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1930년 중반 소련

인간 불신과 편집증이 가득찬 간사장 동무께서는

연방 내에 독버섯 처럼 퍼져 있는 '불순 분자' 들을 처리하라 지시를 내린다

이른바 '대숙청' 으로 불린 '정화'작업을 맡은 이들은

바로 내무인민위원회NKVD 요원들이었는데

이들은 '열 명의 무고한 인민들이 희생되더라도

아무튼 한 명의 반동분자를 잡아내어야 한다' 라며

소비에트 연방의 인민들에게 공포의 존재가 되었다

당시 NKVD 요원들에게 체포당한 이들은

일부는 즉결처형 당하고

나머지는 이미 형량이 결정이 난 채로

형식적인 재판을 받고

연방 전역에 있는 굴라그에 수용되었다

이들은 죄질에 따라 5~25년 형을 선고받고

그 기간 동안 인권을 유린당하면서 혹사당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NKVD가 신의 직장이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스탈린은 누구도 믿지 못했고

위의 사진처럼 NKVD 위원인 예조프도

숙청당하고 인민의 에어브러시질을 당할 정도였으니까

실제로 NKVD 요원들의 운명은 그야말로 파리목숨이었다

그렇기에 NKVD 상부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연방을 사보타주 하는 반동분자들을 잡으라고 지시했고

나중에는 아예 잡아와야 할 반동분자 할당량을 정해서

이 만큼 잡아오라고 지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안 까면 자신들부터 좆될 판이었던' NKVD 요원들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온갖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써먹었던 방법이

바로 간사장 동무께서 연방에 대한 사보타주로 규정한

지각자들을 끌고 가던 방법이었다

위의 블랙 유머처럼 연방의 시계 제작 수준이 조악했으므로

NKVD 요원 입장에서는 답정너 식으로 끌고가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 에서는

이렇게 끌고갈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직장으로 출근하려던 노동자들이 탄 버스를 납치한 다음

일부러 지각하게 만들어서 탑승자 전원을 연방에 대한 사보타주 혐의로

굴라그로 보내버렸다는 이야기를 할 지경이었다

과거 중국과 서방세계의 차이에 대해

'서방세계에서는 죄를 지으면 권력을 잃지만,

중국에서는 권력을 잃으면 죄가 생긴다' 라며

살기 위해 권력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런 꼴을 보면 저런 현상이 비단 중국만 그런 게 아니라

사회주의 혁명을 겪은 나라들의 공통 현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중에는 '연구 업적을 쌓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굴라그' 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