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김형섭 칼럼] 평범한 자와의 특별했던 9년[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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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24-05-22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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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put_247079279.jpeg [김형섭 칼럼] 평범한 자와의 특별했던 9년
사진 출처: BBC sports

만남은 기대를 심어주는 동시에 이별에 대한 두려움도 가져오는 특별한 단어인 것 같다. 자신을 ‘Normal One’이라며 스스로를 낮춘 독일인과 리그 우승은 꿈꾸지도 못했던 잉글랜드 축구팀의 만남.

약속된 이별이라지만, 어울리지 않는, 걸림돌이 있었던, 서로의 꿈을 이룬 소설 같은 만남이었기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장편 소설에도 끝은 있는 법. 야속하지만, 9년 동안의 이야기를 되돌아보며 마무리 짓고자 한다.

낙담한 콥의 열정을 깨우다.
IMG_3922.jpeg [김형섭 칼럼] 평범한 자와의 특별했던 9년
사진 출처: The Telegraph

클롭의 응원가 중에 "위르겐은 우리에게 '알다시피, 우리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할 거야'라고 말했고, 그는 해냈다! 나는 그와 사랑에 빠졌고 기분이 좋아!"라는 가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아무리 클롭이라도 지난 세 시즌 동안 평균 5등을 기록하는 전형적인 리그 중상위권 수준의 클럽을 (12/13 7위, 13/14 3위, 14/15 6위) 우승을 시킬 순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당시 리버풀은 하락세를 타며 위기에 빠져 중위권이라 놀림받던 팀이었다. 게다가, 스쿼드의 수준 역시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는 클럽들에 비해 보잘것없었다.

그러나, 그의 억제할 수 없는 열정은 다른 프리미어리그 감독들을 능가했고 답답하고 가망이 보이지 않았던 팀에 변화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팀 공격진의 핵심 쿠티뉴의 판매로 얻은 자금을 바탕으로 반 다이크, 파비뉴, 살라, 알리송과 같은 선수들을 영입하며 팀을 새롭게 한 층 한 층 쌓아 올렸다. 스쿼드가 완성된 후 4-3-3을 바탕으로 ‘게겐 프레싱’과 ‘직선적 풀백’을 활용하며 리버풀의 성적을 회복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성공을 의심하고 낙담한 리버풀 팬들은 믿음이라는 것이 생겼고 선수들 사이에서는 위닝 멘탈리티가 자리 잡자, 안필드에 붉은 함성과 자부심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30년 전에 유럽에서 가장 잘 나갔던 붉은 제국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결국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첫 우승이자 30년 만에 도메스틱 정규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물론,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에게 밀려 리그 우승은 1회에 그쳤지만, 매 시즌 우승 경쟁을 하여 콥들의 생각을 바꿔준 것만으로도 그가 높게 평가되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적극적인 유스 기용
IMG_3915.jpeg [김형섭 칼럼] 평범한 자와의 특별했던 9년
사진 출처: Fotmob

누군가가 나에게 클롭의 선수 영입 능력이 뛰어나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답한다. 그리고 뒤에 “근데, 어린 선수들 잘 키워낸다.”라고 말을 붙인다. 즉 클롭은 유스 선수 기용에 있어서 굉장히 적극적인 감독 중 한 명이다. 리버풀이 매 시즌 부상으로 신음하지만 매 시즌 3~4명 정도의 유스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얼굴을 비춘다.

이미 도르트문트에서도 괴체와 후멜스, 카가와 신지를 정상급 선수로 육성한 바 있는 클롭이 정성껏 키워낸 리버풀의 유스 선수들은 부주장 아놀드를 필두로 엘리엇, 커티스 존스, 캘러허, 콴사, 브래들리 등 클롭의 선택을 받은 유스 출신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를 영입할 때 상대 구단에게 지불해야 아는 이적료가 천정부지로 향하고 있는 현대 축구에서 유스 선수들이 꾸준히 성인팀에 올라와 활약하는 것만큼 반가운 것이 없다. 이는 팀 전체가 클롭의 철학에 따라 변화했기에 얻을 수 있던 결과물이기도 하다.

