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태국판 삼국연의와 도원결의 [28]

페이지 정보

작성자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4-06-13 12:43

본문

들어가며

(아래 3줄 요약 있음)



오늘 점심 때 읽었던 삼국지 관련 글 하나

https://www.fmkorea.com/7133631664


image.png 태국판 삼국연의와 도원결의

보니깐 저 말이 태국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하던데


'태국'과 '삼국지'의 조합이 그냥 좀 이상해 보였음




그래서 찾아보니깐 태국도 옛날부터 삼국지가 엄청 인기가 있었다고 함.


(물론 중국인 사업가가 만들긴 했지만) 태국 파타야에 삼국지 테마공원이 조성될 수 있었던 것도


삼국지가 태국에서 상당한 인지도가 있기 때문인 듯함.


image.png 태국판 삼국연의와 도원결의


심지어 1950년대에큭릿쁘라못이라는 태국의 유명한 소설가가


삼국연의를 조조 중심으로 재해석하여 <조조: 영원한 영도자>라는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함.



image.png 태국판 삼국연의와 도원결의


대충 그 내용이 '조조는 어떻게든 어지러운 세상을 개혁하고 평화를 되찾으려고 노력하는데


유비놈은 권력에 대한 야욕 때문에 끊임없이 사람들 뒷통수를 후리면서 세상을 어지럽혔고


결국 유비놈 때문에 하나의 나라가 세 나라로 갈라졌다'는 식으로 그려짐.



이처럼 조조에 대한 재조명도 꽤 빨랐던 것 같음



태국판 삼국연의, <쌈꼭(Samkok)>의 탄생과 인기

태국에서는 삼국지 혹은 삼국연의를 가리켜 '쌈꼭(Samkok)'이라고 하는데,


보니깐 중국어 '삼국(三國)'이 변용되어서 고유명사가 된 듯함.



태국에 삼국연의가 처음 번역된 것은 18세기 전후라고 함.


17세기 말부터 18세기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태국 내 중국인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삼국연의가 소개되었고 번역됨.



이때 그 인기가 상당했던 터라


귀족이라면 삼국연의 필사본을 꼭 소장해야 하는 게 국룰이 되어서


지금도 그 필사본이 엄청나게 많다고 함.



그러다가 19세기 중반에는 미국인 선교사 브래들리가


인쇄본으로 삼국연의를 대량 발간하면서 더욱더 확산됨.




그 결과, 1902년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읽기 교과서에 '적벽대전' 관련 내용이 실렸고,


그 이후로도 (이야기가 달라지긴 했지만) 삼국연의 내용이 교과서에 반드시 실림.


(2000년대에는 장판파에서 조운이 아두를 구출하는 내용이 실려있었다고 함.)




이 과정에서 각종 오역과 이본들이 넘쳐나다보니


1928년에는 태국 왕실 차원에서 표준판 삼국지(태국어로 '쌈꼭')를 만들었다고 함.


image.png 태국판 삼국연의와 도원결의


그 베이스는 모종강본 삼국연의고,


18세기 필사본의 원본이랑 19세기 브래들리의 인쇄본 초판 등등을 토대로 했다고 함.




그런데 이 1928년 태국의 표준판 삼국지에는


번역 과정에서 동아시아와는 다른 태국의 지리/문화적 특성이 작동해서


우리가 아는 삼국연의와는 미묘하게 다름.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도원결의임.




협죽도 나무 아래에서...


도원결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복숭아꽃임.


분홍빛 복숭아꽃 활짝 핀 밭에서 세 사람이 제를 올리고

의형제 결의를 한 다음 진탕 술을 마시는 이미지임.

image.png 태국판 삼국연의와 도원결의



근데 태국에는 기후 때문에 복숭아 나무가 없음.

그래서 그런지 복숭아꽃 대신에 태국에서 흔한 '협죽도( Ito)'로 바뀜.

image.png 태국판 삼국연의와 도원결의

색깔이 비슷하니깐 나름 지리적 차이를 고려한 번역이 아닌가 싶음.


천명(天命)? 분깜()!

한편 동아시아에서는 '천(天)'이나 '천명(天命)'이라는 개념이 익숙함.

하지만 불교국가인 태국에서는 그렇지 않음.

완전히 낯선 개념임.


그렇다보니 하늘의 뜻이나 하늘과 관련하여 뭐라고 하는 장면들은 다 변경됨.


예를 들어 원소가 관도대전의 참패 이후 자식들을 껴안고 피를 토하면서 통곡하는 구절을 보면,

여기서 원소는 "하늘이 나를 버렸기 때문"에 조조에게 졌다고 이야기하면서

훗날을 기약하며 자식들에게 복수를 해달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함.


image.png 태국판 삼국연의와 도원결의


근데 태국에서는 그냥 "이번에 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 같다"로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자식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는 장면이 됨.

아예 '하늘'이 어쩌고 하는 장면을 삭제한 것임.



이렇게 '하늘'에 대한 부분을 삭제하기도 하지만 태국식으로 재해석하기도 함.


불교국가답게 태국에서는 '분깜'이라는, 일종의 인과응보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함.


('분'은 공덕을 뜻하고, '깜'은 업보를 의미함.)


태국의 전통신앙 속에 무수히 많은 신들이 존재하는데 그 신들도 이 분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함.




image.png 태국판 삼국연의와 도원결의


예를 들어 조조의 서주대효도(?)에서 도겸이 이를 보고 한탄하는 구절은 이렇게 처리됨.


