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신왕국 시절의 그 거대했던 제국이 삼각주와 나일강 유역만 겨우 유지하는, 그것도 조각조각 갈라져서 서로 죽느니사느니 하는 난세로 몰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람세스 2세 역시 60년 이상 장수하면서 후계구도가 꼬여버렸고 이후로 즉위하는 파라오들 역시 크게 빼어난 인물들이 거의 없었기는 착실하게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집트 문명에 특히 뼈아팠던 것은 바다 민족이라는 정체불명의 집단이다

단순히 이집트 뿐만 아니라 히타이트, 미케네, 아시리아 등 중근동 지중해권의 모든 문명들이 이들의 공세에 당하다가 일부는 아예 멸망해버린다

안그래도 귀족들과 파라오의 싸움도 벅찬데 외부에서는 강력한 적이 침공하고 이들 때문에 이집트의 재정에 보탬이 되던 중근동 무역체계와 경제망이 완전히 마비되어 버리자 이집트는 더욱 빠르게 쇠락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집트는 그나마 버텼으니 기록이라도 남았지, 바다 민족의 공세에 밀린 문명들 대부분은 유적도 적을 정도로 철저히 무너졌다

이 시기 이집트는 삼각주 외부 영토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북부에서는 히타이트를 제압한 아시리아에게, 남부에서는 누비안인들의 침공에 시달린다

특히 수천년간 이집트의 충실한 꼬붕이었던 누비아인들은 아예 25왕조의 흑인왕조까지 건국해서 이집트에 대한 국력에서 역전까지 일어났다

이 시기가 아직도기원전 600년으로 그리스에서는 드디어 폴리스 문명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중국은 제후들끼리 갈라진 춘추시대를 겪는 중이다

8. 이집트 말기 왕조(약 330년)

이집트가 이렇게 헤롱거리는 동안 중근동에서는 세력 개편이 일어난다

중근동의 맹주였더 히타이트가 바다 민족의 침입으로 몰락하면서 각지의 야심있는 세력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아예 세력 구도가 재편성되는데

우선 아시리아 제국이 학살과 약탈로 아시아의 패권을 잡으면서 이집트 역시 아시리아의 속국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아시리아 제국은 신바빌로니아에게, 신바빌로니아 제국은 페르시아 제국에게 차례로 무너지면서 이집트는 이 난세를 속국, 반독립, 멸망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인다

우선 아시리아의 속국이었던 26왕조는 아시리아가 멸망하는 과정에서 다시 독립국의 위치를 되찾았지만

페르시아의 침공으로 아예 페르시아의 샤한샤들이 파라오를 겸직하는 27왕조로 넘어간다

그리고 이번에 페르시아가 내부 갈등으로 영향력이 약해지자 다시 토착민 혈통의 28, 29, 30왕조가를 다스리지만 다시 내부를 단속한 페르시아의 점령으로 이집트 토착민으로 이루어졌던 왕조는 이때 마지막으로 멸망하고 이후 이집트는 외부의 세력에게 다스려지게 된다

이 때 사실상 단일 문명권으로 이집트 문명은 멸망하게 되니 이때가기원전 330년이다

9. 헬레니즘 왕조(약 270년)

ㅎㅇ

누구세요?

누구긴 누구야 새로운 주인님이지 팍씨

이렇게 끝났던 이집트 왕조는 느닷없이 그리스계에 의해 재건된다

알렉산더의 정복전쟁 이후 디아도코이 중 하나였던 프톨레마이오스가 제32왕조를 세워 이집트는 다시 한번 주권국이 된다

물론 토착민의 혈통이 아닌 그리스계의 혈통이고 정복왕조여서 기존의 문명과 연속성은 없지만 그래도 32왕조는 이집트 문명을 많이 받아들인 편이다

혐성국의 로제타 석부터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통치를 이집트 신들에게 찬양하는 내용을 신관문자로 새긴 내용이다

하지만 이렇게 독립 왕조로 명맥을 유지하던 이집트에 또 다른 밤손님이 찾아오니

ㅎㅇ

누구세요?

누구긴 누구야 새로운 주인님이지 팍씨

멀리 서쪽의 장화모양 반도에서 늑대 젖을 먹고 자란 쌍둥이가 새운 도시가 그 새로운 주인님이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역시 수백년의 디아도코이 전쟁과 중근동 세력 전쟁에서 전력을 엄청나게 소모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당대 로마의 권력자인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의 편을 들고 로마의 내전에서 균형추를 재어갔지만 결국 최종 승자가 아우구스투스가 되면서 줄을 잘못 섰던 이집트는 황제의 직할령으로 격하되고 마침내 4000년간의 역사는 막을 내린다

이 난리를 쳤는데도 아직도기원전 30년이고 예수는 이제 갈릴리 석공의 말 구유에서 응애하고 있다

10. 번외

이렇게 몰락한 이집트지만 그 생활방식이나 언어까지 망한것은 아니어서 로마가 반으로 쪼개지던 시기까지도 이집트는 로마와 별개의 문명권으로 번성한다

특히 이름높은 곡창지대였던 이집트는 로마제국의 고관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요직이어서 로마인들이 많이 살았고 로마인들의 실용적이고 현지 관용적인 태도 때문에 많은 이집트의 로마인들이 이집트 문명에 동화되기도 한다

방식은 좀 달라졌지만 여전히 미라를 제작하기도 했고

로마의 동서 분열기 시기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통치시기를 기록하고 이시스 여신을 찬양하는 내용을 신관 문자로 새기기도 했다

비록 기독교의 유입과 이집트 문자 사용자의 감소로 문명 자체는 완전히 멸망해나가는 중이었지만 어느정도 명맥은 이어지는 중이었는데

로마 제국이 기독교화되면서 남아있던 이집트 다신교 신앙 역시 사실상 끝장을 맞이하게 된다

537년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명령으로

이집트 상류의 필라에 신전이 폐쇄되면서 이집트 신앙은 최종적이고 결정적으로 사라졌다

필라에 신전은 이집트 문명 최후의 신전으로 마지막 사제단이 이시스 여신과 여러 신들에게 재물을 올리고 문자를 보존하던 곳이었지만 기독교화된 로마인들의 시선에서 이런 이단의 만신전은 두고볼 수 없는 사악이었다

필라에 신전의 폐쇄로 사제단은 사라졌고 신앙으로서 이집트의 문화 역시 역사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사족으로 필라에 신전의 파괴 역시 기독교 답게 매우 조직적으로 폭력적으로 이뤄졌는데 필라에 주교 마케도니우스는 신전의 성수였던 매를 직접 목을 부러뜨려 죽였고신도들은 벽에 새겨진 신들의 얼굴을 찍어서 훼손하거나 불로 태워서 지워버린다

물론 필라에 신전 폐쇄 이후에도 민간 수준에서 어느정도 이집트 전통신앙이 남아 있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전승의 단절과 사제단의 소멸로 개인 차원의 신앙 이상을 넘어가지 못했고 이후 이집트에 들이닥치는 또 다른 물결로 그 최후의 잔재마저 사라지게 된다

ㅎㅇ

누구세요

누구긴 누구야 새로운 주인님이지 팍씨

ㅊㅊ

https://arca.live/b/singbung/110400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