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오컬트 호러

(Occult Horror)

개요

오컬트(Occult). 라틴어 Occultus에서 유래한 단어로 비술적인ㆍ초자연적인ㆍ불가사의한 것을 의미한다. 오컬트 호러는 여기서 파생된 것이며,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기인한 공포를 다룬다. 악령과 귀신ㆍ마녀ㆍ저주ㆍ이교ㆍ사탄 숭배 등 공포 영화하면 떠올릴 만한 대표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장르기도 한 오컬트 호러. 이러한 장르는 어떻게 생겨났고 또 어떻게 대중과 호흡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역사

기원: 고딕 호러의 영향력 아래서

1. 위대한 신, 판 2. 악마의 성 포스터 3. 헥산 포스터

장르의 원형이 된 오컬트는 고대에서부터 기인하였다. 마법과 정령, 신화 등 세상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탄생했으나 곧이어 등장한 기독교로 인해 주류에서 비주류의 영역으로 물러났지만, 민간과 함께하며 비밀스러움을 유지한 채로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였다.

주류의 뒷전에 위치했던 오컬트는 대중 문학과 결합하며 다시 제 모습을 드러냈다. 18세기에서 19세기에 유행하였던 고딕 소설은 오컬트의 영향에 놓여있었던 문화였다. 트란실바니아의 블라드 체페슈 전설에서 유래한 드라큘라ㆍ민간 전설에서 유래한 늑대인간 등 오컬트에 기반하여 쓰인 소설들이 유행하였다.

한편, 1895년 최초의 상업영화가 등장한 이후로, 영화는 연극과 결합하여 예술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초기의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이었던 조르주 멜리에스는 마술사였다는 특징을 살려 마술에서 사용되는 특수효과를 영화에 접목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고딕 소설 장르를 결합하여 만들어진 영화 악마의 성(The Haunted Castle, 1896)은 최초의 공포 영화이자 오컬트 영화였다. 3분 남짓의 짧은 단편이었지만, 악마가 등장하고 이를 십자가의 힘으로 무찌른다는 내용을 특수효과의 적극적 사용을 통해 초현실적인 장면을 구현하였다.

20세기에 들어서도 오컬트의 영향은 여전하였다. 아서 매켄의 위대한 신, 판(The Great God Pan, 1894)ㆍ백색 인간(The White People, 1904)ㆍ불타는 피라미드(The Shining Pyramid, 1923), 앨저넌 블랙우드의 웬디고(The Wendigo, 1910), E.F. 벤슨의 탑 안의 방(The Room In The Tower, 1912) 등이 오컬트의 영향을 받은 소설이었다.

영화에서는 벤자민 크리스텐슨의 헥산: 마녀들(Hxan, 1922)이 있었다. 헥산은 고딕 소설을 그대로 옮긴 동시대의 공포 영화와 다르게 마녀와 악마에 관한 유럽 민담과 전설을 재구성하였다는 특징을 가졌다. 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오컬트 호러 영화와 포크 호러 영화의 시초를 이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딕 소설의 영화화가 진부한 것이 되면서 공포 영화는 각본의 독창성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서 중점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발 류튼과 자크 트루뇌르 콤비가 있었던 RKO 영화사였다. 이들은 캣 피플(Cat People, 1942)ㆍ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I Walked With A Zombie, 1943)을 협업하며 공포의 영역을 심리적인 영역으로 넓혔을 뿐 아니라 필름 누아르 기법을 도입하여 긴장감 넘치는 연출을 보여주는 등 혁신을 가져왔다. 그러나 1950년대 들어서면서 냉전이 격화되었고, 핵무기의 발전은 과학 기술에 대한 공포를 가져와 공포 영화의 주류는 외계인, 크리쳐물이 대세를 차지하게 된다.

1. 악령의 밤 포스터 2. 호러 호텔 포스터 3. 더 데블 라이즈 아웃 포스터

1950년대와 60년대는 저예산 영화로써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나 오컬트 호러의 자리는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자크 트루뇌르의 악령의 밤(Curse Of The Demon, 1957)ㆍ존 르웰린 목시의 호러 호텔(The City Of The Dead, 1960)ㆍ테렌스 피셔의 더 데블 라이즈 아웃(The Devil Rides Out, 1968)ㆍ버논 스웰의 진홍색 제단의 저주(Curse of the Crimson Altar, 1968)처럼 저예산 공포 영화를 주로 제작하는 영화사였던 타이곤ㆍ해머 프로덕션 등에 의해 명맥을 이어갔다.

태동과 발전: 명작들의 등장

1.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반전 시위 2. 악마의 씨 포스터

68혁명은 문화적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여 오컬트 문화가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악마의 씨는 현재 오컬트 호러의 효시로 평가 받는다.

반문화운동(Counter Culture)란 주류 문화를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말한다. 1960년대 말 당시 베트남 전쟁의 여파로 발생한 반전(反戰)ㆍ평화 분위기, 식민지의 독립 등으로 벌어진 경제적 침체 분위기, 나치 청산의 실패나 대학 교육의 확산 등으로 발생한 질적인 일자리의 부족 등의 사회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벌어진 68혁명을 시작으로 당시 기성 문화였던 기독교 문화와 보수적인 분위기에 대해 반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었다. 히피들의 등장과 동양 문화에 대한 접근, 그리고 사탄 숭배가 퍼졌고, 대중문화들이 이런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는데, 공포 영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라 레빈의 소설 로즈마리의 아기(Rosemary’s Baby, 1967)를 원작으로 한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 악마의 씨(Rosemary’s Baby, 1968)는 오컬트 호러도 블록버스터 영화로 제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악마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악마 숭배자를 주인공 측과 다른 존재가 아닌 친근한 존재로 묘사하는 등 이후 등장할 오컬트 호러 영화의 문법을 제시하는 효시가 되었다.

