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오늘은 빵린이 시점이 아닌 빵린이를 데리고 축구장을 다니는 제 시점의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1. 10살짜리 아들래미와 축구장을 갈려면 예약전에 무슨요일 몇시 경기가 있는지 아들에게 알려주고 서로의 일정을 공유해야 합니다. 빵린이도 10살이 되기 시작하면서 친구들과의 약속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웬지 2년뒤면 친구랑 다닐것 같은 느낌입니다.

2. 대전-수원FC 경기가 열린 어제, 대전은 호우주의보 였습니다. 비오는날 우비입고 여러번 직관한 빵린이지만 호우주의보는 처음이라 고민하길래 "이승우 안나와!!" 라고 알려줬더니 빵린이 "그럼 대전이 2:0"으로 이기겠네 라며 바로 유니폼을 입네요?

비가 얼마나 왔으면 마스코트도 실내에서 대기

그리고 대전은 0:2로 졌죠!! 이승우 선수 안나와서 천만 다행입니다! 이날 못볼걸 볼뻔했어요!

3. 사실 이날은 빵린이보다 제가 더 가고 싶은 경기였습니다! 어제 아침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고1때 비맞으며 농구하고 이긴뒤 신나서 비맞으며 집까지 걸어온 이후로 20년 넘게 일부로 비를 맞아본적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갑자기 비를 맞아보고 싶어어요. 비맞으며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이날 경기를 가보고 싶었습니다.

4. 하늘에 구멍난것마냥 비가 몰아치는데 콜리더, 응원 현장팀 다 우비를 안입고 90분 내내 열심히 응원 진행 하시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콜리더님보다 물먹은 대형 깃발 흔드시는 분들이 더 힘들어보여서 안쓰러웠습니다.

빵린이도 물먹은 깃발은 흔드는건 힘들다고 올해 자제 제작한 깃발대신 작년 MD 깃발 들고왔는데, 그것도 우비소매 사이로 물들어온다고 흔들지 않고 차렷자세로 응원만 했었든요.

5. 근처에 계신 소모임분들도 우비 안입고 응원하시던데, 경기를 지고 있어도 비를 맞으며 함께 응원하는 흥에 취해 90분동안 웃으시며 응원하는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전 옛 추억에 비 맞으러 온건데 난 내가 좋아하는걸 저렇게 열정적으로 해본적이 있나? 그 님들은 정말 본인이 좋아하는걸 저렇게 즐기고 있구나 라는게 참 부러웠습니다.

6. 켈리 캔맥주 한캔 가지고 혼자 오셔서 우비입고 비맞으며 응원하시면서 맥주드시던 저희 옆에 계시던 분. 켈리 맥주가 그렇게 맛있어 보이는적은 처음이예요. 이런게 스포츠 직관의 매력인것 같아요

7. 개인적으로 황선홍 감독 취임후에 이민성 감독의 무지성 크로스와 달리, 조곤조곤 패스하며 상대 골문까지 공을 끌고 오는 모습을 보며, 이번엔 어딴 공격을 할라나? 생각하며 결과를 보는건 참 재밌는것 같습니다. 미식축구처럼 축구도 정말 다양한 전술이 있는것 같아서요.

물런, 대전은 잘 가지고오면 뭐해!! 마지막에 공격수가 슛을 하도록 패스를 못해주는게 황선홍 감독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문제 같습니다. 경기력 측정기 빵린이는 전반 30분에 처음으로 앉았습니다.

8. 호우주의보에도 불구하고 5천여명의 팬들이 우비입고 찾아왔는데, 0:2로 패배를 하고, 김천전에 이어 2연패를 한 대전!

이렇게 비가와도 경기가 계속 진행되나? 싶을 정도로 비가오는데도 대전팬들 열심히 응원하다가

경기후 정신차려 대전! 콜을 한 대전팬들. 강등을 바라지않는 애증의 마음이겠죠.. 제가 40년 롯데팬이라 그 마음을 잘 아는ㅜㅜ 크흑 ㅜㅜ

9. 경기후 수원FC 걸개! 수 걸개만드시는분들이 센스가 좋은듯.. GG ㅋㅋ 적흰걸개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선안넘으면서 긁는법을 아시는것 같아요

10. 경기장에서 글 잘보고 있다며 빵린이에게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빵린이가 낯도 조금 가리고, 우비에 물이 들어와서 찝찝하고, 경기져서 짜증나는 상황이라 앞에선 부끄부끄 했는데, 차안에서 나한테 인사해줬어! 라고 좋아했으니 용기내셔서 인사주셨는데 빵린이의 무심한 반응에?? 서운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11. 오늘 경기를 이겼으면 호우주의보 뜬 장마철에 아빠랑 비맞고 축구보러가서 이겼는데!! 하며 평생 추억거리 하나 생겼을텐데. 이날 빵린이는 비를 많이 맞고 경고도 져서 기억도 하고 싫다고 하더라구요. 집에 오자마라 코골고 잠들아서 지금도 뻗어 있는데, 잠자는동안 인사이드아웃 만화처럼 기억 건너편으로 바로 저멀리 날려버릴것 같아 웬지 아쉽습니다!

12. 마지막으로 게시판에 적었던 빵린이와의 직관글에 가족이 같은 취미를 공유하면 좋은점, 아이와 가까워지는법을 알려주시고, 아이와 함께 대전을 응원할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받은것 같아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음주 내가한다!강등! 멸망전에서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