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1884년, 베를린에서는 열강들의 아프리카 분할을 위한 회담이 한창이었다.

(영국)

세로로 남아공부터 수단, 이집트까지 내가 먹을거임ㅇㅇ

(프랑스)

지랄 노, 수단은 내가 먹을거임, 그리고 알제리는 이미 내 땅이니까 서아프리카는 통째로 내꺼임ㅋㅋ

(독일 제국)

쓰읍... 이미 깃발 다 꽂혀있는데 여기서 무지성 클레임 걸면 배탈 나겠지? 저희는 콩고만 가져갈게여

(포르투갈)

아프리카는 포르투갈의 정당한 영토다.

포르투갈이 아프리카 다 가져갈거다.

?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 회담 개최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무슨 미친 소리니 포르투갈아?

아프리카는 대-포르투갈의 적법한 영토다.

그 증거로 1494년에 체결된 토르데시야스 조약에 따르면 서경 43도 37분 동쪽은 모두 포르투갈의 땅이라고 나와 있다.

신대륙을 발견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영토 분배 문제를 놓고 다투었는데,

중재자로 나선 교황이 세계지도에 선을 딱 그어서 반반 나눠준 적이 있었다.

관습적으로 무효화된 지 오래인 조약이었으나 이제 와서 뜬금없이 들고 나온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냥 지구 절반이 니꺼라고 하지?

400년 전 조약을 지금 들고 나와?

우리 역사적 영유권 하나씩 다 까볼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저도 영유권 주장할곳이 있었는데 잊어버리고 있었음 ㅇㅇ

어딘데?

"포르투갈"

그렇다. 레오폴드 2세는 포르투갈의 똘기를 보고 덩달아 미쳐버렸는지,

아니면 포르투갈을 엿 먹이려는 고도의 술수인지는 몰라도

뜬금포로 포르투갈, 텍사스(우리가 아는 그 텍사스 맞다), 위스콘신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이 발언은 회담국들에게 일종의 짓궂은 농담으로 간주되었으며,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한거지?

ㅇㅇ ㅋㅋㅋㅋ

너도 농담한거지?

네.....

결국 포르투갈은 허황된 망상을 접고 모잠비크와 앙골라를 가져가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이 사건으로 영토 분쟁 상황에서 실질적인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여 영유권을 승인하는 '실효 지배'라는 개념이 구체화됐으며, 현대 국제법까지 이어지고 있다.

+)

레오폴드 2세는 콩고 지역을 통째로 꿀꺽해 자신만의 왕국을 수립하면서 가장 큰 이득을 보았다.

역사와 전통의 '내가 못 먹으면 저새끼들도 못 먹는다' 정신에 입각해 열강들의 이권이 꼬인 콩고를 아예 제 3의 약소국에 넘겨버리자는 여론이 형성된 것.

레오폴드는 벨기에의 대표가 아니라 '국제 콩고 협회'의 대표 자격으로 회담에 참석했는데,

당시 콩고 지역은 대대로 가업을 이어온 노예사냥꾼 영주들이 통치하고 도적떼들이 들끓던 지옥이었고,

레오폴드가 만들고 운영하던 이 협회는 콩고 지역의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활동하는 주 무대가 되어 있었다.

레오폴드는 벨기에 국왕이라는 지위와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서 국내외의 언론들을 움직여 콩고의 참혹한 실상을 폭로하고 노예 해방을 촉구하는 여론을 형성하도록 했는데 이게 아주 잘 먹혀들어가서 명분을 엄청나게 쌓았다.

이 사건은 훗날 '매스 미디어를 통한 최초의 국제적 여론조작 사례'로 언론 역사에 길이길이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