1. 위커맨 포스터 2. 엑소시스트 포스터 3. 오멘 포스터

위커맨은 포크 호러에, 엑소시스트와 오멘은 이후의 오컬트 호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탄의 형제들(The Brotherhood of Satan, 1971)ㆍ사탄의 피부(The Blood On Satan’s Claw, 1971)ㆍ어사일럼(Asylum, 1972)ㆍ쳐다보지 마라(Don’t Look Now, 1973) 외에도 여러 오컬트 영화들이 등장했지만, 대표적인 작품으로 로빈 하디의 위커맨(The Wicker Man, 1973)ㆍ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The Exorcist, 1973)ㆍ리처드 오너의 오멘(The Omen, 1976)을 꼽을 수 있다. 위커맨은 드루이드교 전설을 재구성하며 포크 호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엑소시스트와 오멘은 반기독교적 모티브를 따와 악마가 아이에 빙의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엑소시스트는 악마와 기독교의 대립을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오멘은 극이 전개되며 밝혀지는 구조라는 차이가 있다. 이 영화들의 흥행으로 오컬트 영화의 제작은 활발해지게 되었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Suspiria, 1977)ㆍ인페르노(Inferno, 1980), 실화를 기반으로 한 스튜어트 로젠버그의 아미티빌의 저주(The Amityville Horror, 1979) 등이 있었고, 소설에서는 캐리(Carrie, 1974)ㆍ샤이닝(The Shining, 1977)과 단편집에 실린 옥수수밭의 아이들(Children Of Corn, 1978)ㆍ맹글러(The Mengler, 1978) 등 스티븐 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쇠퇴와 반등

1. 이블데드 포스터 2. 폴터가이스트 포스터 3. 헬레이저 포스터 4. 백사의 전설 포스터

이블데드는 스플래터와 결합을, 폴터가이스트는 하우스 호러와의 결합하였다.

헬레이저는 오컬트 요소를 사용한 슬래셔 영화였다.

1980년대는 오컬트 호러물의 쇠퇴가 일어난 시기였다. 공포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슬래셔 영화로 옮겨졌다. 그러나 완전히 몰락한 것은 아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1982)나 캔 러셀이 연출한 백사의 전설(The Lair Of The White Worm, 1988) 등이 명맥을 이어갔다. 샘 레이미의 이블 데드(The Evil Dead, 1981)처럼 스플래터물과 결합하거나 사탄의 인형ㆍ13일의 금요일ㆍ헬레이저처럼 오컬트 요소를 집어넣는 등 공포 영화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1. 엑소시스트 3 포스터 2. 블레어 위치 포스터 3. 사일런트 힐 포스터

블레어 위치는 저예산으로 제작되었으나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

사일런트 힐을 바이오하자드와 함께 서바이벌 호러 장르를 양분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슬래셔 영화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이 커져만 갔고, 신비주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오컬트 호러물이 다시 반등하였다. 1990년에는 16년 만에 나온 시리즈 후속작 엑소시스트 3(The Exorcist 3, 1990)을 시작으로 데이비드 슈모엘러의 카타콤(Catacombs, 1993)ㆍ루퍼스 웨인라이트의 스티그마타(Stigmata, 1999)ㆍ로만 폴란스키의 나인스 게이트(The Ninth Gate, 1999) 등이 개봉하였다. 특히 1999년에 개봉한 다니엘 미릭의 블레어 위치(The Blair Witch Project, 1999)는 마녀 전설 조사를 위한 다큐멘터리적인 구성과 핸드 헬드 기법의 적절한 사용을 통해 현실감을 부여하여 파운드 푸티지라는 장르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하였다. 한편, 게임 부문에서는 코나미의 사일런트 힐(Silent Hill, 1999)이 발매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바이오하자드와 함께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구축에 큰 영향을 주었고, 고어적인 면보다 심리적인 공포의 강조를 통해 흥행에 성공하였다.

현재

1.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포스터 2. 컨저링 포스터 3. 유전 포스터 4. 어둠 속의 미사 포스터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는 실제 있었던 퇴마 사건인 아넬리제 미헬 사건을 재구성하였다.

컨저링은 시리즈화를 통해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였고, 유전은 심리적인 공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호평 받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콧 데릭슨의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The Exorcism Of Emily Rose, 2005)ㆍ로버트 애거스의 더 위치(The Witch, 2015), 예언 아포칼립스와 결합한 스티브 홉킨스의 리핑 - 10개의 재앙(The Reaping, 2007), 오브젝트물과 결합한 마이크 플래너건의 오큘러스(Oculus, 2013), 과학 장비와 잠재의식을 소재로 하는 브래드 페이튼의 인카네이트(Incarnate, 2016) 등 여러 작품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특히 오렌 펠리의 파라노말 액티비티(Paranormal Activity, 2009)ㆍ제임스 완의 인시디어스(Insidious, 2010)ㆍ컨저링(The Conjuring, 2013) 시리즈는 하우스 호러와 결합한 오컬트 호러를 보여주었고, 아리 애스터는 유전(Hereditary, 2018)을 통해 정통 오컬트 호러를, 미드소마(Midsommar, 2019)를 통해서는 포크 호러와 결합한 오컬크 호러를 선보이며 큰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로는 마스터즈 오브 호러의 한 에피소드인 담배 자국(Cigarette Burn, 2005)ㆍ수퍼내추럴(Supernatural, 2005)ㆍ페니 드레드풀(Peny Dredful, 2014)ㆍ어둠 속의 미사(Midnight Mass, 2021)가 방영되었다.

1. 바바둑 포스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