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재미있는 세계 축구사 이야기 <3편: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경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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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49회 작성일 24-05-2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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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월드컵의 엠블럼

때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이었다. 이 대회는 1982년 6월 13일부터 7월 11일까지 개최되었고, 출전하는 팀이 16팀->24팀으로 확대된 최초의 월드컵이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이 대회에서 열렸던 한 경기가 지금까지도 '역사 상 가장 추악한 경기' 라고 불리고 각종 축구 대회의 기본적인 규칙도 바꿨을만큼 파급력이 컸다.



<월드컵의 시작>

앞서 말했다시피 이 대회는 참가국의 수가 24개 팀으로 확대되었는데, 따라서 기존 16개 팀 체제일 때보다 훨씬 다양한 팀들이 참가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는 이 참가 팀 확대의 혜택을 받은 대표적인 대륙 중 하나였다. 이 대륙은 그동안 아시아, 오세아니아와 더불어 축구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출전권을 1개밖에 배당 받지 못했다. 한 마디로 아프리카에 있는 수십 개의 나라들 중에 단 1개국만 월드컵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유럽은 선진국이 많고 축구를 잘한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대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8~10개 정도의 출전권을 배정 받아왔다. 참가 팀 16개 팀 중 절반이 넘는 팀이 유럽 팀이었다는 것이다. 대회의 이름이 '월드'컵인걸 생각하면 상당히 불공평한 처사다. 이런 출전권의 심한 차등은 그때보단 좀 완화되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어쨌든 참가 팀이 확대되어, 새로운 대륙 별 출전권 배분에 따라 아프리카는 출전권이 1개 추가되어 2개의 팀이 월드컵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것도 적긴 하지만 1개 보단 훨씬 나았다.


지역예선이 치뤄지고, 아프리카에선 치열한 접전 끝에 월드컵에 진출할 2개의 팀이 정해졌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알제리였다. 알제리는 월드컵 진출이 그때가 처음인데다 독립한지도(1962년 독립) 얼마 안 된 신생국가라 다른 나라들에게는 조별리그에서 만나기만 하면 1승을 거둬 승점 2점을 공짜로 챙길 수 있는 '승점자판기' 취급을 받았다.



알제리 국대.jpg 재미있는 세계 축구사 이야기 <3편: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경기>

당시 알제리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진

이어진 조추첨, 알제리와 같이 편성된 팀들을 보니 알제리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보였다. 알제리는 2조에 편성이 되었는데, 2조의 다른 3팀은 바로 서독, 칠레, 오스트리아였다.



독일 국대.jpg 재미있는 세계 축구사 이야기 <3편: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경기>

당시 서독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진


독일은 지금이나 당시나 축구하면 떠오르는 전통적인 강호였고(2년 전 진행된 친선경기에서 알제리는 서독에게 5-0으로 대패했음), 칠레 역시 1962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해본 경험이 있는 축구 꽤 하는 나라였다. 오스트리아도 지금은 월드컵도 못 가지만 그 당시에는 4강에 2번, 8강에도 2번 진출해본 강팀이었다.


모든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은 알제리가 압도적인 스코어로 3전 전패를 기록하고 꼴찌로 탈락할 것이라 예상했고, 아무도 알제리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다. 그 상태로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이변이 일어나다>


1982년 월드컵의 진행 방식은 24개 팀이 1조에 4팀 씩 6개 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치뤄 각 조의 2위 팀까지 총 12개 팀이 2라운드에 진출, 2라운드도 1조에 3팀 씩 4개 조로 나눠서 각 조의 1위 팀 4팀이 4강에 진출해 4강부터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었다.


