚫린 곳으로 들어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며, 그 뚫린 방어선을 비집고 들어갈수 있는루트만 제대로 확보한다면 이제 거란 입장에서는 위쪽의 기존 건재한 방어선(장령-부여-막힐 방어선)은 무시해도 됩니다.


따라서 요동이 뚫리면 기존의 방어선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며, 국경방어선의 기능이 없는 내륙인 압록부가 그대로 위험에

노출되어 버립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거란군의 더이상의 내륙진입을 막기 위해 924년의 선제공격이 이루어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발해 입장에서도 이길지 질지 점 칠수도 없는 상황에서 전력을 더 모으고 힘을 더 모으고 싶었을 겁니다.


발해지도.jpg 발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했어야 할까?

이해를 돕기 위한 발해지도입니다.




하지만 거란이 계속 좌시할 수 없는 행위를 하고, 요동을 아예 통째로 차지하려는 시도를 하는데도 이것을 그냥 내버려 두면, 요동 전체가 거란의 손에 들어가서 결국 쓸모없어진 방어선을 넘어 압록부로 대규모의 거란군이 실제 역사보다 더 빠르게 들어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924년의 거란 선공은 더이상 거란의 진격을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문에 불가피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925년의 거란의 치명타를 얘기하기 전에, 댓글과 의견들 중에 이런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1.후당이랑 손잡고 거란을 치면 돼는거 아냐? 이존욱이 마침 야율아보기도 털어줬으니 후당이랑 연계해서

거란을 공격하면 거란은 양면전쟁이 되고, 손쉬워지는거 아닌가?


2.후백제나 고려와 동맹해서 지원군을 요청하면 어떨까?


3.일본에게 지원군을 요청한다면?


4.후당 말고 다른 중국의 지방국가들에게 sos를 친다면?


5.몽골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6.차라리 흑수말갈을 구워삶아서 거란에 같이 대항하면?





우선 1번부터 검토해 보겠습니다.



후당의 이존욱과 연계하여 거란을 친다.


매우 좋습니다. 실제로 후당의 이존욱은 야율아보기에게 엄청난 패배도 안겨주었으며, 자칫하면 야율아보기 역시전투에서 포로로 잡히거나 사살당할 뻔 하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 이극용의 일로 인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야율아보기 역시 원래 목표가 중원이었던 만큼, 이 둘은 안 부딪힐 수가 없는 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거란과 적대시하고 있는 발해가 후당과 연결되어 함께 동맹하여 싸우면 좋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게 불가능했을까요. 바로 제가 쓴 맨 위 글에서 나옵니다.



https://www.fmkorea.com/6844051571


https://www.fmkorea.com/6844149065




이 글에 제가 연구해 놓은 것을 보시면, 912년까지 발해가 후량에 열심히 사신을 보냅니다. 하지만 그 이후 뚝 끊어졌다가

924년에야 정권이 바뀌고 후당에 사신을 보냅니다. 거란이 맹렬하게 발해를 적대시하고 있어서 힘겨운 상황일텐데 말이죠.


저는 그 이유를 이 글에서, 912~913년 사이에 거란이 요동을 타고 내려와 압록강 하구 유역을 발해로부터 빼앗아서,

발해가 바다로 나갈 길을 막아버린 까닭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발해가 중국에 사신을 보내어 동맹을 하고,

