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군마현 '군마의 숲群馬の森'에 있는 조선인 강제노동 추모비가 결국 파괴됨.

연합뉴스에 따르면 군마현 지사는 한국 정부의 접촉이 없었다고 24년 2월 인터뷰했는데 알고보니 한국대사관 요청을 무시하고 거짓증언을 했다고 함.

결국 추모비는 공원에서 완전히 철거됨.

그런데 도대체 왜 철거했을까? 국내 언론에서는 '2012년 추도식 때 강제연행을 언급한걸 문제삼았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음.

0. 정보 출처

2018년 군마대학 사회정보학부에서 '군마의 숲 추모비 재판경위와 헌법적 문제점 群馬の森追悼碑裁判の緯と憲法的問題点' 이라는 논문을 한편 써냄.

해당 논문에는 당시(2018년)까지 있었던 사건들을 정리해놓음.

선요약하면 논문에서는 '애초에 정치적발언을 제한하고 건축허가 낸건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거 아닌가'라고 정리함.

아무튼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해당 논문에 서술된 실제 사건의 타임라인을 정리하고 군마현이 지적하는 정치적 발언이 무엇인지 확인해봄.

1. 추모비의 건립

원래 추모비를 세우는 단체의 이름은 '조선인, 한국인 강제연행 희생자 추도비를 세우는 모임'(이하 모임) 임.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중 한반도에서 일본 군마현 내 군수공장, 광산, 철도등에서 강제 노역으로 착출된 희생자들을 기리고 이 사실을 일본국민들에게 알려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

모임은 추모비 건립 운동의 취지를 알리고 후원 및 건립 예정지 제공을 군마현 지사에게 요청했고 건립 후보지는 군마현 누마타시 가미카와다 화약청과 관련있는 군마의숲 공원을 삼음.

군마현은 모임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추모비를 설립하는 단체명에서 '강제연행' 문구를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모임은 요청을 받아들임.

그래서 모임의 이름이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 추모비를 지키는 모임'으로 바꾸고 추모비를 관리하기로 함.

모임은 군마현의회에 추모비 설치 청원을 제출했고, 의회에서는 만장일치로 채택됨.

이후 군마현 지사에게 도시공원법 5조 1항에 따라 추모비 설치를 신청했고, 군마현 지사는 10년간 설치를 허가하되 "추모비 시설에서 종교적, 정치적 행사및 관리를 하지 않는다"라는 조건을 붙임.

추모비는 시민 모금을 중심으로 570만엔의 건설비를 들여 완성했고, 현 관계자를 초청해 제막식을 거행함.

이후 매년 추모비 앞에서 일반 시민도 함께하는 추도식을 진행함.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

2. 일본 극우의 발작

인터넷에 추모비가 소개된 이후 "비문은 반일이다!"라는 철거 요구가 군마현에 전해짐.

또한 추모비 철거를 요구하는 단체가 군마현청에 와서 항의하거나, 다카사키역과 공원 근처에서 전단지를 배포하기도 함.

그러다 극우단체가 공원에 쳐들어가 공원관리직원과 몸싸움이 생기는 사건이 발생.

이에 군마현은 모임에 요청해서 극우단체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다음 추도식은 공원이외의 장소에서 진행하기를 요구했고 모임은 이를 받아들임.

실제로 다음해 추도식을 다른 장소에서 진행했다고 함.

(추모비를 빨리 철거하라는 일본 단체 시위)

3. 사건의 발생

2014년 추모비 설치 허가 갱신이 필요해 모임은 군마현에 갱신 신청을 함.

그런데 군마현 지사는 모임에 '조선신보' 기사를 근거로해 추도식에서 정치적 발언을 해온거 아니냐며 소명을 요구함.

모임은 '조선신보' 기사에 실린 발언이 사실이라는 보고서를 군마현 지사에 제출함.

이후에도 군마현 지사는 정치적 발언에 대해 소명을 요구했지만 모임은 해당 요구에 대해 부적절한 내용이라며 항의를 전달함.

이후 복수의 극우단체에서 추도비 설치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이 들어왔고 군마현 의회는 해당 청원을 채택함.

모임은 현 관계자와 협의를 가졌는데 의회는 추도비가 분쟁을 낳고 있다며 이전을 요구함.

모임은 이전 요청을 거부하고 위의 세가지 안을 제안함.

1. 해당 부지를 모임이 매입해서 사유지로 한다

2. 허가기간을 줄이고 당분간 추도식을 진행하지 않는다

3. 허기기간은 그대로 두고 당분간 추도식을 하지 않는다

현 관계자는 처음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열흘 후 모인의 제안 모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을 보냄.

모임은 이에 군마현지사와 면담을 요청했지만 지사는 응하지 않고 추도비가 정치적 행사에 이용되었다며 설치 갱신을 불허함.

이후 모임과 군마현은 서로를 고소하며 법정다툼이 진행됨.

4. 문제의 '조선신보'와 '정치적 발언'

일단 군마현 지사가 문제삼은 '조선신보'는 무엇인가.

대충 이렇게 생김.

조선신보는 일본 조총련 기관지로 조선로동당 소식이나 일본내 재일조선인들 소식, 한국 문화등을 알리는 언론임.

한국에서는 접속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서워서 들어가보진 않음.

논문에 조선신보에 언급되었다는 '정치적 발언'이 무엇인지 나오고 정리하면 다음과 같음.

1. 비문에 사과의 말이 없다. 앞으로도 활동을 계속 이어가자(제막식 운영위원)

2. 강제연행 사실을 일본 전국에 알리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도록 하겠다(추도식 사무국장)

3. 전쟁 중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며, 아시아를 침략한 일본은 지금도 아시아에서 고립되어 있다. 이러한 운동을 '군마의 숲'에서 시작해 전파해 나가자 (추도식 공동대표)

4. 조일국교 정상화의 조기 실현, 조선의 자주적 평화통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함꼐 손을 잡고 힘차게 전진해 나갈 것(조총련 군마현 본부위원장)

5. 일본 정부는 전후 67년이 지난날에도 강제연행의 진상규명에 성싱하게 임하고 않고 있으며, 민족차별만이 계속되어 조선학교만 고교무상화에서 제외하는등 국제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부당하고 비정한 차별을 계속하여 민족교육을 말소하려고 한다.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 조일국교 정상화를 하루빨리 실현하자(조총련 군마현 본부위원장)

'조일국교 정상화'가 언급되는데 이건 2002,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일본과 북한의 수교 관련으로 보임.

'조선학교 고교무상화'는 현재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조총련쪽 사안.

해당 발언의 내용에 대해서는 2014년 일본공산당 뉴스를 봐도 확인이 가능함

( https://www.jcp.or.jp/akahata/aik14/2014-09-03/2014090303_01_0.html )

나가이 마사토리 북일협회 군마지사장은 일본공산당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발언으로 여겨지는 것은 조총련 인사가 언급한 '조일국교 정상화' , '조선학교 무상화 요구' 발언. 이것은 사실을 근거한 호소인데 어떻게 정치적인가. 만약 정치적이더라도 이걸 가지고 추모비 철거하는 것은 편협하다"

라고 이야기 함.

5. 사견

군마대학 논문을 봤을 때 추모비 관련해서 논란이 된 '정치적 발언'은 '강제연행' 보다는 북한 관련 발언이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임.

다만 서두에 언급한 논문 요약처럼 애초에 정치적 발언을 제한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라고 생각을 하긴 함.

(추모비에 헌화 중인 일본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