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다들 중공이 문화대혁명 때 이것저것 때려부순 게 많다는 걸 들었을 것이다.

그중엔 공자의 고향이자 공씨 가문의 묘역이 있는 궐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만에서 이 소식을 들은 공자의 종손이 '다신 본토를 밟지 않겠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우습게도 뒷날 중공이 공자와 그의 유교 사상을 재조명하려고 하니, 중요한 자료들을 문화대혁명 때 없애버린 바람에 우리나라에서 역수입해왔다는 건 아직도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그런데, 이 궐리라는 동네가 문화대혁명 훨씬 전에 초토화될 뻔한 것을 한민족의 아들이 구해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닥 없다.

지금부터 알아보자.

때는 1128년, 금나라 군대가 파죽지세로 거란족의 요나라를 멸망시키고 송나라도 정강의 변으로 굴복시킨 직후였다.

이때 완안종한이라는 금나라 왕족이 측근통사 고경예(高慶裔=高慶緖)와 함께점령군 부대를 이끌고 곡부에 도착했다.

이 고경예라는 사람은 발해의 유민이며, 고구려 왕실의 먼 후손이라고 전한다.

즉, 고경예는 발해의 복수를 위해 요나라를 멸망시키는 공격에 가담했던 것이다.

여하간, 야만스러운 금나라 병사들은 궐리의 공자묘를 보고선 보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열심히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완안종한이 고경예에게 물었다.

완안종한: 저 공자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고경예: 옛날의 위대한 성인(聖人)입니다.

완안종한: 대성인의 무덤을 어찌 파헤지는가!!

화가 난 완안종한은 무덤을 파헤친 병사들을 모조리 죽였고, 이후 궐리와 곡부를 건드리는 금나라 군사는 없었다고 한다.

이곳이 유교 문화권에서 가지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고경예는 정말 큰 공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고경예가 지켜내준 궐리는 한족들이 자기네 손으로 부숴버렸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따로 없다.

참고로 고경예는 계속 완안종한 라인을 타서 승승장구하다가 정쟁에 휘말려서 처형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