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Yeat - 209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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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94회 작성일 24-05-1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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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t - 2093


Yeat - 2093


장르 열풍에 뒤따르는 전염은 시대를 치환하는 상징적 대명사를 남기곤 한다. 1990년대의 이스트코스트 힙합과 G-Funk, 2000년대 애틀랜타 트랩에 이어 2017년의 사운드클라우드 & 이모 랩까지. 하지만 이 섬광의 반짝임 아래 등장한 예술가들의 목록을 상기할 때, 성공적으로 자리매김을 해낸 경우가 그리 예삿일은 아니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비슷하다.

Lil Uzi Vert의 싱글 트랙 “Just Wanna Rock”이 곧 저지 클럽 장르 전체를 대표하는 심볼로 여겨지고, 드릴의 슈퍼스타가 Pop Smoke에서 Central CeeIce Spice로 변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동안, 오늘날의 장르 유행이 급진적일지언정 새로이 개최된 파티에선 주로 신예들보다도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한 슈퍼스타들(Drake, Lil Uzi Vert )이 수혜를 받으며 자신들 몫의 케이크를 쓸어가곤 했다. 물론 언급한 예시처럼 규격을 벗어난 성공 사례들을 꼽을 순 있으나, 잠시 여유를 부리면 전과 다른 색의 빛이 네트워크에 번져 파급되는 상황이 다반사였다. 유행의 탈바꿈이 비약적인 속도를 자랑하며 걷어차인 사다리들이 흙바닥을 뒹굴 때, Yeat2010년대 후반을 풍미한 레이지의 빌딩을 올라 정상에 올라선 몇 안 되는 정예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Yeat를 당당히 현 위치에 오르게 해준, 그의 체급을 키워낸 최고의 원동력인 다작은 점차 매너리즘의 국면에 들어섰다. 이것이 Yeat의 인기나 성장이 끝물에 다다랐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저 그의 차기작이 <MorAftrLyfe>로 완성되는 트릴로지가 아닌, 필히 <Lyf><AftrLyfe>를 상회하는 무언가로 변모해야 함을 의미할 뿐이다. Yeat를 메이저의 반열에 오르게 한 힘은 분명하게도 여타의 수식어 없이 Yeat로서 존재하게 만든 그만의 의뭉스러운 견인력에서 비롯되었다. 때문에 그의 재능을 더욱 꽃피우기 위해서 이제는 기존 굴레에서 탈피해 좀 더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여야만 했다. 그런 비판적 시선에서 응시할 때, Yeat는 그 답으로서 상당히 유효할, <Enter the Wu-Tang (36 Chambers)><Midnight Marauders>로부터 백 년이 지난 뉴 밀레니얼 <2093>을 제시했다.

‘I live in 2093’. Yeat가 그토록 외쳐댄 외계 존재와 미래 시대의 이야기가 음악으로서 처음 등장했다. <스타워즈><매트릭스>에서 <인터스텔라><사이버펑크 2077>에 이르기까지 몇십 년 역사의 명목을 잇는 가히 전통적이고 익숙한 소재다. 때문에 주제의 참신함을 논하기엔 당치도 않으나, 완성된 교본과도 같은 단골 주제가 오늘날에도 건재한 이유는 동시에 <2093>의 방법론에도 귀를 기울이게 한다. 앞서 미래 시대를 다룬 선례 <Funcrusher Plus><Deltron 3030>가 존재하지만 <2093>은 엄연히 다른 매력으로 당당히 돋보이기 때문이다.