알제리가 속한 2조는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유력한 진출 팀으로 거론됐고, 칠레가 그들을 위협할만한 팀으로 생각되었다. 알제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서독 알제리.png 재미있는 세계 축구사 이야기 <3편: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경기>

서독 상대로 득점하는 알제리의 마제르 선수


2조 1차전, 알제리가 전반을 0:0으로 잘 틀어막더니 기어이 후반에 2골을 몰아넣어 2:1로 서독을 이기는 대형사고를 쳐버렸다! 당시 월드컵 우승을 2번이나 해봤던 강국 서독이 첫 출전인 아프리카 듣보잡 알제리에게 졌다는 소식에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고, 알제리는 월드컵에서 유럽을 이긴 최초의 아프리카 팀으로 등극했다. 사람들은 이변의 팀 알제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오스트리아는 칠레를 만나 1-0으로 승리했다. 알제리는 다득점 규칙으로 인해 순식간에 조 1위로 치고 올라갔다.


2차전, 알제리는 아쉽게도 오스트리아에 2-0으로 패배, 조 3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시각 서독은 알제리에게 진 분풀이를 칠레에 신나게 하며 4-1로 칠레를 집으로 보내버렸다.


대망의 마지막 3차전이 남아있었고, 알제리의 마지막 상대는 칠레였다. 알제리는 기대하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듯 이미 조기 퇴근이 확정된 칠레 상대로 3-2로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제, 2조에는 마지막 경기인 서독 vs 오스트리아 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2차전 순위.png 재미있는 세계 축구사 이야기 <3편: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경기>

서독-오스트리아의 최종전 직전 순위표

여기서 서독 vs 오스트리아의 경기 결과에 따라 일어날 상황들을 나열해보겠다. 만약 오스트리아가 서독을 이기면, 점수 차에 무관하게 알제리는 3위 서독과 승점 2점 차이로 2등을 해 2라운드에 진출한다. 오스트리아는 당연히 1위로 진출, 서독은 칠레를 따라 조기 퇴근 및 팬들의 따뜻한 토마토 세례를 예약하게 된다.


두 팀이 비겨도 알제리는 3위 서독과 승점 1점 차이로 2등을 해서 2라운드에 갈 수 있었다. 여기서도 오스트리아는 당연히 1등, 서독도 당연히 탈락한다.


문제는 서독이 오스트리아를 이겼을 상황인데, 이러면 계산이 좀 복잡해진다. 만약 서독이 오스트리아를 2점 차 이하로 이긴다면 알제리는 두 나라와 승점은 같지만 득실 차에서 밀려 3위로 탈락하게 된다. 2라운드에 진출할 국가는 서독, 오스트리아가 된다. 다만 서독이 3점 차 이상으로 이기면 오스트리아가 2골 이상 못 넣는다는 전제 하에 득실에서 밀려 탈락하고 서독, 알제리가 진출하게 된다. 물론 4골 이상으로 서독이 이기면 무조건 오스트리아의 탈락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독과 오스트리아 양 팀은 이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2점 차 이하로 서독이 이기기만 하면 둘 다 진출이라 윈윈인데, 쓸데없이 힘 뺄 필요 없잖아?'



이렇게, 역사상 가장 추한 월드컵 경기로 남은 서독 vs 오스트리아의 경기가 스페인의 히혼에서 시작하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경기>


패스 훈련.png 재미있는 세계 축구사 이야기 <3편: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경기>

열심히 패스 훈련을 하는 서독과 오스트리아 대표팀. 경기의 대부분이 이런 모습이었다.

전반 10분, 서독의 호르스트 흐루베슈가 넣은 선제골로 서독이 1-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나온 선제골로 경기장의 분위기가 한껏 달궈지려는 순간, 양 팀은 서로 암묵적인 합의를 통해 그때부터 공격을 전혀 시도하지 않고 남은 80분 동안 자기 진영에서 서로 패스만 돌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날 '경기 전체에서' 슈팅이 단 2개가 나왔는데, 위 흐루베슈의 골과 경기 중간에 나온 오스트리아의 콘칠리아가 때린 슛이었다.


위에서 쓴 대로 이 상태로 유지만 하면 경기를 치루는 서독, 오스트리아 두 팀 다 2라운드에 진출하니까 굳이 힘 뺄 필요 없다는 생각이었다. 사실상 두 팀간의 암묵적인 공조였던 것이다.


