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잉글랜드 챔피언쉽과 리그 원을 전전하던 하위권 팀이었던 헐 시티는 리암 로세니어 감독의 지도 아래 리그 7위라는 쾌거를 달성했으며, 아쉽게도 플레이오프 진출은 무산되었다.

이러한 헐 시티의 돌풍에는 2000년생이자 팀의 성골 유스로 부주장을 역임하고 있는 센터백 제이콥 그리브스의 헌신이 큰 힘으로 작용했다. 현대 축구의 빌드업에서 왼발 센터백이 가지는 위상이 계속 커지는 추세이며 제이콥 그리브스 역시 왼발 센터백으로서 많은 클럽들이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스카우팅 리포트에서는 제이콥 그리브스가 헐 시티에서 어떠한 퍼포먼스를 보였으며 그의 플레이와 잠재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브스는 본인을 “센터 하프백”이라고 표현한다. “볼을 바닥에 두고 6야드 박스 안에서 볼을 가지고 팀을 움직이게 하는 이런 유형의 축구는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축구입니다.” 그는 5월에 디 애슬래틱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가 자신은 “센터 하프백”이라 표현한 것처럼 그는 넓은 지역을 커버하면서 주도적인 축구를 하길 원하며 이번 시즌 헐 시티는 그리브스가 선호하는 축구를 선보였다. 그에 따라 그는 센터백이라는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때로는 풀백, 때로는 미드필더로, 때로는 센터백으로 자유롭게 플레이했다.

헐 시티는 4-2-3-1과 4-4-2 포메이션을 활용하며 제이콥 그리브스는 4백의 왼쪽 센터백 위치에서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헐 시티는 기본 빌드업 시 라이트백 슬레이터가 전진하고 3백을 만드는 3-3 구조를 주로 활용하는데 그리브스가 변형 3백의 중앙 스위퍼로 기용되었다. 팀의 위치에 따라 2-3-5 빌드업 전형으로 2백 전형을 갖추거나, 좌풀백, 3백의 좌측 스토퍼로 수시로 스위칭하기도 했다.

그리브스는 경합에 매우 능한 선수이다. 194cm라는 장신은 좋은 제공권과 높은 점프력을 활용해 좋은 공중볼 경합을 선보인다. 피지컬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 공격수들과의 자리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헤딩의 타점이 높아서 정확한 클리어링을 자주 해낸다. 아래 지표를 보면 그리브스가 얼마나 공중볼 경합에 능한지 알 수 있는데 그는 경기당 4.3회의 공중볼 경합 성공을 기록했고 그 성공률이 73%에 달한다.

그의 공중에서의 제공권은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헐 시티에게 우위를 제공한다. 모든 팀들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제공권과 경합을 통해 자신의 팀이 상대를 제압하고 볼을 가져가기를 원하며 정지된 상황에서의 득점이 팀에게 하나의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헐 시티의 세트피스에서 그리브스의 제공권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들즈브러 전에서 나온 세트피스 장면은 헐 시티가 그리브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코너킥 상황에서 그리브스는 니어 포스트 쪽에 위치하고 볼을 받을 준비를 한다. 동료의 정확한 코너킥은 그리브스를 겨냥하고 있다. 그의 헤딩 타점이 높고 제공권에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상대의 수비를 분산시키며 동료가 쇄도할 공간을 벌어주려는 의도이다.

킥이 정확히 그리브스에게 전달되고 그리브스가 헤딩으로 정확히 파 포스트로 넘겨주며 마크맨을 따돌린 리암 델랍이 편안하게 동점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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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헐 시티는 높은 라인과 적극적인 압박을 구사하며 좋은 공격력을 선보였다. 그리브스는 헐 시티의 수비의 핵심이었는데 그의 수비가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역습 상황에서 그에게 선택지는 2가지이다. 역압박을 통해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거나, 아니면 물러나서 라인을 구축하고 상대의 선택지를 줄여나갈 것인가. 그리브스는 후자를 선호한다. 그의 수비 상황에서 위치를 선정하고, 각을 좁히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가 그를 어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그리브스가 수비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그의 정확한 태클은 언제나 빛을 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경기당 1.8개의 태클을 성공시켰고, 성공률이 69%일 정도로 태클이 그를 대표하는 장기라고 할 수 있다. 그가 경합 지표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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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브스는 태클이라는 무기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손을 활용한 저지 방식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파울을 범하지 않는 선에서의 적당한 손 활용 또한 센터백들이 가질 수 있는 좋은 무기라는 방면에서 그리브스와 같은 장신 수비수가 손 활용보다는 태클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빠른 스피드를 주무기로 활용하는 센터백들이 아닌 이상 손을 활용한 저지 방식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센터백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보는 요소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주력과 페이스이다. 주력의 경우 높은 라인을 형성했을 때, 역습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무기로 평가할 수 있으며, 페이스, 즉 순발력과 민첩성을 평가하는 것은 상대의 짧은 순간의 몸 동작과 움직임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무게 중심이 높고, 민첩성이 떨어진다면 그만큼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이고 쉽게 몸이 열려 박스 안에서 위험을 노출할 수 있다.

장신의 센터백들에게 대체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주력과 순발력이다. 레스터 시티의 야닉 베스터고르와 같이 주력과 순발력에 약점이 있어 높은 라인을 커버하기에는 매우 취약할 수도 있고, 무게 중심이 높기 때문에 간단한 탈압박에도 중심 자체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그리브스의 주력 자체는 평범한 축에 속한다. 헐 시티의 높은 라인을 커버하고, 역습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역압박과 저지 동작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그리브스는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상대의 역습에 대비하여 하프라인 중간에 위치하고 빠른 전환을 통해 역습을 진행하는 상대 공격수를 저지했다.

그리브스의 주력을 보완하는건 역시 깔끔한 태클 능력과 수비 위치 선정 능력이다. 태클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과 상대의 슈팅 각도가 최대한 좁혀지도록 유도한다. 아래 장면을 보면서 그리브스의 수비 위치 선정과 그가 상대를 지능적으로 틀어막는지 살펴보자.

상대 공격수 앤서니 무사바가 슈팅을 각도를 만들기 위해 볼을 굴리고 있다. 앞에서 튀어나온 그리브스가 슈팅 각도를 좁히기 위해 왼쪽으로 이동하고 발을 들이민다.

무사바가 양발을 잘 활용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왼발이던, 오른발이던 그리브스는 슈팅을 하기 어렵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리브스는 최대한 무사바를 향해 압박하며 슈팅이 나가지 못하도록 최대한 지연시켰다. 무사바의 오른발 슈팅은 그리브스의 블락에 막히고 박스 바깥으로 튕겨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