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해당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대충 이런 식으로 바닷가에 지어진 해안 소초....)

본인의 중대는 취약지역, 취약시간대에 해안경계, 야간매복 등을 주 임무로 하는 그런 해안 소초

1소대, 2소대가 3개월 주기로 내륙 대대에서 해안 소초로, 맞교대로 돌아가며 근무를 했음.

소초는 모든 부분에서 매우 열악했으며, 한달에 2~3회 오는 황금마차가 유일한 행복

그 당시는 핸드폰 사용도 못하고, 싸지방이나 TV 보는 것이 즐길 거리의 전부였음.

그마저도 컴퓨터는 ㅈ꾸지고 30~40명의 인원이 3~4대로 시간대를 정해 돌아가며 사용했음.

TV도 한대 뿐, 항상 리모컨은 특정 몇 명이 독점했음.

본인은 신형군복 시절이지만, 해안 소초가 심히 오래된 시설이었고

당시 새건물을 짓고 있던 시절이라 실제로 위 사진과 같은 열악한 상황이었음

당시 상병이 막 꺾였던 나는....

새로운 자극을 원했음.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최고의 인기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외출이나 외박을 나가면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듀오, 자랭을 돌리거나

다른 분대원이나 다른 중대 아저씨들과 함께 맞춰 나가서 내기를 걸고, 팀 대결도 즐기곤 했음.

롤에 푹 빠져있던 본인은

모든 출타가 통제되는 소초에 있으면 더욱 게임 생각이 나곤 했음.

그래서 생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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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초에서도 롤을 즐기고 싶다.

당시 우리 부대는 항상 아침이면 보급 우유에 시리얼을 타먹었음

자연스럽게, 시리얼 박스는 구하기 쉬운 재료

시리얼 박스를 잘라 뒤집으면, 이렇게 안쪽 회색 단색의 두꺼운 종이를 얻을 수 있음

행정반이나 상황실에 있는 재단기로 국제 표준 규격 마냥, 규격을 정해서

가로 몇 CM, 세로 몇 CM ... 카드의 기본 틀을 만들었음

이런 식으로 시리얼 박스를 잘라 빈 카드를 만들고

친한 후임 행정병을 한명 섭외해, 짬나는 시간마다 회의를 통해서

이런 식으로 카드를 한장씩 만들어가기 시작했음.

위와 같이 프린트한 종이를 회색면이 아닌 그림이 그려진 쪽에 붙이면 카드가 완성.

이미지는 한글이나 문서프로그램 기본이미지, 혹은 인트라넷에서

괜찮은 이미지를 막 긁어다가 적당히 삽입했음

하스스톤 마냥 소환사, 자신의 아바타가 되는 챔피언을 한장씩 뽑고

체력은 바둑돌로 10개, 20개 이런 식으로 세팅했음.

장착 아이템 칸을 2~3개 두고, 아이템을 장착

아이템에 알맞은 효과, 버프 등을 부여함.

챔피언들의 스킬이나 아이템의 특수 효과를 마법카드처럼 만들어서

공격이나 방어, 회복, 반사, 버퍼, 디버프 등으로 사용했으며

군대답게 군용 장비나 군대의 시설

혹은 ' 000상병의 코골이' , ' 000이병의 어리버리 까기' 같은 우리만이 아는 밈을 이용한 카드도 만들었음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관심을 보이는 제작 요원을 한명 더 섭외하고

수 많은 베타 테스트를 거쳐서...

그때쯤 게임의 이름도 붙여서 정식 출시를 하게 되었으니,

이름은 " 리그 오브 00 (부대명) ''

유저들의 피드백으로 밸런스 패치

그들이 원하는 추가 챔피언, 추가 스킬, 추가 아이템 등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여

처음에는 30~40장에 불과하던 카드 게임이

본인 말출 나갈 때 쯔음엔 70~80장에 달하는 지경까지 갔음

지금은 시간이 꽤 흘러서, 카드들의 자세한 효과나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밸런스 패치를 위해서 수정도 여러 번 거치며 즉각적인 피드백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음.

어느 새 소초원 절반 이상이 즐기는 오락거리가 되었으며, 심지어 소초 내 간부들에게도 퍼져...

종종 야간 당직을 서면 상황병과 간부가 나의 카드 게임을 빌려가 즐겼으며...

소초에서 명절을 보내는 소초원들을 위한 명절 이벤트로

윷놀이, 제기차기, 풋살 등과 함께.....

상품을 걸고, 리그 오브 00 챔피언쉽을 개최하기도 하였음.

지금은 다들 폰을 사용하니, 이런 짜치는 카드 게임을 즐기진 않겠지만...

참 즐거웠던 추억이라서 글 써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