연계를 하여 거란을 칠 수 있는 선택점 자체가 날아가 버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였지만,결국 발해는 중국과 연계하여 거란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12년이나 날리고, 924년에야 겨우 바닷길을 뚫었는지, 거란에게 빼앗긴 부분(압록 하구)을 일정부분 수복했는지 사신을 다시 꽤 보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때는 이미 버스는 떠난 후였고, 후당은 후당대로, 발해는 발해대로 손발이 안맞는 공격을 서로 산발적으로 하다가 그만둔 상태였습니다. 둘 다 거란과 싸우긴 싸웠는데 함께 싸운것도 아니고 사인도 안맞고 따로 친 거라 큰 효과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존욱은 922년에 이미 야율아보기에게 큰 승리를 거둔 이후 딱히 거란을 공격할 마음이 없었는지, 점점 혼자놀기와 방탕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 진짜로 이존욱이 발해에게 긍정적 대답을 하였어도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혼자놀기 끝에 926년에 처참한 결말을 맞게 됩니다. 차라리 이존욱이 일찍 죽고 그 다음 황제인 이사원이 일찍 즉위했다면 뭔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타이밍은 발해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후당과의 연계는, 발해가 너무 늦게 바닷길을 수복했으며, 이존욱은 이미 그때 맛이 가고 있었으므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2번을 보겠습니다.


2번 역시 댓글로 의문제기 하는 분이 많았는데, 생각을 해 보면 이게 왜 불가능한지 아실 수 있습니다.

우선 그 당시에는 고려와 후백제가 첨예하게 대립 중이었고, 여기서 이 나라들이 발해를 도운답시고 진짜로 군사를

파병하면, 그 병력의 빈틈과 공백이 상대에게 서로 기회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이 두 나라는 발해를 직접적으로도울래야 도울 수도 없었습니다. 내부 문제에다가 신라를 둘러싼 쟁탈전도 팽팽했고, 한마디로 제 나라 챙기기에도 바쁜 시절이었습니다. 자기 나라 건사하기도 바쁜데 남의 나라인 발해를 도울 군사를 보낼 수 있을리가요.




3번 역시 비슷한 취지로 불가능합니다. 일본 역시 자국 내에서 이민족들과의 싸움도 있고, 바빠 죽겠는데

그 험하고 어마무시한 뱃길을 뚫고 발해에 대규모 병력을 지원해줄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4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길도 막혀있고 타국들과 치고받고 하던 중국 나라들이 발해를 도울 수 있을 리도 없으며,



5번은 아예 이시기 몽골은 거란에게 먹혀버린 상태였습니다. 전설로 내려오는 용문전설에서도 거란군이 대패한 이후

거란이 아니라 몽골 방면으로 달아났다는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습니다. 919년에 몽골 오고부가 거란에게 통합되었기 때문에,

몽골은 거란의 통제를 받고 있었습니다.



6번은 제일 말이 안되는 선택지입니다. 흑수말갈은 발해 초부터 발해와 지겹도록 싸워온 존재이며,

발해는 틈만 나면 흑수를 복속시키려 시도했고, 흑수는 틈만 나면 발해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2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구워 삶을 수 있으면 벌써 구워 삶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흑수가 발해가 혼란에 빠질 마다

들고 일어나 이탈한 것을 보면 흑수는 발해 입장에서 믿을 만한 대상으로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며 흑수 역시

그 생각은 같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발해를 돕긴 커녕 칼을 들이밀지나 않으면 다행인 상대입니다.

실제로 흑수는 815년에 발해에 재복속된 이후 924년 말경에 발해에 등을 돌리고 반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거란과 관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진짜로 흑수가 발해에 들고 일어났다면, 발해멸망전

당시에 흑수와 맞닿은 말갈 지역의 부들(철리부, 회웜부, 안원부, 동평부, 솔빈부 등)이 전부 움직이지 못했던 것은

상황에 따라 적으로 변할 수 있는 흑수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고 추정도 가능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살펴보면, 발해는 외부의 도움 자체를 받을 수 없고, 924년 당시 상황 역시 상당히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그럼, 외부의 도움이 없이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할까.라는 것을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후당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면, 924년에 전쟁을 개시하기 전에 무얼 할 수 있을까? 하고

여러 가지 선택점을 세워 보았습니다.



1.홀한성이 위치한 용천부의 방어를 증강하고 군을 상시 배치해 놓아서 거란이 찔러보기 힘들게 거점들에 군을

곡하게 배치한다. 수군을 홀한성 근처 목단강 지류에 배치시켜 언제든지 홀한성을 포위하면 옆에서 칠 수 있도록

준비한다.


