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The Roots - Things Fall Apart[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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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100회 작성일 24-05-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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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ts - Things Fall Apart


The Roots - Things Fall Apart



90년대의 힙합을 상기하면 유독 단체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Public Enemy, Outkast, De La Soul 등의 걸출한 이름들이 수도 없이 떠오르지만, 전면에서 문화의 주류를 이끈 것은 데스로우 레코즈와 배드 보이 레코즈를 위시한 전형적인 갱스터 힙합의 몫이었다. 열병기와 냉병기를 가리지 않고 쏘아대는 패거리들, 혈연보다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동료들, 멋들어진 제스쳐와 핸드 사인을 주고받는 이들. Wu-Tang ClanN.W.A가 떠오를 익숙한 갤러리의 클리셰들을 돌아보면 장르 특유의 몰입감을 위해선 개인의 매력보단 단체의 시너지를 뽐내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모든 집단이 흥행 보증의 불문율을 따르기 위해 억지스러운 빌런을 자처하진 않았다. The Roots도 집단의 움직임을 추구한 이들 중 하나였으나, 그들은 시대 흐름의 대척점에 위치해 주류의 선택과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마이크 대신 건반과 기타 그리고 드럼 스틱을 집어 들고, 재즈틱한 악곡의 품격과 세션의 싱싱함을 몸소 실연하며, 포주나 폭력배의 모습보단 인간 내면과 사회·정치 고찰에 시선을 둔 목소리로 힘을 싣기까지. 힙합의 뼈대 위 콘크리트가 굳어 너도나도 페인트칠을 시작하던 때, 그들은 홀연히 나타나 손길 닿지 않은 잿빛 진황지에 터전을 드리워 목조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 Roots의 아이덴티티는 곧 디아스포라와도 같았다. 거처를 떠난 민족이 이주 후에 새로운 집단으로 정착함을 표현하는 의미처럼, Roots가 힙합 카테고리를 판정받을지언정 그 원류지가 물씬 풍겨댄 향취는 힙합 크루보다 재즈 밴드 형식에 훨씬 근접했다. 알려진 대로 Roots는 재즈 연주와 라이브 세션의 형식을 빌려 힙합에 이종한 형태를 근간으로 결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당대 여느 힙합 그룹들처럼 일류 래퍼들의 무자비한 랩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과 다른 형태였다. 넘치는 자신감의 과시가 교집합으로 향유될 뿐, 그들은 당대 힙합의 안티테제로 보일 여지까지도 충분했다.

Roots는 이처럼 올곧은 지향점을 따라 데뷔작 <Do You Want More?!!!??!>와 차기작 <Illadelph Halflife>을 발매했다. 두 작품 모두 재즈와 힙합의 혼재를 성공시킨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했고, 필라델피아에서 이주한 뉴욕의 외지인 Roots는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점점 입지를 넓혀갔다. 그러나 대중적인 관심도가 부족할 즈음 이 시기의 Roots는 색다른 전환점을 맞이한다. 드러머 겸 프로듀서 ?uestlove가 외부 프로젝트인 D’Angelo<Voodoo>Common<Like Water for Chocolate> 작업에 착수하며, 그의 드럼이 앨범들의 성향을 옮아 재즈와 힙합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네오 소울의 향을 머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uestloveRoots보다 앞서 힙합과 알앤비의 대안론을 연구하던 단체 The Soulquarians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는 Roots의 앨범마저 뒷전으로 미루며 외부 프로젝트 작업에 몰두하도록 만든 강력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훗날 ?uestlove가 당시를 회고하길 그의 이상향은 어느덧 재즈 힙합의 울타리를 벗어난 상태였다. 새로운 가능성의 지표를 연 Roots는 더 이상 웰메이드 크로스오버에 안주하지 않았고, 그 흐름 속에서 <Things Fall Apart>가 탄생했다. 본작은 그저 재즈와 힙합의 절충안이 아닌 비로소 ‘Roots’의 캐릭터를 정립한 힙합 디아스포라 최고의 결실 중 하나로 탄생되었다.