당연히 이는 경기를 보러 온 수만명의 관중들에 대한 심각한 배신행위였다. 관중들은 선수들이 고작 패스 훈련하는 걸 보려고 비싼 돈을 내고 경기를 보러온게 아니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양 팀 모두 스포츠맨쉽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었지, 이딴 식으로 다음 라운드로의 진출만을 위해 골을 위한 시도는 안하고 패스만 돌리는게 아니었다.


히혼.png 재미있는 세계 축구사 이야기 <3편: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경기>

야유하는 스페인 관중들


결국 어이가 털려버린 스페인의 관중들은 양 팀을 향해 야유를 하거나, 경기장을 나가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스페인어로 Fuera!(꺼져라), Algeria!(알제리!), Que se besen(뽀뽀해), deportivo(정정당당하게 해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그럼에도 선수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체력을 아끼려고 지루하게 패스만 돌려댈 뿐이었다.


그나마 서독의 볼프강 드렘러와 오스트리아의 발터 샤흐너가 어떻게든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해봤지만, 그들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매수.jpg 재미있는 세계 축구사 이야기 <3편: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경기>

지폐를 흔들며 매수라고 조롱하는 알제리 관중들

급기야 후반전이 되자 서독의 방송인 ARD의 해설자는 "이딴 건 축구경기라고 할 수 없다. 경기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해설하지 않아도 이해해달라." 라며 해설을 포기했고, 오스트리아의 해설자는 "시청자 여러분께 TV를 끄시거나 다른 걸 보시길 권합니다." 라며 역시 해설을 더 하지 않았다.


경기장에는 쓰레기들이 투척되었고, 심지어 한 서독관중은 이런 경기를 하는 건 조국의 수치라며 불타는 자국 국기를 들고 경기장에 난입했다가 끌려나가기까지 했다.


주작.png 재미있는 세계 축구사 이야기 <3편: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경기>

2조 최종결과


그럼에도 남은 시간동안 양 팀은 지루하게 패스만을 돌려대다 경기가 끝났고, 결국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2라운드에 진출하게 되었다.


당연히 경기가 끝나자마자 이 경기는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엄청난 논란이 됐고,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서로 승부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양 팀 모두 부인했다. 경기 직후 호텔로 돌아가던 서독 축구팀에게 스페인 현지 팬들이 계란을 투척했고, 서독 축구팀 역시 물을 뿌리며 대응하는 멍멍이판이 벌어졌다.


여파는 그 뒤로도 지속되어, 당시 프랑스 대표팀 감독인 미셸 이달고는 서독과 오스트리아 대표팀은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한다고 비꼬았으며 스페인의 일간지 엘 코메르시오(El Comercio)는 이 경기의 내용을 '범죄섹션'에 실었다. 뉴욕 타임즈의 조지 베시 기자는 이거 아무리 봐도 두 팀이 짜고 친 것 같은데 증명할 방법도 없고 애매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 경기의 피해자인 알제리는 즉각 국제축구연맹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두 팀이 승부조작을 했다는 물증이 발견되지 않는 한 처벌을 할 방법이 없었다.


또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규정을 바꾸자는 필요성이 제시되었고, 결국 FIFA는 1984년 '조별리그의 두 최종전은 서로 동시에 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먼저 최종전을 한 2팀의 결과를 미리 알고 나머지 2팀이 위의 사례처럼 경기 내용에 대해 암묵적인 합의를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이 규정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중에 서독의 골키퍼 헤롤드 슈마허는 "우린 그때 사람들의 재미를 위해 경기를 하지 않았고, 오직 결과만을 위해 뛰었다. 그게 전부다." 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오스트리아의 선수 라인홀트 힌터마이어 역시 2017년 인터뷰에서 서독 팀과 사전에 공모하진 않았지만 팀 내부적으로는 알제리의 탈락을 위해 어느 정도 말을 맞췄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다음 라운드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는 건 좋지만, 프로로써 최소한 스포츠맨쉽은 지키는게 맞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다음편 예고: <4편: 한국, 처음으로 월드컵에 도전하다. 1954 스위스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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