2.이게 힘들면 아예 팔련성으로 수도를 옮겨 버려서 거란이 급습을 할 수 없게 만들고, 만일을 대비해서 후당에

칭신하는 한이 있더라도 거란과 발해가 전쟁이 일어나면 거란을 쳐 달라고 요청을 한다.


3.흑수말갈에게 양보를 하고 독립을 인정하던지 하고 흑수말갈 방면의 말갈 병력을 데려와서 거란을 상대하는 데에

합한다.


4.요동의 남은 발해령 거점에 정예군이 포함된 주력군을 배치한다.


5.막힐부에도 주력을 배치하여 거란의 중앙이 빈 순간 언제든지 거란을 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6.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나라 안에서 암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대야발계 구왕족을 모조리 죽여버리던지 숙청하고 시작한다.


7.무슨일이 있어도 부여부에 주둔한 주력군은 빼지 않는다.



등등의 선택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중 제일 중요한 것은, 1,2,6번이라고 봅니다.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다 함께 해 보았으면 합니다.




저라면, 발해가 924년의 야율아보기의 침입을 격퇴한 다음, 재빨리 후당에 사신을 보내어 거란을 공격해 달라고

요청하고, 동시에 거란에 첩자를 보내어 유언비어를 퍼트려서 거란에 혼란을 심은 다음, 요양의 남은 발해령에

주력군을 배치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요양에 주력군을 배치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로, 주둔군 자체를 방어용으로 써먹을 수도 있으며,


둘째, 거란군이 요동과 압록의 중간에 배치한 이 병력을 무시하고 압록부를 칠 수가 없습니다.


세번째는 여차할 경우에는 거란으로 진격을 해 버리기도 쉽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막힐부에 주력을 더 배치하여, 거란이 병력을 엉뚱한 데로 옮기거나 빈틈이 하나라도 생길 시,

바로 군을 보내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합니다. 924년에 승전하여 분위기가 좋아지고 기세가 오른 그때,

발해 정부가 무엇을 한 지는 자세하게 알 수 없지만, 전면전을 먼저 건 상황에서 저 위의 항목 중에 적어도 1,2,4,5는

이루어져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924년의 요주 공격은 더이상 거란이 발해령 요동을 잠식하는 것을 좌시하다가는 큰일 날 것을 깨닫고, 준비가

충분히 되던 말던을 떠나서 발해가 위기감을 느껴 순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앞뒤 재지 않고 거란을 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발해 정부 역시 전쟁을 준비하고 집안단속을 하는 면은 보여주었지만, 제가 생각한 것은, 그 준비가 다 끝나기도 전에 거란이 발해령 요동을 생각이상으로 잠식해 버려서 위기가 닥쳤고, 그래서 완전히 준비되기도 전에 거란을 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고도 924년 말에 벌어진 3차례의 야율아보기의 공격에 발해가 승리하고 거란군을 격퇴했다는것은, 발해의 국가역량이 생각외로 강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또한 저는 정부에 비협조적이고 잠재적인 적으로 남아있는 대야발계 왕족들을, 924년이 가기 전에반드시 정리하거나 죽여버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하지 않고 내부에 위험요소를 남긴 상태에서 부랴부랴 전쟁에 나섰다는 것은, 이 역시 발해가 의도한대로 전쟁준비를 다 끝마치고 거란을 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간접적인 요소입니다.