전형적인 재즈 에스테틱의 진한 풍미 위 힙합의 구성을 얹어 펼쳐낸 전작들과 비교할 때 <Things Fall Apart>의 프로덕션 구성은 전보다 간소화된 형태를 보인다. 주 무기였던 브래스와 멜로디컬한 사운드 사용의 절제는 전작들 특유의 여유와 경쾌함을 덜어낸다. 그 빈자리를 대신한 쌉싸름한 맛의 드럼이 파편 입자를 남기며 혓바닥에 맴돈다. 스타우트 흑맥주의 끝마무리처럼 귓가에 감도는 잔향을 입혀낸 방식이다. 때문에 대체로 부드럽고 유려한 사운드를 조성했던 전작들과 달리 사포질을 가미하듯 거칠한 질감이 살아남을 느낄 수 있다. 이때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타일 탈피의 선례인 <Midnight Marauders>를 떠올릴 수 있다. 앨범이 소포모어의 발매 후 새롭게 제시된 A Tribe Called Quest 사운드의 확장판이었음과 달리, <Things Fall Apart>는 비록 그 방향성에서 등을 맞댈지언정 가장 Roots스러운 사운드를 제시하는 방법론이었다.

이 레시피에 맞춰진 공허와 포화의 경계 사이 여백이 설계되고, 이는 장르가 바뀐 새 미장센을 시연하는 무대가 된다. 곧 프로덕션의 본질적 목표인 랩 퍼포먼스의 극대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원체 경미한 역량의 결여마저 찾아볼 수 없는 Black Thought는 물론, 그에 못지않게 존재감을 뽐내는 Malik. BDice Raw가 합세해 몰아치는 랩 실력을 뽐낸다. 밀도 높은 리릭시즘과 라이밍으로 꽉 채운 감투밥은 어느덧 여전하다고 느껴질만큼 꾸준하지만, 본작에서는 전작과 다르게 공간감을 확보한 프로덕션이 대부분의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한다. 덕분에 어두운 밤에 더욱 환히 빛나는 불꽃놀이처럼 반짝이는 디너 파티의 향연이 벌어진다. 여유로운 전작들의 분위기를 탈피한 래퍼들의 카리스마엔 매끈하게 날이 서 있다.

필히 짚고 넘어갈 것은 역시 수려한 청사진의 출처가 된 Soulquarians의 기여다. 탁월한 랩 실력으로 기품 있는 세련미를 뽐낸 Mos DefCommon (“Double Trouble”, “Act Too (The Love Of My Life)”), 앨범의 미니멀리즘 에스테틱을 지켜내며 캐치한 비트를 선사해 준 J Dilla (“Dynamite!”), 매력적인 목소리로 앨범 막바지의 하이라이트를 빛낸 Erykah Badu (“You Got Me”)까지. 몸소 디아스포라의 교본을 집성한 그들의 활약상을 감상할 때면 자연스레 일원 Mos Def의 어느 인터뷰 내용이 연상된다. 힙합을 포크 아트, 즉 전통 예술로 명명하며, 이 민속적 문화가 유행과 로컬라이징을 거쳐 미국 각지에 걸맞게 변모하는 양상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 Roots가 받아들인 얼터너티브 힙합의 값어치와 일치하는 방향성이다. 그간 선행해 온 <Brown Sugar>, <Baduizm>, <Midnight Marauders> 등의 작품들로 그들의 얼터너티브한 실험들의 값어치를 증명해 온 Soulquarians였기에, 콜라보레이션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그들의 적극적인 개입은 그저 만족스러울 뿐이다.

Roots의 예술성이 만개하는 기폭제가 된 <Things Fall Apart>. 그 뒤로도 Roots의 걸작 계보를 뒤따르는 <Game Theory><undun>, 그 외 잊을 수 없는 작품들까지. 수많은 명작을 남긴 90년대 골든 에라에서도 <Things Fall Apart>는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앨범 자체의 완성도는 물론 Roots에게도 본작의 탄생이 곧 그들의 데뷔만큼이나 독특한 임팩트를 남긴 변신이었기에, Roots의 독자적인 노선 구축에 쐐기를 박은 <Things Fall Apart>의 기여도를 쉽게 헤아리긴 어렵다. 필라델피아에서 온 그들이 가장 대안적이면서 동시에 완벽에 가까운 힙합 밴드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뉴욕의 이방인이었던 그들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자유분방한 예술가들의 다음 행선지를 좀처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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