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세계 3대 영화제는 최고존엄인 칸 영화제를 1짱으로 놓고

그 뒤로 베니스와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따라붙고 있다.

사실 세계 3대 영화제라는 게 고정된 관념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 셋의 위상이 너무 높아서 반쯤 고정이다.

이 3대 영화제의 권위가 다른 곳보다도 독보적이다 보니

여기서 뭔가 상이라도 타면 전 세계로 판권이 팔려나가고

특히 칸 영화제는 그 중에서도 1짱을 먹는 최고존엄이라

그냥 경쟁 부문에 오르기만 해도 세계적인 화제가 된다.

동아시아 3국도 이 3대 국제 영화제에 자주 초청되며

한국도 영화계의 급격한 성장으로 최근 진출 횟수가 늘었다.

근데 일단 한국 영화의 3대 영화제 진출 이력을 보기 전에

이 3대 영화제에 대해서 좀 설명을 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

1짱인 칸 영화제.

원래 베니스 영화제의 대항마로 프랑스에서 만들었는데

베니스와 베를린이 여러 문제로 성장할 틈을 놓친 동안

칸은 예술 강국인 프랑스의 지원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했다.

영화제가 그렇듯 작품성, 예술성을 많이 따지는 편이지만

칸 영화제는 규모가 규모인 만큼 상업성과도 연계되어 있다.

상업영화 중에서 그래도 칸 초청 값을 한다 싶은 좋은 영화면

칸에 불러서 영화제도 홍보하고 그 영화의 이름값도 올려 준다.

그래도 어쨌든 작품성에 대한 권위가 엄청나게 높기 때문에

매년 20개 정도의 작품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되곤 하는데

이 경쟁 부문에만 여러 번 가도 영화 제작국 위상까지 달라진다.

'비경쟁 부문'은 그냥 비경쟁, 미드나잇 스크리닝, 특별상영 등

상을 두고 경쟁하진 않지만 일단 초청은 해 주는 경우다.

감독주간이나 국제비평가주간 등 특별 섹션도 마련하곤 하는데

이것도 일단 칸에 초청은 된 거라 포스터에 칸 마크가 달린다.

1968년에 프랑스에서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극심하게 대립했던

일명 '68운동'의 여파로 영화제가 잠시 중단된 적도 있었는데

이때 베니스 영화제는 68운동 땜에 70년대를 통으로 날려먹고

베를린은 시작도 늦고 80년대 위기도 겪어서 칸이 확실한 짱이다.

2짱인 베니스 국제 영화제.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영화제가 바로 이 베니스다.

베니스에서 열리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일부인데

그 비엔날레에서 영화 부문이 베니스 영화제라고 보면 된다.

특징은 성향이 굉장히 진보적인 편이라는 것.

3대 영화제 중 할리우드 및 아카데미 시상식과 제일 친하다.

그 예로 2019년 <조커>가 황금사자상을 탄 것과 더불어

2018년에는 넷플 오리지널 영화 <로마>에 황금사자상을 줬다.

그만큼 칸 영화제와는 성향이 꽤 차이가 있는 편이기도 하고

이에 따른 비판과 반론도 상당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어쨌든 베를린 쪽 권위가 아직도 확실히 못 올라오고 있어서

영화제 중 2짱은 베니스가 여전히 꽉 잡아 두고 있는 상태다.

3짱인 베를린 국제 영화제.

칸이랑 베니스보단 쩌리지만 그래도 나머지는 다 누른다.

서베를린에서 서방 예술을 어필한다는 명목으로 시작됐으며

썩어도 준치라고 그 권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는 편이긴 하다.

특징은 정치성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

수상작들을 보면 정치적인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상당히 많다.

이는 베를린이 냉전의 최전선이였던 것도 있겠지만은

일부러 칸과 베니스랑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특유의 마이너한 감성을 잘 살려서 틈새 시장을 노리는 것인지

세계 각지의 마이너한 국가의 감독을 발굴하는 쪽으론 최강이다.

꼭 비선진국이 아니더라도 신인 감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며

이런 점에선 비슷한 시기의 선댄스 영화제와 겹치는 점이 있다.

그럼 아카데미 시상식은 뭐냐고?

쟤네는 영화제지만 아카데미는 시상식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칸 영화제는 미개봉작들 가져와서 상영하고

아카데미는 개봉한 작품들 모아서 상 주는 곳이다.

예술성을 많이 추구하는 영화제랑은 다르게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상예술대상 같은 거라 상업성도 본다.

애초에 두 부류의 성격에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서

칸과 아카데미 중 어느 쪽이 권위 있냐는 쉽게 가릴 수가 없다.

시상 방식도 차이가 큰 편인데

3대 영화제는 매해 10명 미만의 전문가들의 상의로 시상한다.

반대로 아카데미는 만 명이 넘는 회원들의 투표로 시상하는데

이래서 3대 영화제는 상대적으로 운빨이 좀 들어가기도 한다.

그나마 3대 영화제 자리를 좀 위협할 만한 영화제가

1985년에 개막한 신흥 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가 있는데

이쪽은 애초에 저예산 독립영화랑 다큐멘터리 중심이라

전체적인 권위로 3대 영화제를 따라가기는 좀 힘들다.

기본적으로 선댄스 쪽도 상업영화제가 되는 걸 원하진 않고

다양성을 최대한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은 상태다.

그래서인지 선댄스에서 수상해도 크게 주목받긴 힘들고

소수의 독립영화 매니아층을 위한 영화제라고 보면 된다.

또 하나 위협할 만한 게 토론토 국제 영화제가 있는데

이쪽은 아예 세계 4대 영화제로 끼워 주는 의견도 있다.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위상이 좀 많이 추락해 버려서

이제 3대 영화제 다음가는 목메달은 토론토가 정배다.

특히 북미에서는 이쪽이 베니스나 베를린이랑 비빈다.

일부 매체에서는 아예 이쪽을 둘보다 더 높게 치기도 하고

대상을 관객들이 직접 뽑는 특이한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때문에 토론토 관객상은 일반 대중들에게 화제성이 높다.

대신 할리우드랑 연계가 너무 강한 게 단점이고

영화제의 목적 중 하나인 독창적 작품 발굴은 떨어지는 편.

그래도 덕분에 할리우드 기대작 쇼케이스는 확실하게 열리고

일단 수상작들 이름값도 작품성이 처지는 편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칸 이새기들 포스터는 존나게 잘 만든다.

칸 영화제의 특징 중에 하나가 이 센스 있는 포스터인데

유명한 영화나 핫한 배우 데려와서 기가 막히게 뽑아 내니

얘네는 포스터만 떠도 이리저리 화제성이 빵빵하게 잡힌다.

지금까지 세계 3대 영화제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실 원래는 한국 영화 3대 영화제 도전기를 쓸라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3대 영화제에 대해 먼저 다뤄야 할 것 같았다.

근데 3대 영화제만으로도 글 하나 쓸 분량이 나와 버린고로

한국 영화 3대 영화제 도전기는 다음 글로 써 올 예정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한국 영화 출품작들이 존나게 많아갖고

중요한 작품만 쳐내도 진짜 한 세월 걸릴 거 같다.

여러모로 자료 조사에 시간 좀 오래 소모될 것 같은 삘이니

다들 다음 글의 빌드업을 위한 이 글에도 추천 많이 눌러 줘라.

정성글은 개추라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