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했다. RPG 메이커 같은 프로그램으로는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 같은 것을 뽑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게임이 2~3초 멈추게 하여 뭔가가 작동하는 것처럼 속임수를 썼을 뿐.

노골적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 이중적인 구조로 게임에 종교를 녹여낸 칸예 퀘스트 3030은 플레이어들이 '승천주의'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데에 성공적이었다.

이내 그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찾아가면 된다'라는 마인드로 게이머들은 승천주의가 무슨 종교인지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교리는 다음과 같았다.

우리가 우주 속에 있는 단순한 생명으로서 접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고 일시적이다.

인류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기 위해 더 높은 단계로 재탄생, 승천을 해야 한다.

육체에 속박되어 있는 상태에선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적 수련을 통해 껍데기에 불과한 육체 속에서 재탄생하며 더 높은 단계를 추구해야 한다.

육체가 저지르는 충동이나 온갖 악행도 영혼이 원하기에 일어나는 진실된 행동이기 때문에, 영혼이 원하는 대로 행동을 해야 한다.

패스트빈의 원문 밑쪽을 보면 어센셔니즘의 유튜브 채널과 비디오를 파헤치던 흔적이 있었다.

각종 비디오들에 영문을 알 수 없는 단어들을 집어넣고, 가운데 메모장에는 정말 괴기한 문장들이 써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 메모장에 써져있는 단어와 동일하다.

이 부분으로 '승천주의'와 게임 칸예퀘스트3030의 관계는 확실하게 증명되었다.

사람들의 분석을 통해 이 단어는 승천주의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했던 절차에 관련된 부분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 흔적들을 조합하면 GPS 위치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는데

게임 '아이작의 번뇌' ARG와 굉장히 비슷한 상황이다. 땅에 파묻힌 인형을 찾아내는 것과 같이.

대체 무엇에 쓰는 물품의 설계도인지는 알지 못했다.

패스트빈에서 승천주의를 파헤치던 흔적은 이정도쯤에서 끝나 사람들은 한계를 느끼던 찰나, 이 칸예 퀘스트 3030과 승천주의에 관해 자세하게 분석한 스레드를 찾아냈다.

게임이 유명해진 것은 2년 뒤인데, 게임의 숨겨진 메시지를 파헤치는 스레드는 게임 발매 후 불과 2달 만에 개설되었다는 것이 조금 의아했으나, 아무튼 이 스레드에는 승천주의에 관련된 수많은 정보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그중 한 명은 어센셔니즘 단체의 웹사이트에 있는 후원 주소에 1센트를 후원한 후, 영수증에 적혀있는 실명과 이메일 주소로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 답이 없었다.

사람들은 슬슬 단순한 장난일지도 모른다며 승천주의에 대한 관심이 시들시들해져 갔지만,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암호, 혹은 메세지를 풀어내는 사람들을 신자로 받아들이는 종교단체가 아닐까?'라는 설이 대두되기 시작했기 때문.

유튜브 영상들도, 게임 속 메시지들도 굉장히 비밀스럽고 체계적이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전화를 걸게 된다면 "지금 바로 어센셔니즘에 가입하세요!"라는 음성이 재생되었다고 한다.

이 사이트에서는 숨겨진 링크를 통해 CALYPSO라는 실행 파일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이들은 단지 웹사이트, 개인 라디오 방송국 뿐만이 아니라 페이스북 같은 각종 소셜 페이지도 운영했으며

이 채널에는 각종 사운드트랙이 올라와 있었다가 삭제되었는데, 백업해놓았던 사람들이 있어 지금도 들을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일반적인 음악이라기보단, 승천주의에 관련된 음악일 것. 그의 유튜브 페이지가 말해준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들을 포스팅하던 계정이었는데, 사람들은 이 계정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가입문의가 아닐 경우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ASCENDTODAY 계정은 현재 폐쇄되었지만, 추종자들의 계정이나 트윗은 여전히 방치된 상태였고 활동 중인 계정도 존재했다.

Anne이라는 사람이 어센셔니즘과 관련된 캠프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트위터 내용.

Jackson이라는 사람과 다른 추종자들이 자기를 찾아다닌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증거들로 보아, 승천주의란 종교는 현실에서 존재하고, 활동 중인 것이 확실했다.

공식 계정으로부터 여러 가지 임무를 받았다고 한다.

사과에 엽서를 끼우고 인증 사진을 올리는 것들이 그들이 지시한 임무였다.

공식 계정이 존재하던 당시의 플레이어는 어센셔니즘에 위장 잠입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 중이었고, 마지막 단계만을 앞두고 있었다.

공식 계정이 의식을 위해 플레이어의 거주지를 요구했고, 플레이어는 일단 말을 돌리며 의식의 정보를 알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마치 의도를 파악했다는 듯, 귀신같이 공식 계정의 연락은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