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반년 만에 다시 돌아온 걸그룹 숨은 명곡 플레이리스트이다. 이번 2024년 상반기 걸그룹 숨은 명곡 플레이리스트에서는 멤버 리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퀄리티 있는 수록곡으로 자신의 저력을 보여준 있지부터 10주년 앨범을 발매해 치열했던 6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베테랑 걸그룹 레드벨벳까지 걸그룹 열두 팀의 숨은 명곡을 찾아 선곡하였다.

물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걸그룹들의 노래를 소개하는 것이 이 컨텐츠의 기획의도이기는 하나, 있지나 엔믹스, 아이브, 레드벨벳같이 잘 알려진 걸그룹들의 노래더라도 타이틀이 아닌 수록곡이기에, 혹은 다른 이유로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이 존재하고 있다면 아티스트의 유명세 여부와 상관없이 수록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플레이리스트의 배치 순서는 앨범 발매일을 따른 것으로 결코 순위를 매긴 것이 아니며, 또 필자의 견해가 반영된 플레이리스트이다 보니 독자 여러분의 생각과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먼저 양해를 구한다. 부디 이 플레이리스트로 인해 독자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가 더욱 풍족해지길 바라며 서문을 마친다.

유튜브 재생목록

지니 재생목록

있지 - Mr. Vampire

미니 <Born To Be> (24.01.08.)

있지는 2020년 <Wannabe> 이후로 매 앨범마다 부침(浮沈)을 반복하고 여기에 최근에는 멤버 리아의 이탈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매 앨범마다 타이틀만큼이나 인상적인 수록곡들을 남기며 언제라도 반등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Mr. Vampire> 역시 그런 수록곡 가운데 하나이다.

먼저 타이틀 <UNTOUCHABLE> 처럼 역동적이지는 않지만 대신 유려한 전개로 시선을 잡아 끈다. 퓨처 알앤비와 힙합의 요소를 담고 있는 곡으로 부드러운 질감의 피아노 선율에 나른한 보컬이 제법 잘 어울린다. 지난 앨범의 <Bet on me>와 <None of my buisines>가 그랬던 것처럼 이 곡 역시 화려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있지 자신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이다.

엔믹스 - Break The Wall

미니 2집 <Fe3O4:Break> (24.01.15.)

엔믹스의 믹스팝 지향은 순탄치 못한 시작을 이겨내고 작년 미니 1집 타이틀 <Love Me Like This>의 음원 사이트 6위를 기점으로 점점 풀려나가는 모양새이다. 미니 2집 타이틀 <DASH> 또한 팀 역사상 첫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간 엔믹스의 믹스팝에 의문을 표하던 평론 매거진에서도 처음으로 호평을 받으며 믹스팝 지향의 명분을 얻어냈다.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니 2집의 마지막 트랙인 <Break The Wall> 역시 주목할만하다. 믹스팝과는 거리가 먼 팝 트랙으로 믹스팝 특유의 드라마틱한 반전은 찾을 수 없지만, 대신 그 구성이 꽤 치밀하다. 80년대의 향수를 간직한 신스웨이브를 엔믹스의 스타일에 맞게 제대로 재단하였으니 충분히 숨은 명곡이라 할 만하다.

위클리 - Stranger

디지털 싱글 <Stranger> (24.01.25.)

새로운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는 위클리가 지난 1월 공개한 디지털 싱글. 이 싱글에 앞서 발매했던 <나비동화>, <Memories of Summer Rain>와 비슷한 계열의 감성적인 곡으로, 미니멀한 팝록 스타일을 기반으로 희망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지난 2024년 1월 케이팝 싱글 리뷰에서도 짧게 다루었던 곡으로, 리뷰 당시에도 추천했던 곡을 다시금 가지고 왔다.

퍼플키스 - Heart Attack

미니 6집 <BXX> (24.03.19.)