위르겐 클롭 덕분에 리버풀은 이제 유스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기회를 주는 클럽으로 성장했고 이는 밝은 미래를 암시하고 있기도 한다. 클롭은 떠나지만 그의 유산은 계속될 것이다.

최고의 경기
18/19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vs 바르셀로나
IMG_3917.jpeg [김형섭 칼럼] 평범한 자와의 특별했던 9년
사진 출처: Sky Sports

15/16 시즌 노리치 시티 상대 5-4 역전극을 최고의 경기로 선정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클롭의 붉은 제국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안필드의 기적’은 빼놓을 수 없다. 5년이 지난 경기임에도 얼마나 짜릿했으면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캄프 누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3-0으로 패배하였기에 반 포기 상태도 텔레비전을 틀었다. 살라의 ‘Never Give Up’ 티셔츠를 봤음에도 나는 메시가 있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최소 4골 넣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일말의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클롭의 리버풀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된 상태였다. 집중력과 끈기를 바탕으로 가꿔진 위닝 멘탈리티는 말도 안 되는 골을 만들어냈고 결국 팀은 4-0으로 승리하게 되었다. 이때의 승리로 결승이 진출한 리버풀은 이스탄불 기적 이후 14년 만에 빅이어를, 클롭은 리버풀에서의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후, 우승에 익숙해진 리버풀은 슈퍼컵, 클럽 월드컵, 프리미어리그를 우승하며 만년 ‘무관’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게 되었고 선수들에게는 우승 DNA가 생겼다. 고기도 많이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클롭 체제에서 우승이라는 고기를 여러 번 먹어본 선수들은 아직 건재하기에 리버풀은 여러 대회에서 다시 우승에 도전할 것이라 믿는다.

친근한 감독
IMG_3918.jpeg [김형섭 칼럼] 평범한 자와의 특별했던 9년
사진 출처: Liverpool Echo

클롭의 별명은 굉장히 다양한데 ‘영감님’이라는 별명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 나를 비롯한 콥들이 클롭을 사랑하는 이유가 단순히 성공적인 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의 열정을 사랑했다.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에 라커룸으로 뛰어갈 때 팬들은 기대를 했고,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의 주먹 삼창은 팬들을 열광하게 했으며, 고생한 선수들을 위한 뜨거운 포옹과 관심은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그의 성격을 사랑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솔직하지만 때론 어린아이처럼 엉뚱한 장난을 치며 굵은 목소리로 껄껄껄 웃는 영감님 같은 모습 때문에 우린 그를 친근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는 떠나는 마지막 고별식에서까지 차기 감독인 슬롯의 응원가를 부르고 농담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클롭은 콥들에게 감독으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사랑을 받았다. 이런 감정은 2~3년 만에 형성되지 않는다.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감독을 리버풀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다가오는 두려움
IMG_3919.jpeg [김형섭 칼럼] 평범한 자와의 특별했던 9년
사진 출처: Liverpool

클롭이 왔을 때 나는 아침과 저녁에 네이버 스포츠로 하이라이트로 축구를 접한 11살짜리 초등학생이었다. 9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제는 새벽마다 축구를 보는 20살 대학생이 되었다.

내가 본 리버풀의 감독은 클롭이 유일하다. 다른 감독이 안필드에서 소리치는 것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클롭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내가 축구를 좋아하게 해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잉글랜드 축구팀을 좋아하게 해준, 축구 기자라는 꿈을 키우게 해준 사람이다. 클롭 덕분에 축구를 보면서 처음 울어봤고, 밤도 새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를 잊지 못할까 봐, 다음 감독에게 신뢰를 주지 못할까 봐 두렵다. 하지만 리버풀은 스페셜 원에게 키워진 스페셜 팀이다. 클롭이 바라는 것은 자신 없이도 우승 경쟁을 하는 팀일 것이다.

“최고의 여정이었어요. 고마워요.”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을 듯하다. 정말 고마웠어요.

잘 가요. 영감님. YN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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