단계적으로 살펴볼 때 본작의 전면에서 귀를 사로잡는 것은 사운드의 품질이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Yeat의 부푼 야망에 힘을 싣는 프로덕션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전작들과 확연히 대비되는 부분은 주로 저음계 위주의 트랙들을 배치하며 강력한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사운드 요소들을 기저에 깔아두는 기법이다. 그 위로 가세하는 세부적인 요소들 역시 차별성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다수의 트랙에서 사용된 오케스트라틱 스트링 사운드가 눈에 띄고, 신디사이저의 강력한 디스토션과 리버브 효과를 동원한 백그라운드 사운드의 활용 역시 마찬가지다. “2093”의 강력한 신디사이저 디스토션, “If We Being Ral”“1093”의 도입부 스트링 사운드 및 신디사이저 멜로디 등, 그간 Yeat의 앨범에서 찾아볼 수 없던 걸쭉하고 몽롱한 분위기의 에스테틱이 앨범 내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조성하며 머릿속 트랙 코스를 활보한다. 그간 “IDGAF”, “Talk”, “Sorry Bout That”, “Mony So Big” 등으로 협업한 Yeat의 흥행 보증 수표 프로듀서 BNYX Trgc 대신, 본작에서는 그들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AM, Synthetic, star boy 등의 프로듀서를 참여시키며 이전보다 더욱 컨셉츄얼한 디스토피아 SF 블록버스터를 구현해냈다.

하지만 티타늄 개조체 껍데기를 뒤집어써도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사이보그처럼, Yeat를 둘러싼 배경의 인자들이 급변해도 그에게선 여전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가 기어이 자신의 앨범에도 외계 시네마틱을 구축했으나 새로운 테마를 시연하는 Yeat에게선 그리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큰 스타일 변화 없이 더욱 물 오른 기량을 선보이는 Yeat의 랩 퍼포먼스 덕분이다. 비록 미래지향적 주제의 클리셰를 따르며 짙은 분위기를 유지하기에 이전만큼 폭발적인 모습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꾸준히 성장한 Yeat의 역량은 여전히 그의 연설회장을 길길이 날뛰는 육성으로 점철한다. 급진적 실험에서 가장 확고한 중추가 된 Yeat의 랩 퍼포먼스는 모든 트랙들의 유기성을 총괄하는 뼈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때문에 그가 잃지 않은 오리지널리티, 속된 표현으로 Yeat의 지랄과 뻔뻔함이 변함없음은 상당히 괄목할 감상 포인트다. 루마니아계 백인, 외계 호소인, 터번과 페이스 마스크, 의중을 알 수 없는 무작위적 움라우트 표기, 프로덕션과 물아일체가 되는 뻔뻔하고 무드틱한 래핑까지. 앨범의 화자 Yeat는 카메라와 이어폰을 오가며 리스너들이 마주하던 모습 그대로다. 음악 외적으로 펼쳐온 CEO 캐릭터를 내세운 “Psycho CEO”, 고독한 통제자의 입장에서 허무맹랑한 전지전능을 과시하는 “Bought The Earth”, 물질주의적이며 헌신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ILUV”, 긴밀한 협력자들에게 헌신과 충성을 요구하며 부의 긍지감을 뽐내는 “Familiar”까지. 뒤바뀐 장르에서도 이질적일만큼 익숙함이 느껴지는 건 Yeat가 자신의 사이버펑크에 훌륭히 동화된 물아일체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Yeat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전위적인 본작에서도 그가 자신의 유니크한 캐릭터와 흥행 성공 공식 모두를 놓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Drake, Nicki Minaj, Kid Cudi, Lil Uzi Vert 등 메인스트림의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들이 줄곧 실망스러운 역량을 보여주는 요즈음, 주류에 속하는 아티스트에게 이렇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꽤 혁신적인 변신까지 매력적인 빛깔로 그려낸 Yeat<2093>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강력하다. 그의 예술적 진보가 Kanye West의 신보와 판매량 경쟁을 성사시킬만큼 성장한 Yeat의 행보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집착에 가까웠던 Yeat의 광기 어린 신비주의 컨셉은 <2093>을 통해 그의 음악에 녹아든 넌센스에도 설득력을 입혀내기 시작했다. 그를 트렌드에 편승한 잠깐의 스파크로 취급하는 의견들에게 이 웰메이드 사이버펑크 앨범은 유효도를 삭제시킨다. 이제 그의 소비층을 그저 컬트적인 추종자들로 취급하기엔 다소 곤란하다. 본작의 실험성이 앞으로의 Yeat에게 연장선이 될지, 혹은 일회성 이벤트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덕분에 <2093>의 뒤를 잇는 Yeat의 탈바꿈이 어떤 결과물로 찾아올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리스너들은 그를 진정한 예술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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