"이 모든 사건은 나를 붙잡고 있는 깜(업보)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본래 이는 자신의 잘못 때문에 '하늘'이 벌을 내려서 무고한 서주 백성들이 죽임을 당한다고 한탄하는 내용임.


그런데 태국판에서는 자기의 전생 업보 때문에 서주대효도(?)가 발생다고 이야기함.


그 업보에 비하여 현생에서 공덕을 충분히 쌓지 못하였기에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임.



심지어 나중에 서주를 구원하러 온 유비가 도겸을 만나서 위로하는 부분에서도 '깜'이 언급됨.


"도겸 당신은 친절하고 정직한 사람입니다. 저는 당신이 장개를 시켜 조숭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전생의 깜(업보)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원래에는 '성품이 어질고 아무 잘못도 없는 당신이 이런 난을 겪다니...' 하면서 안타까워 하는 부분인데,


태국판의 유비는 그냥 네 전생의 업보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말함.



물론 저 말의 속뜻은 전생의 업보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위로하는 것이긴 한데,


문화권이 다른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그게 니 업보고 니 잘못이다'라고 비난하는 것 같음ㅋㅋ




부처님과 신들을 향하여 형제가 되기로 맹세를 했네


도원에서 천지신명에게 맹세를 하는 부분도 마찬가지임.



이 역시도 태국의 문화에 맞춰서 수정되었는데


천지신명의 개념이 낯설다보니,


유비, 관우, 장비가 부처상 앞에서 제를 지내면서 신들에게 의형제의 맹세를 한 것이 됨.



그 내용도 보면, '의(義)'에 대한 내용은 (서로에 대한) 성실함, 정직함의 의미로 바뀜.


이 부분도 아마 '의'라는 개념에 대응할 단어가 마땅히 없어서 그런듯 함.



그리고 그 맹세를 어기면 '하늘과 사람들'이 벌하는 것이 아니라,


신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본보기로 자기들을 죽일 것이라는 식으로 맹세를 함.



여기서의 '신' 개념은 서양의 신 개념보다는 정령, 귀신 이런 쪽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은데,


태국 문화를 잘 몰라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음



여하간 해당 구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음.



(장비가 말하길) “두 분은 저의 집으로 오십시오. 집에 정원이 있는데 아주 조용하고 협죽도 꽃이 만발해서 아름답습니다. (…) 우리는 부처님과 신들께 경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난 후 우리 3명은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하도록 맹세할 수가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 그들은 부처상 앞에서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며 제를 지낸다. 그 다음 그들은 각자의 충성을 맹세하며 말하기를,

“ (…) 우리는 증인이 될 모든 신들 앞에서 충성의 맹세를 합니다. 만일 우리 세 사람이 지금 이후로 서로에게 성실하지 않는다면 신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본보기로 우리의 목숨을 거두어가도 무방합니다.”



태국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대충 야외에서 이런 느낌의 상 앞에서 제를 지내고 맹세를 하는 듯함.


image.png 태국판 삼국연의와 도원결의


이처럼 그 내용 자체는 동일하긴 한데,


우리에게 익숙한 도원결의의 이미지와 좀 많이 다름.




대표적인 예로 도원결의를 가지고 왔지만 그 밖에도 많은 부분에서 미묘한 차이가 발생함.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좀 신기했음.





3줄 요약

1. 태국에도 삼국지가 유명하며, 1928년 태국 왕실 차원에서 삼국지 태국어 표준판을 만들었다.

2. 1928년 태국판의 도원결의는 복숭아밭이 아니라 협죽도 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이루어졌다.

3. 1928년태국판의 유비 3형제는 천지신명이 아니라 부처와 신들에게 제를 지내면서 의형제 맹세를 했다.




출처


이 글의 태국판 삼국지는 1928년판 태국의 표준판 삼국지 기준이며,


다음 논문의 내용을 재구성하면서 일부 내용을 보완한 것임.


Tientida Thamcharonkij, 「한태 양국의 『삼국지연의』 수용 비교를 통한 한국문화교육 연구」, 서울대학교 교육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6.



또한 태국판 삼국지 인용문은 Tientida Thamcharonkij의 박사학위논문에 인용된 번역본(2006)을 기반으로 하면서,


네이버 파파고 및 구글 번역을 통하여 번역한 일부 내용을 추가하고 살짝 다듬음.



※ 태국어도 모르고 태국 문화도 잘 모르기 때문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95,012건 397 페이지
커뮤니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5475 연예인
쿠로
6 19:40
17677 연예인
쿠로
8 19:39
49473 연예인
쿠로
7 19:36
65252 연예인
쿠로
4 19:35
46356 연예인
쿠로
7 19:29
64118 연예인
푸히헤헤햏ㅎ
5 19:28
94591 연예인
푸히헤헤햏ㅎ
11 19:26
11876 연예인
쿠로
8 19:23
64067 연예인
푸히헤헤햏ㅎ
6 19:22
78910 연예인
푸히헤헤햏ㅎ
9 19:21
83363 연예인
푸히헤헤햏ㅎ
8 19:20
93173 연예인
고기먹는스님
9 19:19
12558 연예인
고기먹는스님
11 19:18
11525 연예인
푸히헤헤햏ㅎ
13 19:17
10617 연예인
푸히헤헤햏ㅎ
8 19:15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