그리고 후당에 필요하면 칭신을 하고, 거란을 나눠먹을 것을 약속하고 거란을 함께 치는 약속을 반드시 받고,

승기를 잡은 이상 위에 말한대로 주력군을 나누어 배치하고, 요동과 압록강을 막아서 거란에 대비해야 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925년에 일어난 야율요골의 원정에서, 거란군은 발해군을 물리치고 기어이 내륙인 압록부를 침공하여 4개 주 중

2개를 함락하게 됩니다. 이것은 발해의 거란 대응이 생각외로 부실했으며, 924년에 준비가 끝나기 전에 충동적으로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전쟁을 먼저 걸어놓고 왜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며,동시에 거란군이 쌘 건지, 야율요골이 매우 영민한건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쟁 시작을 하면서 국내 불순분자들을 숙청하지 않은 대가는 925년에 나왔습니다.


발해가 전쟁에서 밀리고 압록부 절반이 함락당하자마자 반역자로 추정되는 대야발계 관료들이 정황상 반란을 일으키고

타국으로 달아나는 사태가 터집니다. 그리고 그 반란을 막기 위해 안 그래도 철저하게 병력을 써야하는 발해 입장에서

무의미한 희생과 병력손해가 나왔을 테고, 그로 인해 구멍을 메꾸기 위해 병력배치도 바꾸고, 빈틈이 생겼을 겁니다.


그걸 잘 찌른게 926년 멸망전이고, 발해가 아직 병력도 충분히 남아 있는데도 허무하게 망해버린 이유라고 보고 있습니다.


925년에는 적어도 대야발계를 숙청하고 병력이동을 신경써서 해야하는데, 정황상 거란과 제일 최전선으로 맞닿아

있는 부여부의 병력까지 차출해서 방위에 나서야 했다면, 925년의 압록부공격과 그 이후 벌어진 반란이 발해 정부에게

상당히 위협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로 생각해보자면, 내부에 엄청나게 심각한 반란이 터지거나,

아예 우리나라가 방위를 못한 곳으로 적의 주력이 온 정도가 아니면, 휴전선 바로 앞에 있는 정예군 일부를 뒤로 돌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925년의 환란이 모두 끝난 시점에서, 발해는 거란에게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병력손실은 상당하고, 국내는 만신창이가 되었으며, 남아있는 주력군들은 압록부로 대다수 배치하고,

기존의 최전선인 막힐부와 부여부는 병력차출 때문에 상당히 비어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그리고 수도의 천도 자체는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시점까지 수도를 팔련성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결국 수도 옮기기는 이제와서 힘듭니다. 늦은 겁니다.

결국은 용천부의 방위를 제대로 하고, 부여부의 빈 병력을 채워서 다시 방비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거란이 바로 이 부여부의 빈 병력을 채우는 시점, 혹은 노상에게 3만을 주어서 방어선을 치고 시간을 벌기 위하여 보낸 시점에 거란이 타이밍 좋게 재수없이 쳐들어와서 수도까지 일직선이 뚫려 버려서 망한 만큼, 3만의 지원군을 더 일찍 보냈던지, 아니면 하다못해 봉화라도 있었다면 부여부의 함락을 알아 차릴수 있을테니, 부여부 지원을 포기하고 그 병력을 용천부 혹은 홀한성에 배치했다면 멸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정황상 기록을 보면 발해주력군이 장령부, 압록부 두군데나 쓸데없이 많이 내려가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 수많은 군 중 최하 한개 군 이상은 용천부를 지키던지, 부여부를 지켰어야 합니다. 군 배치를 잘못 한 것도 큽니다.


물론 야율요골이 다시 압록부로 들어와서비집고 다닐 수 있다는 우려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아무리 보아도 비어 있는 부여부가 문제였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또한 상술했던, 흑수와의 관계에서 흑수를 인정하거나 영토상실을 감수하고 일시 화친을 맺은 다음 흑수를 견제하는 말갈 병력을 돌려서 대 거란전에 합세시키고 부여부와 용천부를 째빠르게 틀어 막았다면 926년의 비극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리 되면 굳이 팔련성으로 천도할 이유도 없고 말입니다.


