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1953년 6월 19일, 두 미국인 남녀가 전기 의자에 앉아 삶을 마감합니다. 사형 집행이었죠.

그들의 이름은 줄리어스 로젠버그와 에셀 로젠버그.

바로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로젠버그 부부였습니다.

1949년 소련이 핵폭탄 개발에 성공하자 미국은 충격에 빠집니다. 당초 미국이 예상했던 시기보다 몇 년은 이른 시기였죠.

결국 미국은 소련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 간첩이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을 하게 됐고, 그리하여 로젠버그 부부가 체포되었죠.

그런데 몰로토프 회고록에도 이들 부부에 대한 언급이 있더라고요.

흐루쇼프 회고에서도 로젠버그 부부가 소련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힌 대목이 있는데 몰로토프 회고에서도 이런 언급이 나온 걸 보면 실제로 이들 부부가 소련 간첩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 정보기관의 작전이 아주 훌륭했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을 제대로 꺼내 왔지. 우리가 원자폭탄 개발에 막 착수했을 때인 가장 적절한 순간에 필요한 게 확보되었어.

[…] 로젠버그 부부가…내가 그 일에 관해 자세히 묻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그들이 우리 정보기관과 연계되었다고 생각하는데…누군가가 우리에게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 도음을 주었소. 정보기관이 매우 큰 역할을 했지. 미국에서 로젠버그 부부가 고초를 겪었는데, 그들의 도움이 있었음을 배제할 수 없소. 그러나 우리가 그에 관해 말할 필요는 없지. 그런 것은 미래에도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소.

- 몰로토프, 펠릭스 추예프,이완종 옮김, 『몰로토프 회고록: 스탈린을 위한 변명』 (서울: 선인, 2018), p.123.

물론 몰로토프가 정보 계통보다는 외교 계통에 주로 종사 했다는 점(위 인용문에서도 연계되었다가 아닌 연계되었다고 생각한다 같이 표현), 이 무렵 권력 중심에서 소외됐다는 점 등은 위 발언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될 이유긴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소련 최고위급 간부였던 몰로토프의 회고를 마냥 무시하는 것 또한 적절하지는 않은 듯 합니다.

덧붙여 로젠버그 부부 사건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애초에 둘 다 간첩이 아니었다(현재는 거의 폐기), 남편은 간첩이 맞았는데 아내는 간첩이 아니었다거나, 간첩이었어도 핵 관련 기밀을 제공하지는 않았다거나, 설령 그렇다해도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과했다는 등의 의견이 있는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