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이런 글이나

이런 글처럼 “미대입시에 실패한 예술가“ 라는 밈이 자주 보이곤 함.

그만큼 ”독재자가 아닌 예술가로써의 히틀러의 면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가끔 보면 "그의 그림은 구도와 투시가 엉망"이라거나

"빈 미술 아카데미 교수가 히틀러한테 그림 관두고 건축이나 하라고 했다"는등

히틀러의 그림에 대한 혹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음.

그런데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하다

건축이야말로 구도와 투시가 핵심적인 분야인데 그걸 못하는 사람에게 건축을 추천한다? 교수가?

모순 아님?

사실 억까와 다르게 히틀러의 그림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독학으로 공부했다는걸 감안하면 재능이 매우 뛰어난 편이고.

위는 히틀러가 진지하게 그린 그림의 예시인데, 딱 봐도 나름 훌륭하게 잘 그린 그림이라는 점이 느껴짐.

더군다나 구도와 투시에 관한 비판도 억까인게

위 그림이 대표적으로 “못 그렸다” 라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히틀러의 그림으로

이런식으로 소실점이 엉망이라고 함

그치만 저건 억까하기 위해 소실점을 이상하게 잡은거고,

제대로 그어 보면 2점투시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빈 아카데미 교수가 히틀러한테 예술 말고 건축을 하라고 추천했을까?

인물화를 못그렸다, 너무 건축물과 풍경화에 집중했다 등 지금와서 보면 여러 이유가 많지만

일단 히틀러가 건축쪽으로 가면 나름 괜찮을꺼 같아서 추천해 줬겠지.

히틀러는 건축학교에 못 갔다는게 문제지만

당시 건축학교는 실업고등학교를 나와야지 진학할 수 있었는데, 히틀러는 실업고 졸업장이 없어서 못갔음.

아무튼 빈 아카데미에서 “건축 ㄱㄱ”라는 말을 듣고 낙방한 히틀러는 한번 더 입학을 노려봤지만 다시 실패.

평전에 따르면 이 뒤로 히틀러는 순수미술 등단을 반쯤 포기했다고 여겨짐.

더군다나 히틀러의 그림 스타일이 당시(1910년대) 순수미술계의 유행과 동떨어지기도 했고.

1910년대는 모더니즘의 시대였고, 순수 미술계도 마찬가지였음.

상징주의의 클림트나

야수파의 마티스 등의 작가들이 활동하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현대미술”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던게 이 시기.

반면 히틀러의 그림 스타일은 신고전주의 화풍의 영향을 강하게 받음.

이런게 신고전주의 그림인데, 프랑스혁명기에 태동해서 1800년대에 유행함.

1910년대 당시 신고전주의 유행은 이미 백년은 지나 순수미술계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간주되었지.

하지만 순수미술계 등단에 실패했다고 히틀러가 예술가로서 능력이 부족했던 것은 절대 아니야.

오히려 히틀러는는 상업 작가로서는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음.

미술 아카데미 입시에 떨어진 후, 잠시 빈에서 부랑자로 살던 시절 히틀러는 ‘라인홀트 하니슈’라는 사람을 만남.

히틀러의 그림 실력에 주목한 하니슈는 둘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그림 엽서를 팔자고 제의함.

히틀러가 그리면 하니슈가 팔겠다는거였지.

이게 둘이 동업해 팔기 시작한 그림엽서들인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좋았음.

평전에 따르면 당시 히틀러가 그린 엽서 가격은 개당 5 크로넨으로, 현재 화폐 가치로 약 4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임.

비교적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엽서들은 불티나게 팔렸다고 함.

일각에서는 이 당시 히틀러가 그린 그림을 보고 “봐라 실력이 엉망이다” 라고 하는데

이 노이슈반슈타인 성 그림엽서를처음 올린 제대로 그린 그림이랑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음

이 당시 히틀러가 그린 그림들은 관광객들에게 팔기 위해 그린거임.당연히 빠르게 그려야 하고, 구도나 색감이 과장될 수 밖에 없지.

아마 이대로 순탄히 살았다면, 히틀러는 최악의 독재자가 아니라 나른 성공적인 상업 작가로 기억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함.

뭐 인종차별 언행같은걸로 구설수에 오르긴 했겠다만.

하지만 그의 삶은 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인해 완전히 바뀌게 됨. 예술가에서 군인, 정치인, 그리고 독재자로.

다만 히틀러는 예술가로서의 길을 포기한 뒤에도 그림은 꾸준히 그렸음.

이런식으로 1차대전에 참전했을 당시 전장을 보고 남긴 스케치들이 있는가 하면

독재자가 된 후에도 디즈니 작품을 보고 낙서한 것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음.

1줄요약

1. 히틀러 그림 못그렸다는건 억까고, 실제로는 꽤 쳤음.

+ 내용추가

나중에 독재자가 된 히틀러는 자기 예술 인생을 방해했던 모더니즘에 복수를 함.

나치 독일에서 모더니즘은 “퇴폐 미술”로 낙인찍혔고, 히틀러는 이를 “인체공부를 게을리 한 화가가 그린 3류 작품”, ”시력에 문제가 있어서 하늘을 초록색으로 칠한다“ 라고 비판함.

그리고 “저딴 그림을 보면 정신이 썩는다” 라며 나치 독일에서 금지시켜버림 ㅋㅋㅋ

심지어 모더니즘을 조롱하려고 “퇴폐미술전”을 열기도 했는데,

이런식으로 정신병 환자들 낙서랑 같이 걸어두거나, 걍 아무렇게나 방치하거나, 벽에다 “병신같은 그림” 이라고 낙서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