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버닝>에서 종수(유아인)가 포크너를 언급한 이유[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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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푸히헤헤햏ㅎ 댓글 0건 조회 131회 작성일 24-02-18 20:14본문
벤: "종수씨는, 혹시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물어도 돼요?"
종수 : "아, 윌리엄 포크너요."
벤: "아, 포크너~"
종수: "포크너 소설을 읽으면, 내 얘기같다 싶을 때가 있거든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는 위처럼 주인공 '종수(유아인)와 벤(스티븐 연)의 대화 중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윌리엄 포크너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리고 <버닝>의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에서도
주인공이 포크너의 단편집을 읽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하루키와 이창동은 왜 포크너를 언급했던 것일까?
("헛간을 태우다"의 일본어 판에서는 포크너의 단편집을 읽는다고 나오는데,
영어판에서는 이 부분이 왜 그런지는 몰라도 잡지 3개를 읽고 있다고 번역되었고,
몇몇 우리나라 번역본에서도 잡지로 번역을 했으니 이 부분은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헛간을 태우다"에서 포크너를 언급한 이유는 하루키가 1983년에 이 소설을 쓰기 50년 전인
1933년에 포크너가 "헛간, 불태우다(Barn Burning)"이라는 동명의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헛간, 불태우다"는 주인공 사티와 소작농인 그의 아버지 애브너의 이야기다.
에브너는 항상 욱하는 성격 때문에 지주와 다투거나 송사에 휘말리는 인물인데,
화가 날 때마다 지주의 헛간에 불을 지른 다음 가족을 이끌고 다른 지역으로 도망간다.
아들 사티는 아버지의 무법적인 일탈을 보게 되고, 고민을 하다가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의 소설과 위에 나와 있는 포크너의 소설의 줄거리는 꽤 많이 다르다.
하지만 '헛간을 불태우는 행위'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은 하루키는
영감을 준 포크너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포크너의 작품과 동일한 영어 제목 "Barn Burning"을 제목으로 하고,
주인공이 포크너의 단편을 읽는 모습을 삽입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영화 <버닝>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창동 감독은 단순히 하루키가 포크너를 오마주한 것을 그대로 <버닝>에 옮긴 건 아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비록 하루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포크너의 작품도 적극적으로 영화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하루키의 세계에 살고 있는 젊은 포크너의 이야기"라고 요약할 정도로
두 작품이 자신의 영화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몇몇 설정들도 자연스럽게 포크너의 "헛간, 불태우다"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종수의 아버지는 애브너와 비슷하게 자존심이 세고 분노조절 장애를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그리고 영화의 최종장에서는 사티가 아버지의 일탈을 보고 고민 끝에 행동을 해야했던 것처럼,
종수도 벤의 '헛간 태우기'의 실체를 알게 된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버닝>이라는 영화는 포크너, 하루키, 그리고 이창동 감독의 시선이 모두 들어간 영화이기 때문에
포크너와 하루키의 소설을 보고 <버닝>을 본다면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 읽으셨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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