데뷔 3주년에 맞춰 발매한 퍼플키스의 여섯 번째 미니 앨범 수록곡. 신디사이저를 기반으로 한 신스웨이브 트랙으로, 퍼플키스 여섯 멤버들의 화음으로 곡을 안정적이면서 유려하게 이끌어 나간다. 산뜻한 곡 분위기와 더불어 퍼플키스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도드라지는 곡으로, 지난해 하반기 걸그룹 숨은 명곡에서 먼저 소개한 <7HEAVEN>에 이어 퍼플키스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노래이다.

영파씨 -나의 이름은(ROTY)

미니 2집 <XXL (EP)> (23.03.20.)

올해 꽤 인상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걸그룹 영파씨의 두 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이번 플레이리스트의 유일한 랩송이다. 올드스쿨 힙합의 색채를 띠는 앨범 컨셉에 맞춰 만들어진 곡으로 칩멍크 소울 도입부에 영파씨 멤버들이 직접 작사한 가사가 붐뱁 스타일의 랩으로 진행되는 구성이다. 지난 데뷔 앨범 수록곡 <Posse Up>과 마찬가지로 영파씨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찾아볼 수 있는 곡이기에 타이틀 <XXL>과 더불어 이번 앨범에서 추천하고픈 노래이다.

아이브 - Blue Heart

미니 2집 <IVE SWITCH> (24.04.30.)

멤버 장원영이 직접 작사한 아이브의 미니 2집 수록곡 <Blue Heart>도 이번 플레이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데뷔 후 이어지던 나르시시즘 서사를 마친 후 새 출발을 알리는 앨범답게 앨범 타이틀과 수록곡 역시 새로운 시도로 가득한데 이 곡 역시 팀 디스코그래피 최초로 저지클럽 장르에 도전한다.

경쾌하게 이어지는 곡의 흐름과 잘 어울리는 가사가 돋보인다. 인트로부터 2개의 벌스와 프리코러스, 코러스, 그리고 브릿지를 거쳐 코러스와 아웃트로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틀을 따르지만 대신 신스 활용이 뛰어나 곡을 받아들이기 수월하다. 저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곡이 가지고 있는 중독성만큼은 <해야>와 <Accendio> 두 타이틀에 버금가거나 또는 그 이상이다.

트리플에스 - Midnight Flower

정규 1집 <Assemble 24> (24.05.08.)

2년간의 멤버 구성 프로젝트를 마치고 완성된 24인조 걸그룹 트리플에스의 첫 정규 앨범 수록곡이다. 트리플에스와 오랜 인연을 쌓아가고 있는 모노트리의 윤종성 작곡가가 작곡한 곡으로 타이틀 <Girls Never Die>를 비롯하여 수록곡인 <24>, <Non Scale>과 함께 타이틀 곡 후보에 올랐던 곡답게 좋은 만듦새를 갖추고 있다.

'Midnight'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조금은 몽롱하면서도 경쾌한 분위기로 요즘의 이지 리스닝 트렌드와도 부합하며, 멤버 김나경이 작사한 희미했던 나를 찾아 채울 공백 / 따사로운 아이가 될 필요는 꼭 없기에 / 시린 달빛 아래 꿈을 꿀래' 라는 프리 코러스 가사 역시 곡의 몰입에 도움을 준다.

아르테미스 - Butterfly Effect

정규 1집 <Dall> (24.05.31.)

이번에는 이달의 소녀의 서사를 기억하고 있는 팬과 리스너들이라면 반가울만한 곡을 가지고 왔다. 재결성 1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공개한 아르테미스의 앨범 수록곡으로, 미국 휴스턴 출신 싱어송라이터 바렛 마샬(Barrett Marshall)이 2017년 공개한 <Kaleidoscope (feat. Moon Water)>라는 곡을 아르테미스의 팀 컬러에 맞게 고쳐냈다.

아르테미스의 전신인 이달의 소녀가 2019년에 공개한 미니 1집 리패키지 앨범 타이틀 <Butterfly>가 간직하던 몽환적인 무드를 계승하여 팀의 서사와 컨셉을 공고히 한다. 또 이러한 서사와는 별개로 소리의 중첩을 잘 이용하여 매혹적인 전개를 이끌어내는 점 역시 돋보인다.

에버글로우 - ZOMB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