아니면, 매뉴얼을 정해서, 수도가 뚫릴 때를 대비해서 봉화 같은거로 상시 연락을 하다가 수도가 만약 급습으로 뚫리면 지방군들이 연락해서 모여서 적을 자동적으로 무찌르기 위해 모이는 시스템이라도 만들면 좋지 않았을까 하네요.


결국, 거란군이 개전 이후 완전 빠른 속도로 달려왔기에, 수도급습에 대한 대비가 덜 되어 있는 까닭에

어어어~ 하는 사이에 홀한성이 뚫려버린 것이 발해멸망의 근본적인 이유인 만큼, 발해 정부도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책임이 큽니다.





결국 발해가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했는지 제 나름대로 집어 보면


1.전쟁을 걸기 전에 불온세력을 숙청해야 한다.


2.거란에서 발해로 진격할 수 있는 거점은 모조리 틀어 막는다.


3.용천부의 방위를 철저히 하고 적이 함부로 홀한성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이게 안되거나 힘들면

팔련성으로 천도를 한 다음에 전쟁을 한다.


4.후방의 문제인 흑수말갈과 일시화친을 한 다음 흑수말갈을 견제하던 병력을 데려와서 거란에 맞서는데 합친다.


5.후당에 연락을 하여 어떻게든 양면전선을 만들고 발해가 거란을 상대하는 동안 후당이 거란을 치도록 유도한다.




여러분의 생각과 의견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이번 글은 가볍게 흥미 위주로 짧게 쓴 글이라 이만 쓰고,

댓글로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받아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글 예측과 평소 제 댓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발해가 이 때 거란에게 살아남았다면 오히려 그 이후가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댓글분들이 고려의 존재, 그리고 고려와 발해는 서로 고구려를 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정통성은 발해가 훨씬 앞선다는 것을 간과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시는지는 모두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잘못하다가는 발해에 이를 가는 거란과, 고구려의 정통성

때문에 발해와 대립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고려와의 결원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 글은, 발해가 이 당시에 망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무슨 일이 후에터졌을까를 나름대로 예측해 보는 글이 되겠습니다.



이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위에서 당부했듯이, 철저한 사료검증과 분석을 통한 글이 아니라, 제 생각을 얘기하는 한담같은 글입니다.

너무 팩트 위주로 따지기보다 각자 생각을 말해보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쓴 글



발해멸망전 관련


발해멸망전 고찰 1편. 멸망의 전조

-https://www.fmkorea.com/6837781243


발해멸망전 고찰 2편. 925년 이전의 발해 정치상황

-https://www.fmkorea.com/6840383814


발해멸망전 고찰 3편. 공백의 5년(913~918)

-https://www.fmkorea.com/6841829328


발해멸망전 고찰 4편. 918~924년까지 발해는 과연 무엇을 했을까?(상편)

-https://www.fmkorea.com/6844051571


발해멸망전 고찰 4편 (하편)

-https://www.fmkorea.com/6844149065


발해멸망전 고찰 5편

-https://www.fmkorea.com/6846820595


발해멸망전 고찰 6편 - 925년 반란설 상

-https://www.fmkorea.com/6849396028


발해멸망정 고찰 6편 - 925년 반란설 하

-https://www.fmkorea.com/6850618504


발해멸망전 고찰 7편 - 마지막 순간(상)

-https://www.fmkorea.com/6862001225


발해멸망전 고찰 7편 - 마지막 순간(중)

https://www.fmkorea.com/6866011369


발해멸망전 고찰 7편 - (하)

-https://www.fmkorea.com/6867818441


발해 멸망전 고찰 8편 - 상

-https://www.fmkorea.com/6885806282


발해 멸망전 고찰 8편 - 하

-https://www.fmkorea.com/6965885593


발해 멸망 이후 대씨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이유 - 상

-https://www.fmkorea.com/6969129451


발해 멸망 이후 대씨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이유 - 하

-https://www.fmkorea.com/6969901818


발해 멸망의 의문점 고찰 상

-https://www.fmkorea.com/6865875091


발해 멸망의 의문점 고찰 하

-https://www.fmkorea.com/6879404408




발해, 그 이후(발해잔존세력사)



