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1997년 6월 30일, 홍콩을 떠나는 영국군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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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4-06-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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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1).png 1997년 6월 30일, 홍콩을 떠나는 영국군


영국정부는 1996년 8월부터 10여개월에 걸쳐 군함과 항공기편으로 영국령 홍콩에 주둔하던 3250명의 병력을 단계적으로 철수시켰다.

1997년 6월에 들어서자, 홍콩에 주둔한 영국군은 총사령부가 위치한 웨일즈 왕자 병영(the Prince of Wales Barracks)에 남은 최소 행정인원과 경비병력 100여명 뿐이었다.

30일 오전, 센트럴 이스트 타마르(Tamar) 광장에서 열릴 영국정부 주최의 반환식을 위해 일시적으로 수백여명의 영국군들이 입국했다. 이들은 본국에서 날아온 영국군 군악대였다. 본래 홍콩에는 상징적 의미로 근위대 1개 부대가 항시 주둔했었는데, 1997년 당시 마지막 로테이션 배치를 받은 부대는 블랙와치(Black Watch)였다. 영국정부는 이 행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콜드스트림(Coldstream), 스코츠가드(Scots Guards), 아이리쉬 가드(Irish Guards), 웰시가드(Welsh Guards), 다른 근위대 군악대도 불러왔다. 이외에도 홍콩에 주둔하던 영국해군 분견대 소속의 함정에서 수병들과 왕립해병대 장병들을 차출하여 의장대를 급조했다. 과거 홍콩에 주둔했던 구르카 여단도 불러왔다.







1111 (2).png 1997년 6월 30일, 홍콩을 떠나는 영국군


30일 하루동안 홍콩 곳곳에서는 국기하강식이 이어졌다. 일부는 홍콩경찰이, 일부는 영국군 병력이 직접 파견되어 수거했다. 시내에 위치한 게양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국기를 내리는 영국군 병사들을 취재했다. 일부 시민들이 영국군들에게 떠나지 말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 말 속에 절박함은 없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망보다는 뭔가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여기며 쾌활했다.







1111 (3).png 1997년 6월 30일, 홍콩을 떠나는 영국군


저녁이 되자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식은 매우 화려했다. 지는 해인 영국은 자신들의 쇠락함을 감추려는 것처럼 매우 화려한 퍼레이드를 벌였다. 팍스 브리타니카의 마지막 잔재를 추모하듯, 영국 각지에서 모인 화려한 복장의 병력들이 정부인사들 앞에 사열했다. 영국정부 국가수반 참가자는 엘리자베스 2세의 대리인인 찰스 왕세자였다. 중국측은 공산당 총서기인 장쩌민이 직접 왔다.

식이 열리는 와중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6월 30일 아침부터 날씨는 좋지 못했다. 총독관저 국기 하강식 때도 비를 맞으며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마지막 홍콩 총독 크리스 패튼(Chris Patten)의 모습은 BBC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됐었다. 영국군들은 장대비를 맞으며 백파이프를 연주하고 구령에 맞춰 행진했다. 부사관들이 내지르는 구령은 마치 악에 바친 모습처럼 보였다.








1111 (4).png 1997년 6월 30일, 홍콩을 떠나는 영국군


타마르 광장에서 반환식이 열리는 동시에 웨일즈 왕자 병영에서도 반환식이 치뤄졌다. 지휘관인 제레미 엘리스 중령(Lieutenant Colonel Jeremy Ellis)은 예도를 찬 채로 영국군 근위대, 해군, 해병대로 이뤄진 임시 의장대 이끌고 병영 앞에 나왔다. 시간이 되자 정문 쪽에서 한무리의 중국군들이 나타났다. 병영을 인계받기 위한 중국군 의장대였다. 그들 역시 육군, 해군, 공군에서 뽑힌 의장대들이었다. 양측은 애초에 리허설조차 한번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합이 잘 맞았다. 먼저 영국군 의장대가 받들어 총으로 경례했다. 이어 중국군도 답으로 경례했다. 엘리스 중령의 앞에 중국군 장교 한명이 나와서 섰다. 정확한 계급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 역시 중령이었을 것이다. 받들어 검으로 서로에게 경례한 둘은 중앙으로 걸어와 서로 악수를 했다.


중국군 장교는 또박또박한 표준 중국어로 뭐라고 힘차게 말했다. 엘리스 중령은 알아듣지 못했다. 나중에 옆에서 취재하던 기자들이 번역하여 보도한 내용은 이러했다.

'축하합니다. 당신들의 의무는 오늘로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가 의무를 인계받겠습니다.'

절차가 끝나자 엘리스 중령은 임시 의장대를 이끌고 정문을 나섰다. 그는 지휘관답게 제일 마지막으로 병영을 떠났다. 선전 접경지역의 관측소 5곳에서 최후의 경계임무에 투입됐던 영국군 50명도 중국군 500명이 들어오기 직전 초소에서 철수했다.








1111 (5).png 1997년 6월 30일, 홍콩을 떠나는 영국군


모든 행사가 마무리되자 이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총독 크리스 패튼은 찰스 왕세자와 함께 영국왕실 요트 브리타니아(Royal yacht britannia)호를 타고 항구를 떠났다.

홍콩에 주둔하던 영국해군 소속 초계함 피코크(HMS Peacock) 플러버(HMS Plover), 스탈링(HMS Starling)은 오전에 최후의 초계임무를 마친 뒤 브리타니아호를 호위하며 필리핀으로 떠났다. 영국해군은 이 함정들을 운용하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중국군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 기어코 필리핀까지 끌고 간 뒤 그곳에서 필리핀 해군에게 양도했다.

입국했던 영국군들도 7월 1일 새벽에 일부는 군용기로, 일부 행정병력들은 민간항공을 타고 홍콩을 떠났다.





그렇게 100년 전, 청나라와의 조약문서에 적힌 내용처럼 '영원한 거나 마찬가지(as good as forever)'라고 여겨졌던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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