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퇴사한 회사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한 제 캐릭터를 노출시키고 있습니다[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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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쿠로 댓글 0건 조회 166회 작성일 24-03-02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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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머탭에 글 올려 죄송합니다 ㅠㅠ......

혼자 정말 많은 고민을 하다가 하소연 할 곳이 없어 글이라도 적어봐요..


저는 20대 후반 직장인입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전 직장(이자 첫 직장)에서 제가 만들었던, 제가 저작권을 가진 캐릭터를 마스코트로 잠깐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다 캐릭터 사용에 대해 저와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앞으로 회사에서 그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기로 협의하고 퇴사를 하였습니다. 퇴사한지 1년 조금 넘었네요.

그런데 엊그제 우연히 전 회사의 이번 달 소식지에 제 캐릭터가 들어간 그림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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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과를 졸업하고,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오랜 생각으로 인해 장애인복지관련 단체에 입사했습니다. 제가 장애가 있는 몸이어서(진행성 근육병으로 어렸을 때는 잘 걸었지만 중학교 때 쯤 걷지 못하게 되었고 지금은 팔과 손의 힘도 많이 약해졌습니다.) 성장하면서 이런 저런 어려운 경험들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마음으로 처음 입사한 회사는 제가 대학생 때부터 활동하고 교류하던 곳으로 지인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실습과 인턴 경험도 쌓았었지만, 첫 직장이기에 긴장도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내 신념이 곧 맞닿아 있는 곳이기에 많이 설레는 마음도 있었고, 내가 잘 하면 조금이나마 형편이 나아지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는 마음에 성실하게 일을 했었습니다. 꼼꼼한 편인 성격이라 업무를 잘 해낸다고 자주 칭찬도 받고, 동료분들에게 평가는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입사하자마자 신설 팀에 혼자 배치되었고, 바로 담당 사업을 두 개 맡아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사실 세 개를 담당할 뻔 했지만ㅎㅎ.... 세 번째 사업을 인수인계 받는 중 다른 동료분이 입사해 결론적으로 두 개를 담당했습니다)

주변에 같은 사회복지 관련 직장에 종사하는 분들의 말에 따르면 보통 신입은 담당을 바로 맡기보다 서브로 들어가서 업무를 돕는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신입이 어쩌겠어요, 그냥 회사 인력이 부족한걸 이해하며 일했습니다.

신입이 담당 두 개를 맡아 하려니 당연히 신입 역량으로 업무량이 많았지만, 이와 별개로 다른 자잘한 후원 사업들도 진행해야 하다 보니 야근은 당연시 되었습니다. 업무에 대해 질문할 직속 상사가 국장님 뿐이라 자주 국장님과 소통했는데, 이때 국장님께서는 일이 많으면 언제든 말해라, 업무 지원을 해주겠다. 업무를 나눠서 하는거도 회사의 일이다라고 말씀하시곤 해서 참 든든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 담당 사업 업무일정이 밀릴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날 회의에서 국장님의 빨리 진행해야 할거 아니냐는 말에 제가 업무가 많아서 감당이 잘 안된다.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니


제가 야근을 강요하는건 아닌데~.. 본인 업무는 본인이 늦게까지, 집에 회사 노트북 가져가서 해서라도 책임져야 한다. 자기가 담당하는 사업이니 책임이 있지 않냐


라고 하시더군요. 동료들도 제 업무가 적지 않다는거 다 아는데, 제 업무가 많지 않은 것처럼, 제가 책임감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게 당황스럽고 화도 나고... 어쩔 수 없이 책임감이라는 말 아래에 2주 가까이 밤 11시까지 야근을 했고, 무급으로 업무가 진행됐습니다.


....


5시 퇴근인데 4시에 일 줄 때도 있었고, 야근 수당은 회사가 어렵다는 사정으로 없었고.

사업 일정 때문에 생기는 주말 출근은 연차 하루 더 주는 식이었습니다...


몸이 망가져 가는걸 느꼈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밥만 먹으면 체하거나 바로 설사로 이어지더라구요. 혼자서 화장실에 못가는 저에게 정말 치명적..ㅠㅠㅠ 밥도 잘 못먹었네요 그때..