시작 및 예고

-https://www.fmkorea.com/6978216242


발해 정부 붕괴 직후 상황

-https://www.fmkorea.com/6978958316


후발해에 대하여

-https://www.fmkorea.com/6979120816


정안국이 반역으로 세워졌을 가능성에 대하여

-https://www.fmkorea.com/6984650484


정안국과 백두산 폭발

-https://www.fmkorea.com/6986691160


970~981년 사이 정안국의 미스터리

-https://www.fmkorea.com/6990420603


정안국 파멸의 카운트다운

-https://www.fmkorea.com/6996251522


정안국의 몰락과 연파의 재등장

-https://www.fmkorea.com/7004684278


올야국 1편

-https://www.fmkorea.com/7011098732


올야국 2편

-https://www.fmkorea.com/7017905527


포로모타부 1편

-https://www.fmkorea.com/7022353450


포로모타부 2편

-https://www.fmkorea.com/7036443288




발해멸망전을 제외한 다른 글들



5경 15부 62주에 대한 오류 가능성 검토

-https://www.fmkorea.com/6797762364


발해 국호는 발해가 맞습니다

-https://www.fmkorea.com/6801049872


무왕과 대문예의 형제싸움으로 인한 나비효과

-https://www.fmkorea.com/6804185836


발해사 최대의 미스터리, 882년 정변설

-https://www.fmkorea.com/6807940225


'886년 사건'의 진실에 대하여

-https://www.fmkorea.com/6809313438


'쟁장사건'은 왜 일어났을까

-https://www.fmkorea.com/6810052709


'등재서열사건'은 왜 일어났을까

-https://www.fmkorea.com/6812375697


전설과 설화로 살펴본, 발해 문왕 시기의 어두운 면

-https://www.fmkorea.com/6814511926


발해 멸망의 시발점, 폐왕 대원의의 정변 (1)

-https://www.fmkorea.com/index.php?mid=mystery&category=15037454&document_srl=6817289827


대원의 정변 2편

-https://www.fmkorea.com/index.php?document_srl=6817562512&s_comment_srl=6817568874#comment_6817568874


문왕과 강왕의 관계에 대한 미스터리

-https://www.fmkorea.com/6817851720


폐왕이 문왕의 가족을 몰살시켰을 가능성에 대해.

-https://www.fmkorea.com/6817911871


대원의 정변 3편

-https://www.fmkorea.com/6819337509


대원의 정변 4편

-https://www.fmkorea.com/6820973328


대원의 정변 5편

-https://www.fmkorea.com/6821034193


발해의 군제

-https://www.fmkorea.com/6822795205


발해 선왕(상편)

-https://www.fmkorea.com/6824049857


발해 선왕(하편)

-https://www.fmkorea.com/6824625532


대이진의 찬탈 가능성에 대한 글

-https://www.fmkorea.com/6826837680


선왕과 대건황의 공통점

-https://www.fmkorea.com/6832473378


경박호와 모란강 전설로 본 대건황-대현석 시기의 불안

-https://www.fmkorea.com/6833752945


여러분이 발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12가지

-https://www.fmkorea.com/6892905999


발해에서는 과연 어떤 것이 났을까? 1편

-https://www.fmkorea.com/6894662330


발해에서는 어떤 것들이 났을까?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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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에서는 어떤 것들이 났을까?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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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에서는 어떤 것들이 났을까? 4편

-https://www.fmkorea.com/6907296365


발해땅이 추워서 농사가 안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https://www.fmkorea.com/6914123453


사료로 알아보는 발해의 고구려 계승의식

발해사신 수난기

대위해의 재위년도 오류 가능성

발해 인구를 소수로 잡는 의견에 대한 반박

-https://www.fmkorea.com/697169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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