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고려놈들 너무 참람한대요? 다 제후국식으로 바꾸죠[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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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114회 작성일 24-03-04 18:26본문
고려사. 조선에서 편찬한 고려의 역사로 고려실록이 사라진 지금 고려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한편으론 조선 사람들에게 거슬리는 부분에 편집이 가해진 책이기도 하다. 조선이 고려사를 편찬하면서 가했던 작업은 조선 건국의 정당성, 그리고 고려의 격하다.
이는 고려사 전 작업이었던 고려국사에서 특히 심한데 고려는 짐, 폐하, 태자라는 황제국의 용어를 사용했는데 유학자들 입맛에 맞지 않아서 조작되었다.
태조의 명령에 따라 조직된 고려국사 편찬위원회: 조준 · 정도전 · 정총 · 박의중 · 윤소종
정도전, 정총 등: 고려놈들 진짜 참람하네. 분수에 맞지 않게 중국 황제를 모방하다니 (둘은 고려의 외왕내제 표현을 "참의지사" 라고 했다
주제를 알아야지 ㅋㅋ 제후국 수준에 맞게 고쳐놓자
결국 고려국사는 고려의 모든 용어를 격하시켰는데
‘폐하(陛下)’ ->‘전하(殿下)’
‘태자(太子)’->‘세자(世子)’
왕의 생일은‘절일(節日)’ ->‘생일(生日)’
왕의 명령‘조(詔)’ ->‘교(敎)’
왕의 1인칭은‘짐(朕)' ->‘여(予)’로 모두 뜯어 고쳤다
어우 시원해 이게 제후국이지 ㅋㅋ
그렇게 고려국사는 다소 굴욕적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사대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다. 그리고 세종의 치세에 들어서 세종은 고려사를 다시 편찬할 것을 명한다.
세종: 현 고려사는 공정성에 문제가 있으니 다시 편찬하라
세종은 고려사를 조선 왕조의 업적을 더 강조하는 한편 직서 방식으로 편찬하길 원했다. 직서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다. 신하들의 생각은 달랐다.
세종은 고침없이 그대로 쓰고 싶었지만 유학자들은 유교에 입각해서 참람한 용어 대신 중국에 사대와 예우를 다하는 제후국식 표현을 원했다.
결국 직서 논의를 거치는데 유관의 의견이 세종에 부합했다.
변계량: 고려에서 태자니 뭐니 한 것들 조선식으로 다 고치죠!
유관: 굳이? 그냥 있는 그대로 직서합시다!
세종: 유관 말이 옳다. 그냥 그대로 써라
결국 고려사에는 고려의 황제국 용어가 그대로 실렸다. 역사를 그대로 기록하자는 세종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하지만 다 허용한 건 아니었으니 고려사 본기가 아닌 세가로 기록한 것이다. (세가는 본기보다 격이 낮다) 신하들이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었나 보다.
같은 논리로 삼국사기도 "김부식은 왜 삼국을 '본기'에 실은거냐??" 라며 조선시대 때 까인 적이 있다. 정작 오늘날엔 김부식이 사대주의자라며 억울하게 욕 먹는 걸 보면 기분이 묘하다..
그래도 고려사는 고려국사에 비해 황제국 용어가 그대로 실린게 많고 <찬수고려사범례>에 따로《고려사》기록은 왜 <본기>라 안하고 <세가>라 했는지, 왜 고려의 참람한 왕실 예법을 격하하지 않고 그대로 기록했는지, <열전>의 충신, 반역자를 분류한 기준이 뭔지 등을 설명했다.
세종 덕분에 우린 당시 고려 왕실이 어떤 표현을 썼는지를 알 수 있게 됐으니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빠진것도 있는데
"대..대사천하? 이건 황제국이나 쓸 법한 용어잖아.. 천하는 빼라"
대사천하라는 대담한 표현에는 세종도 당황했다. 세종도 다 허용해준 건 아님 ㅋㅋ
*대사천하: 천하에 내리는 대사면이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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