부담감과 몸이 안좋아지는게 심해서 한참을 고민 후 퇴사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근육병으로 인해 장시간 의자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는게 쉽지 않은데, 야근이 너무 많아서 몸에 부담이 크게 가서(근육병은 몸이 무리하면 병의 진행이 가속되기도 합니다) 건강 문제로 퇴사를 결정했었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퇴사하지 말아달라고 몸이 안좋으면 재택을 해도 된다고 말하며, 업무환경 더 낫게 해주겠다 등의 조건을 더 주며 저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남았는데, 나중에는 재택하는거에 눈치를 줘서 결국 재택근무는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라고 계속 권유했는데, 솔직히 제가 장애가 있어서 취직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결정이 어렵더라구요. 장애가 없는 또래들도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고...그리고 앞서 말한 오랜 신념 또한 있어 그걸로 버텼던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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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참 회사가 어려운데, 잘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가 만들었던 캐릭터를 회사 마스코트로 쓰게 했습니다. 예전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걸 좋아해서 혼자 이런저런거 그려보고 캐릭터도 자주 만들어보고 했거든요. 저를 담아낸 캐릭터라 애정이 많은 캐릭터였지만, 그만큼 회사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 또한 커서 마스코트로 사용했습니다.


이후 그 캐릭터로 회사 달력을 만들자고 회사에서 이야기가 나와서 저에게 달력용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월 별로 한 장씩 총 12). 기한이 2주 남짓이었는데, 당시에 사업 마무리에 더불어 결과 보고 기간이라 기존 업무 때문에 기한 내에 완성하는 것은 무리라 말씀드렸습니다. 기한을 늘려달라 말씀드렸지만 기각되었고 다른 직원과 6장씩 나눠 그리면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사측에서는

일이 많으면 퇴근하고 나서, 아니면 주말에 그려라고 말씀하셨고, 당연히 추가 근무수당도 없었습니다. 대신

장당 금액을 주겠다, 용돈 번다고 생각해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업무 하고 주중에 도저히 시간이 안나 주말 3-4일을 소모해서 6장 그렸습니다. 손이 잘 안 움직이는 몸이다 보니 한 장 그리는 것도 반나절 남짓 걸렸던거 같습니다.

그러고 장당 받은 금액은..? 2만원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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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다음 해였습니다. 또 달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에 12장 모두 + 캐릭터 스티커 제작용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여기서 설명드리면, 제 원래 업무는 그림이 아닌 사회복지 사업 담당 업무입니다.

이번에도 또 장당 2만원으로 진행하시려 하셔서 작년 상황을 생각해보니 그렇게는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했고, 여기서 결국 회사측과 의견이 안맞아 그리기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서 다른 직원들 주말출근 해도 돈으로 못주고 휴일로 주는데, OO씨 그림 그리는거로 돈 주는거 좀 그렇다. 형평성이 없다.’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회사는 제가 돈을 밝히는 것처럼 말을 하더라구요..


그리고 저랑 아무 이야기 없이 다른 직원분이 제 캐릭터로 그림을 그리게 했더군요. 좀 많이 섭섭했습니다. 회사에 애정이 있어서 잘 되었으면 좋겠어서, 그저 더 나은 사회를 같이 만들고 싶어서 몸이 망가져도 열심히 해왔는데...


거기다가 그 해는 담당사업 하나에 다른 팀 사업, 외부협력 사업 등 곁가지 업무를 많이 하고 있어 전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는 업무양이었는데 제가 담당사업 하나라 일 많이 안하는거라는 식으로 말하고.. 가스라이팅의 연속이었던거 같아요.


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내가 이상한건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말하더라구요.

애초에 업무 외 시간에 작업을 하라는 거면.. 외주 형식처럼 생각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돈을 안주는게 뭐가 그렇게 당당하게 말을 하는거지 싶었습니다. 저를 정말 나쁜 사람처럼 몰고 가는게 억울해서 나중에는 울면서 말씀드렸습니다.

일도 적게 하는것도 아니고, 업무 난이도가 낮은 것도 아닌데

오래 보고 지낸 정이 있어서 말로 잘 해결하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말씀하시냐,

거기에 돌아온 말로는 이렇게 감정소모 하면서 그 캐릭터 쓸 값어치는 없을 거 같다였습니다.

이후 제가 그린 캐릭터를 앞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사측과 협의를 하고 퇴사했습니다. 정말 마음 고생도 많이 하고 많이 울었었네요.. 그게 22년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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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에 회사 소식지에 그 캐릭터(다른 직원분이 그렸던 그림)가 실려진 그림이 올라온걸 봤습니다.

분명 그 캐릭터 앞으로 쓰지 않기로 이야기 했었는데...

하... 정말 속상하고 잠도 잘 오지 않아 하소연 해봐요..ㅠㅠㅠㅠㅠ

몸도 마음같지가 않은데 지금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2년 달력 8월.png 퇴사한 회사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한 제 캐릭터를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그렸던 그림 중 하나 첨부합니다. 디테일을 더 챙길 수 있는데 시간이 빠듯해서 퀄리티를 올리지 못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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