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선수단 내 불화를 끝까지 묵인하며 선수들을 방패막으로 내세우는 KFA를 보고, 이들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이제는, 의구심이 확신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클린스만을 경질한 뒤 새 감독을 위해 꾸린 전력 강화 위원회는 "심도 있게 논의하겠습니다."라며 선임 과정에 기대감을 심어주었지만 심도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내일 열리는 2차 강화 위원회에서 감독 후보자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많은 언론들과 매체들이 KFA 수뇌부와 감독 후보자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나누어진 상태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화살표들이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K리그 현역 감독들을 향해 있다.

정해성 위원장과 정몽규 회장은 외압이 없는 시스템을 통해 감독을 선임할 거라 약속을 했으나, 이미 어겨진 듯하다.

친구들이 나에게 차기 감독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한다.

"다음 국가대표 감독 홍명보야?", "다음 감독 누가 될 거 같아?"

내 답은 항상 같다.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럼 친구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클린스만 욕을 하고 다음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런저런 말들이 오고 가고 난 뒤 한마디를 붙인다. "압박 넣고 반강제로 선임하기. 항상 하던 짓인데 왜 못하겠어."

11년 전, KFA가 말장난하는 것을 보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KFA는 브라질 월드컵 이전 전북의 최강희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나름대로 설득을 했다 하지만 언론들을 통해 압박을 하고, 소주 5병을 마시게 한 뒤에 선임한 것은 '설득'이 아닌 '반강제'이다.

현재 KFA가 하려는 행동은 11년 전과 별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언론사들의 보도를 통해 K리그 감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게 하며 특정 감독들과 구단을 압박하고 있고 축구팬이 아닌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며 KFA의 처참한 내부에서 차기 감독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하고 있다.

다시 반강제로 선임'시켜' 대중들에게 설득으로 꾸미고 감독을 방패막이로 내세우진 않길 바란다.

1차 강화 위원회 브리핑을 보면 KFA는 K리그 현역 감독이 클럽팀과 국가대표를 병행해 주길 바라는 듯하나, 개막 1주일을 앞둔 K리그 현직 감독을 선임해선 절대로 안 된다. 리그가 개막한 후여도 안된다.

병행하는 여러 경우를 봐왔지만 어느 곳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여 두 곳에서 모두 경질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게다가 이제 막 개막하여 정신없을 감독에게 국가대표 자리까지 맡기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3월 A매치만을 위해 임시 감독직으로 선임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겠으나, KFA는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며 정식 감독으로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국내 감독은 더더욱 안된다.

대중들은 국내 감독에 한해서 만큼은 매우 냉정하다. 한 경기만 져도 전국 곳곳에서 자르라고 난리고 때론 정치계 인사들까지 나서서 간섭을 한다. 여론에 약한 KFA와 정몽규는 북중미 월드컵 전에 여론에 밀려 경질한 뒤 감독이 화살들을 받을 때까지 방관만 할 것이다.

KFA는 충분히 여러 국내 감독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그들이 쌓아온 명예를 무너뜨렸고 여러 구단들과 팬들이 피해를 받았다. 더 이상 국내 감독이 희생양이 되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