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인연은 인연인가봐. 오늘 반가운 사람을 만났어 (장문 ㅈㅅ)[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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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기먹는스님 댓글 0건 조회 59회 작성일 24-04-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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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못 읽는 형들은 그냥 뒤로 가줘.
오늘 겪은 내 얘기 주절주절 쓴 거니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내가 중학생 때였으니 약 20년 정도 전이었을 거야.

내가 살던 동네는 무서운 형들이 많았어. 지금으로 말하자면 일진들이었지.
하루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치킨을 사서 집에 가고 있는데 그 일진 무리 형들이 치킨 사고 남은 잔돈을 빼앗아 가려 했어. 난 아버지한테 혼날까 봐 조금 반항하다가 뺨을 몇 대 맞게 되었어. 무섭고 눈물이 나더라고. 그때였어. "야이 썅놈의 새끼들아, 뭐 하는 거야!" 하는 큰 목소리와 함께 태권도 도복을 입은 아저씨가 7~8살쯤 돼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 손을 잡고 우리 쪽으로 성큼성큼 오시더라구. 키도 크고 덩치도 크셨어.(나중에 알게 됐지만 태권도장 운영하시는 관장님이었어) 그 일진 형들은 결국 아저씨한테 한소리 듣고 도망가게 되었고 이게 나와 그 가족의 첫 만남이었어.

그 당시 난 그 동네로 이사를 온 지 며칠 되지 않았어. 그리고 그 아저씨가 우리집 옆집에 산다는 사실을 머지않아 알게 되었지.

옆집 가족은 정말 좋으신 분들이었어. 그 집에 같이 사시는 할머니는 직접 만드신 반찬을 나눠 먹자며 우리 집에 자주 갖다 주셨고 아저씨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항상 손에 들고 있던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나에게 나누어 주셨지.

하루는 엄마와 내가 외출하고 집에 들어갔더니 집 안의 모든 서랍이 열려있고 난장판이 되어 있는 거야. 도둑이 든거지. 도둑이 아직 있을까 봐 무서워서 엄마랑 나랑 집에서 나오고 곧바로 찾은 사람은 경찰이 아니라 옆집 아저씨였어. 아저씨는 야구방망이를 챙겨서 같이 집안을 확인해 주셨지. 그 고마움에 나와 우리 가족은 그 집 꼬마아이를 많이 챙겨줬어. 엄마는 암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아저씨가 태권도장을 하시느라 바쁘셔서 집에 할머니랑만 있는 시간이 많았던 터라 우리 집에 한 번씩 데리고 와서 밥도 먹이고 했었어.

이후로도 약 10년이 넘도록 옆집과 그리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정도의 관계를 맺으며 시간이 지났어. 난 성인이 되어 군대를 다녀왔고 옆집 딸은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어.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아저씨가 안 보이는 거야. 사실 옛날만큼은 왕래가 잦지는 않았던 터라 엘베에서 만나지 않는 이상 볼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만큼 아저씨를 몇 달 동안 만나지 못했어.
어느날 우리 엄마가 옆집 할머니께 물어봤지. "아저씨 어디 가셨나 봐요, 요즘 안 보이시네." 하고. 그러더니 할머니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시면서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시더라.
교통사고였대.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던 거지. 우리 가족은 전혀 몰랐어. 그 집 딸도, 할머니도 우리에게 먼저 말을 안 했으니깐.

그렇게 옆집은 고등학생 딸과 할머니만 남겨졌고 할머니도 2년 후에 돌아가시게 되었어. 그리고 그 아저씨 딸은 큰아버지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마지막 인사와 그동안의 감사 표현을 끝으로 더는 볼 수 없게 되었어.

이후로 난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며 바쁘게 살면서 10년이 흘렀어. 그리고 그 가족과 아저씨 딸은 점점 기억에서 희미해졌지.

난 지금 회사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정확하게는 hrm 직무고 평가, 보상, 채용 등을 맡고 있지.
오늘은 서류와 인적성Test에 합격한 신입 지원자들의 1차 면접이 있는 날이었어.
보통 1차 면접은 해당 부서에 지원한 팀의 장이 면접관으로 들어가게 돼. 2차는 임원 면접이고. 근데 우리 팀장님이 갑작스러운 장모님상으로 인해 그다음 선임인 내가 팀장을 대신해서 면접관으로 들어가게 되었어.
3명이 먼저 들어오고 마지막 지원자가 들어오는데, 그 얼굴을 보고 나도 모르게 정말 환한 웃음을 지었어. 10년이 지났지만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겠더라고. 옆집 딸이었어. 성과 이름이 워낙 흔해서 면접 전에 서류를 미리 검토할 때는 그 아이일 거라고 생각조차 못 했거든.

근데 그 아이는 날 못 알아보더라고. 그럴 수밖에. 10년 전에 난 90킬로의 돼지였고 지금은 73킬로라서 얼굴이 많이 변했으니깐. 그렇게 그 아이는 날 끝까지 모른 채로 면접이 끝났어. 그리고 난 반가운 마음에 서류에 기재된 연락처로 연락을 할까 고민하다가 이내 포기했어.
내가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이 아이라면 분명 최종까지 합격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어차피 회사에서 다시 만날 테니깐.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는 이미 인연이 있었다는 게 자연스레 밝혀지겠지.

오늘 겪었던 일 주절주절 써봤어.
반가우면서도 신기하고 기분이 이상한 게 잠이 아직도 오지 않네. 긴 글 읽어준 형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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